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채롭게 그려낸 내면의 공허함 [만화]

글 입력 2022.09.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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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vewn을 운영하는 빅토리아 빈센트(Victoria Vincent)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2D 애니메이터다. 키치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아트 스타일이 돋보이는, 짧은 호흡의 애니메이션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의 "We The People" 시리즈 작품에 참여하거나 영화감독 등 다방면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스타일 속에 도피로부터 발생하는 내면의 혼란, 공허함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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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빈센트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개성이 느껴지는 강렬한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다채로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아트워크가 특징이다. 따뜻한 계열의 색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체로 채도가 진하고, 형광성이 짙은 따뜻한 계열의 색감이 자주 등장한다. 주황, 보라, 빨강 등 색채를 사용하는 스펙트럼이 상당하다.

 

정교하지 않은 투박한 그림체도 눈에 띈다. 선과 선이 정교하게 만나지 않고, 삐뚤빼뚤 튀어나오는 얇은 펜 드로잉으로 이루어져 있다. 투시를 왜곡하기도 하고, 원근법을 무시하는 기법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묘사한다.

 

공들이지 않은 그림체에서 오히려 매력이 느껴진다. 정신없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특유의 키치함이 돋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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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대체적으로 음울한 사회의 이면을 주목하고 있다. 작품에는 꿈도 희망도 보이지 않고, 캐릭터들은 저마다 하나씩 결함을 갖고 있다.

 

"Floatlands"에서는 방구석에서 하루 종일 온라인 게임만 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Dead End"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상담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 명은 반사회적인 성향을 대놓고 드러내며 상담을 받는 학생이고, 다른 한 명은 알코올과 도박에 빠진 상담사다.

 

vewn의 애니메이션에는 주인공이 폐쇄된 공간에 홀로 놓여, 타인과 철저하게 분리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등장인물들은 갖은 방식으로 현실을 도피한다. 약물, SNS, 게임, 자해 등 각자만의 방식으로 쾌락에 집착하고 중독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들을 '패배자'로 규정하고, 패배자로 낙인찍힌 이들은 다시 자극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극에 빈번하게 노출되어 무감각해지는 순간 속에서 인물들은 내면의 공허함을 직면한다.

 

 




"Kittykat96"는 초연결 사회의 모순 속에 빠진 인간을 그리는 작품이다. 한 여성은 온라인 채팅 사이트를 한다. 그곳에서 그녀의 닉네임은 Kittykat96이다. Kittykat96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매일같이 자신이 업로드한 포스팅에 몇 천 개의 메신저, 댓글 알림이 뜬다. 댓글에는 전부 그녀가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칭찬으로 가득하다.

 

Kittykat96이 업로드하는 영상의 주제는 그녀가 받는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다. 3주 동안 집 안을 떠난 적이 없다거나, 친구가 없을 때의 대처 방법, 집에서 울면서 혼자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상이 인기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광적인 사랑을 받는 Kittykat96의 현실 속 모습은 가상 공간 속의 그녀와 많이 상반된 듯하다.

 

시험지의 이름 기입란에 등장조차 하지 않는 실제 이름 대신 Kittykat96을 적는 장면은, 그녀가 온라인 세상의 자아와 현실 세상의 자아를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 공간에서 주목받으며 소통하는 자아에 얽매인 그녀는 현실 세계를 살아갈 자신은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장면은 인간과 인간을 가상 공간에서 '연결'시키는 매체에서 정작 본질적인 '소통'의 의미는 퇴색되는 현상을 꼬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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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자신의 분신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된 지경에 이른 그녀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고, 다른 자아를 지워내지는 않는다. 두 자아를 합쳐낼 방안을 고안해낸다. 두 사람이 마침내 하나가 되는 잠깐의 장면 속에는 간극을 해소하고자 하는 등장인물의 바람이 들어있는 듯하다.

 

짧지만 현대 사회의 모순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글리치한 효과, 'undo', 'delete'와 같은 컴퓨터 실행 언어 등의 연출이 눈에 띈다. 빅토리아 빈센트만의 역량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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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wn의 애니메이션은 전반적으로 호흡이 짧다. 가장 긴 영상은 13분에 해당하고, 가장 짧은 영상은 1분 정도다. 대체적으로 평균 영상의 길이가 3~5분을 넘기지 않기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영어로 전개되지만, 간단한 대사만이 등장하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큰 지장은 없다.

 

짧막하지만, 그만큼 여운이 강하다. 상당히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애니메이션 하단에는 언제나 영상을 해석하는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빅토리아 빈센트는 공허한 존재를 그려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감정을 담아내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히 배제시켜, 이들 캐릭터들을 덤덤하게 그려낸다.

 

연출이나 앵글에는 이들을 바라보는 감정이 담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등장인물을 해석하는 건 철저히 관객의 몫이 된다. 작품을 접하다보면, 댓글로 해석들을 읽어보는 것조차 관람의 일부가 되는 즐거운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박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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