[Opinion] 같이 울어주는 남자들 [음악]

밴드 바닐레어(Vanillare) 일본어판 EP ‘NEON GENESIS’ 발매기념 단독 공연
글 입력 2022.10.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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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락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


본래 화를 잘 내지 못하는 성격인데,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락 밴드 음악을 들으면 나 대신 화를 내주는 느낌이라서 좋아하게 되었다.


X-Japan, 라르크 앙 시엘, SADS와 같은 J-Rock을 주로 들었던 탓에 부끄럽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지 않으면 밴드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편협한 나의 눈에 문득 한 밴드가 들어왔다.


그들은 다른 밴드처럼 ‘대신 화내주는 음악’보다는 ‘같이 울어주는 음악’을 하는 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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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밴드 바닐레어(Vanillare)가 프리즘홀에서 일본어판 EP ‘NEON GENESIS’ 발매기념 단독 공연을 개최하였다. 평소 좋아하는 밴드였기에 나 또한 해당 공연에 참석하였다.

 

부끄러워서 어디서는 말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사실 나는 바닐레어의 노래를 들으면 종종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관객들이 많았던 건 천운이었다. 공연 도중에 우는 관객을 보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런 관심을 받는 건 딱 질색이다.

 

이쯤되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이런 의문을 품고 계실 듯하다.

 

"도대체 이 밴드가 어떤 음악을 하길래 이 사람이 울고 불고 난리일까?"

 

 

 

락이 녹아든 팝펑크 음악을 하는 밴드, 바닐레어(Vanill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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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레어는 LA에서 기타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고히(보컬/기타리스트)와 한국 인디씬의 메카인 홍대에서 걸추한 락-펑크락계 밴드의 드러머로서 입지를 다지던 지용희(드러머)가 함꼐 결성한 인디 밴드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락이 녹아든 팝펑크 음악을 선보이며, 바닐레어 고유의 색깔을 가진 음악을 만들고 있다.

 

바닐레어(Vanillare)라는 밴드명의 뜻은 바닐라 콜라(Coca-Cola Vanilla)와 밀리어네(millionaire) 합성어로, *프론트맨인 고히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프론트맨: 밴드나 그룹에서 공연을 이끌어가며 그룹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사람. 주로 보컬리스트나 기타리스트가 맡는다.

 

 

 

EP : 타이틀 'Rocket Full of Tears'


 

EP 는 LA에서 기타 유학을 하던 고히가 작사작곡한 음악으로, 2019년 9월 18일에 발매된 싱글 앨범이다. 총 6곡이 수록된 가운데 'Rocket Full of Tears'는 해당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We've got a rocket full of tears

We've got a rocket full of tears

우주로 우리의 슬픔을 보내

좀 더 나아지기를

We've got a rocket full of tears

We've got a rocket full of tears

해가 지면 우리의 슬픔도

저멀리 저물어가기를

 


 

EP <포기하고싶어.> : 타이틀 '포기하고싶어.'



타이틀 곡 '포기하고 싶어'는 닥터마틴(DR.MARTENS)의 터프 애즈 유 캠페인을 통해, 가수 림킴과 멘토-멘티를 구성하여 작업한 곡이다.

 

 



 

I feel like giving up

나를 끌어내리는

너의 잔해들이 싫어

사라지길 바래

나를 무너뜨리는

너의 잔해들이 싫어

 

 

 

EP <나가> : 타이틀 '나가'



타이틀 곡 '나가'는 지용희와 함께 밴드 '알라리깡숑'으로 활동했던 프로트맨이자, 음악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우승자 이승윤이 피처링을 하면서 화제를 얻은 곡이다.

 

 


 

시작부터 알았어

안전하지 않다는 걸

혹시나 넌 다를지

집에 들여봤지만

 

역시나 위험했지

처음부터 알면서

그래도 널 들인 게

그게 나의 죄이지

 

 


세계로 뻗어나가는 바닐레어, 일본어판 EP ‘NEON GENESIS’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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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판 EP 'NEON GENESIS'는 총 6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 이미 발매된 '나가', '포기하고싶어.', '이곳에', 'Remedy', 'In the Dark', 'Snowman'을 일본어 버전으로 개사한 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는 '나가'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出て行け'가 타이틀 곡으로, 지난 15일에 프리즘홀에서 열린 단독 공연과 동시에 지니 뮤직 등 음원 사이트에 발매되었다.

 내가 유달리 바닐레어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났던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 엄마에게 있다.

 

바닐레어에게 이제 막 관심을 가질 무렵, 엄마가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암 판정, 그리고 더욱 갑작스레 잡힌 수술. 모든 게 혼란스러웠지만, 애써 침착하게 엄마의 입원 수속을 밟고 홀로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화순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광역 버스 안에는 사람이 꽉 차있었는데.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멍한 정신으로 아무 노래나 틀었다. 그때 튼 아무 노래가 바닐레어의 'Rocket Full of Tears'였다.

 

우주로 우리의 슬픔을 보내 좀 더 나아지기를

해가 지면 우리의 슬픔도 저멀리 저물어가기를

 

바닐레어의 노래는 무심한 듯 따뜻하다. 그 다정한 무심함은 꾹 참아왔던 울음을 기어코 터트리고 말았다.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울면서, 가사 내용처럼 되기를 계속 빌었던 스물 넷의 나. 이 노래는 그 시절의 나와 함께 울어주었다.

 

일본어판 EP 발매 소식은, 나만의 가수가 이제 모두의 가수가 되겠구나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 시절의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바닐레어의 노래가 힘이 되겠구나라는 기쁨이 더 크다.

 

슬픔을 나눠주는 밴드, 바닐레어의 앞날은 기쁨만으로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임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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