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위로의 미술관

도서 <위로의 미술관>을 읽고 - 진병관 저
글 입력 2022.09.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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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미술관>. 유명화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의 일상을 위로한다는 부제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알고 있는 화가보다 훨씬 많은 화가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들의 작품은 과연 어떠한 의미로 우리의 일상을 위로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어느 날, 방송인 홍진경을 통해서 미술작품에 얽힌 뒷이야기에 관한 방송을 본 뒤, 나도 어떠한 계기로 작품을 접하게 될 때마다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궁금해하게 되었다.


<위로의 미술관>은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님의 신작이다. "지친 하루의 끝, 오직 나만을 위해 열려있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자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입혀 약 130여 점의 명화와 25명의 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으며, 1장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 2장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 3장 '외로운 날의 그림들', 4장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이라는 4가지의 주제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중, 반가운 화가들도 많이 보인다. 그중에 마음이 힘들 때나,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의문이 들 때면 어김없이 다시 꺼내어보곤 하는 도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의 모지스 화가를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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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너무 빨리 이루길 바라요"


75세부터 101세까지 약 1,600여 점이 넘는 그림을 그린 모지스 화가의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함이 느껴진다. 손자, 손녀들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고, 처음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손자, 손녀들의 물감과 붓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주저하고 망설이기보다는 새로운 꿈을 찾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음에 더없이 기뻐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그대로 화풍에 담았다. 그녀를 저평가하는 언론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레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여러 전시회와 수많은 유명인사의 수집품의 대상이 되며 그녀의 작품 가치는 점점 더 높아졌고, 대통령의 공로상까지 받으며 그녀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로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오른다. 아흔이 넘는 나이에 '타임'지의 모델이 됐고, 그녀의 100세 생일을 기념해 '모지스의 날'도 지정이 된다.


이러한 엄청난 성공에도 모지스 할머니는 늘 겸손함과 가족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전하며 그저 자신의 그림을  묵묵히 그려나갔다. 또한, 맹목적인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바쁘게 살아가며 삶의 원동력을 찾고, 그 안에 자신을 지탱해주는 가족들을 늘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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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기에 절대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그 중 모지스 할머니의 강력한 팬이기도 한, 나 역시도 그녀의 그림을 통해서 마음을 정화할 때가 많다.


순수하고 깨끗한 그녀의 그림을 보다 보면, 그 안에 하나하나 그려진 가족과 어린 손자 손녀들을 볼 수 있고, 특별한 날들이 기분 좋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나는 뭔가 지치거나 힘이 빠질 때면 그녀의 책을 꺼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곤 한다.


일상을 지내면서 지치는 날이 더러 있다. 그 원인이 회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답답함일 수도 있다. 이게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의 한탄 같은 것들로 힘이 빠질 때면 그녀의 그림이 큰 위안을 준다.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정답이 아닐지라도 이 또한 언젠가 나에게 또 다른 도움이 되리라는 긍정적 마인드를 상기시킨다. 또한, 내 안에 간직한 또다른 꿈을 늘 응원한다는 모지스할머니의 명언을 수십번 읽고 또 읽는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나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시련이 있긴 했지만, 그저 훌훌 털어버렸지요. 나는 시련을 잊는 법을 터득했고, 결국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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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마음껏 뿜어내는 모지스화가의 그림으로 반가움을 만끽했다면, 3장의 '외로운 날의 그림들'의 가장 인상적인 화가는 아무래도 내겐 프리다 칼로이다.


그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수없이 많다. 그 안에서 공통으로 집약되는 단어는 불행, 고통이지 않을까. 그녀를 주제로 한 영화가 됐든, 다큐멘터리, 하다못해 프리다 칼로 특집의 잡지기사에서조차 나는 사실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보기가 불편하다. 여자로서의 삶이 이렇게까지 기구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그녀의 삶 자체는 너무도 고통스럽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말미암은 말도 못할 신체적 후유증에 의한 삶의 고통도 모자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인 그림을 통해 만난 인생의 동반자, 그 이상의 존재였던 디에고 리베라의 변할 수 없는 천성은 그를 온전한 자신의 남자로 만들 수 없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여자로서의 수치심과 절망감을 느끼며,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그림으로 승화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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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미술 범주에도 녹아들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내며, 과거의 자신은 한없이 초라하고 보잘것없음에 옛 연인에게 그림을 건네면서도 바닥에 놓아두라는 말을 건네지만, 수많은 고통과 절망을 통해 강인한 예술세계를 녹여낸다.


교통사고로 인해 그녀의 신체에서 오로지 두 손만이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런 그녀를 위해 엄마는 그녀가 누워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젤을 마련해준다. 평생 움직일 수 없을 거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과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순간에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준 그녀의 부모님도 너무 대단한 것 같고, 누워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라는 중요한 존엄성을 이미 그때 발견한 듯한 칼로의 내면도 너무 대단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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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신체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을 감내하며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낸다는 것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가끔 맞닥뜨리는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마주할 때마다 놀라고 고통스럽다. 그저 독자의 시선으로, 관람자의 시선으로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매번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정작 자화상속의 그녀는 너무도 처연하다.


마지막 생의 끝에 침대에 눕혀진 채 그녀는 자신의 전시회를 맞이한다. 어두웠던 그녀의 생애였지만, 그녀가 떠난 뒤, 남기고 간 작품들은 절대 나약하지 않았고 강인했다.

 

리베라의 아내가 아닌 화가 칼로로서 지옥과도 같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47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의 마지막 작품을 보며 울컥하는 의미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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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웠지만,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강인함이 싱그러운 붉은색과 초록색, 파란색으로 물들어 그녀를 기리는 모든 이들에게 말하는 듯하다. "인생이여, 영원하라"


사실 요즘 생각이 많다. 내가 하는 것들에 관한 정답을 애써 찾는 중이다. 물론 100%의 정답자체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들의 의미와 이유에서 난 보람을 찾고 그 안에서 또다른 것들을 추진해나가는 원동력을 만들어 왔다.


모든것들을 멈추고 싶은 쉼의 신호가 계속해서 오고 있어서 마음이 답답하고 공상을 하며, 또 다른 정답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이 책<위로의 미술관>을 만나게 되었다.

 

그토록 추앙받는 유명한 예술인들도 각자의 고통과 힘듦, 기쁨이 교차하는 삶 안에서 매 순간 찾아오는 감정들로 작품을 녹여내었겠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리를 한 번 더 깨우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는 르누아르의 말처럼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그 안에서 내게 남는 아름다움과 깨달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이 삶 안에서 분명한 이유가 있는 매 순간이기에 괴로워하기보다는 훌훌 털어내고 싶다. 물론 쉽진 않겠지. 그렇지만 이것 또한 모두 내 삶이니까 천천히 이 순간을 지나가고자 한다.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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