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빈센트는 편지로 그림을 완성했다 -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도서]

글 입력 2022.09.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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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_평면표지.jpg

 

 

빈센트는 우리에게 귀를 잘라낸 비운의 천재 화가로 익숙하다.

 

죽음 이후에서야 그의 작품들이 빛을 보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고 작품들이 많기에 그에 대한 설명과 연구가 흘러넘친다. 당장 인터넷에다 쳐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 그러나, 빈센트가 쓴 편지들을 읽어야 비로소 그의 작품에 흠뻑 젖을 수 있다.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에서 담은 편지들의 내용은 빈센트의 ‘도슨트’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가 직접 자기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부 설명하고 있다.

 

사랑하는 동생,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며 스케치나 작품을 함께 보낸다. 빈센트 자신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자신이 본 것을 캔버스 위에 어떻게 연출하였는지, 그림을 그리며 마주했던 고민과 어려움, 내면의 혼란까지 모두 편지에 담아내었다.

 

이는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그림을 설명하려 했던 빈센트의 노력이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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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편지에 담긴 묘사를 읽다 보면 어쩐지 함께 그 풍경과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하다.

 

빈센트가 1888년 6월 초, 테오에게 쓴 편지이다. 이 편지에서는 지중해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다. 지중해 색은 마치 고등어와 같다. 색이 계속해서 변화한다. 초록색, 분홍색, 보라색, 잿빛 등 단순히 푸른색으로 정의하기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이 고흐의 눈을 사로잡았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 묘사도 매우 아름답다. “오팔이라고도, 에메랄드라고도, 라피스라줄리라고도, 루비라고도, 사파이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반짝였다.

 

바다는 한없이 깊은 울트라마린색이고, 내가 바라보는 동안 해변은 보라색과 연한 적갈색이었다. 사구에는 프러시안블루의 수풀들이 자라고 있고.” 이러한 묘사를 보면 고흐는 자연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색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그는 한정된 색깔로 황홀한 그림을 그려낸 것처럼, 한정된 단어들로 편지 위에 또 다른 예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고흐의 편지는 도슨트이자 또 다른 예술이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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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의 편지를 시간순으로 나열한 책은 많지만, 그의 편지 중 작품의 정수를 담아내고 편집한 책은 많지 않다.

 

그 어떤 책보다도 그의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다. 스케치와 작품을 선명한 색깔과 화질로 담아내었고, 편지와 함께 감상할 수 있게끔 배열한 것에서 편집자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빈센트의 편지 수신자를 설명하는 부분이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빈센트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에 대해 알고 넘어가는 것과 모르고 넘어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보통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동생 테오나 친하게 지냈으나 좋지 않게 끝났던 화가 폴 고갱 정도만 잘 알고, 그 외의 여동생이나 다른 예술가들과의 교류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고흐가 왜 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영혼의 일부를 공유하고, 친밀한 관계를 이어 나가려 노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어 더 흡입력 있게 편지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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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어쩐지 고흐의 강렬한 색깔에서도 종종 쌀쌀함을 느끼곤 한다. 반 고흐가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그림 이야기가 듣고싶다면,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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