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코끝에 맴돈 여름밤의 숨결 - 도서 '장르는 여름밤'

푸른 공상의 위로, 기타와 튜닝과 마음, 부지런
글 입력 2022.09.18 13: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장르는 여름밤_표지.jpg

 

 

언제까지나 기억될 우리의 여름, 청춘의 조각들!

 

 

좀처럼 식지 않는 에너지, 조금 들뜬 듯한 기분 좋은 습기,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 무언가로 가득 찬 포화 상태. 저자 몬구가 설명한 여름밤이다. 그는 여름밤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곡을 만드는 뮤지션이자 작가로, [장르는 여름밤]은 그가 만난 여름밤의 숨결을 글로 기억한 일종의 음악 에세이다.

 

몬구 작가는 밴드 몽구스로 데뷔 후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을 수상, 현재는 몬구로 활동하며 100여 곡이 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그는 이러한 음악적 역량을 통해 로고송 제작, 앨범 프로듀싱, 음악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몬구.jpg

 

 

책에는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부터 시작해서 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일상 속에서 음악을 마주한 순간, 주변 일화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여름밤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쭉 진행돼서 그런지 푸른 빛의 색감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무더운 밤의 습습한 냄새가 코에 맴도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가 남긴 수많은 '여름밤'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푸른 공상의 위로

 

 

아주 어릴 적부터 공상을 좋아했다. 혼자 이런저런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끝도 없는 여행을 함께 떠났다.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의 반복이 매일 새롭고 즐거웠다. 자라면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만약 그때 그곳에서 내가 이렇게 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하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까?

 

-p.22

 

  

누군가 내 이야기를 적어 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감되었던 문단이다. 공상을 즐겼던 나는 종종 날 것의 세상을 창조한 뒤 각종 설정을 정하고, 주변 인물을 그려나갔다. 이는 지루한 현실을 빠르게 벗어나는 방법이었다.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일들이 머릿속에서 팡팡 터질 때마다 혼자 설레하고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그가 말한 '가상의 친구와 여행 떠나기'는 오늘 밤, 자기 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도, 목소리도, 성격도 모르는 친구와 무한한 여행을 함께 떠나는 건 꽤 흥분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공상의 가장 큰 장점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와 나는 공상으로 하나 되어 여름밤 아래 끝없는 가능성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기타와 튜닝과 마음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면 잠시 멈춰서 자신의 소리를 내보고 정확히 들어보는 게 좋다. 나라는 악기가 내는 그 소리를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조금씩 조율해 보는 것이다.

 

-p.121

 

  

사람을 악기에 비유해서 풀어낸 문장이 인상 깊었다. 나라는 악기가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잠시 멈추고, 차분히 들어보고, 세심하게 조율하라는 그의 말이 따스한 위로처럼 들렸다. 만약 조율이 필수인 악기를 조율하지 않고 연주하면 어떻게 될까?

 

연주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이상하고 듣기 싫은 음들이 파편처럼 튀어나올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외면은 물론 내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마음 점검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내 연주의 속도, 박자, 분위기, 세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현재의 마음 상태로만 보면, 느리고 불규칙하나 신나고 강한 연주가 울려 퍼지고 있을 듯하다. 이제 여기서 몇 군데 망가진 줄을 손보면 더 나은 연주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지런

 

 

몽상가로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감기에 걸리고 또 이겨 냈던가. 하루에 수차례나 겪은 적도 있다. 이건 음악 하는 사람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꿈을 가졌거나 이루고 싶은 목표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밀려오는 고민과 좌절이 몸을 으슬으슬하게 하고, 현실의 차가운 벽은 몸과 마음을 얼게 만든다. 어찌어찌 여기까지 흘러왔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p.139

 

  

아무래도 몽상가는 감기 체질인 듯하다. 나 역시 몽상가답게 유독 현실과의 장벽에 부딪히는 걸 힘들어한다. 어쩌면 남들이 보기에 조금 터무니없는 꿈을 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눈치챌 때부터 사소한 고민이 불어나고, 이는 자꾸만 크기를 키워서 걱정과 불안을 만들고, 이로 인해 좌절을 겪으니 마음에 병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감기는 일시적이다. 따라서 이를 이겨 낼 방법 또한 여러 가지다.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거나 푹 쉬거나 하는 등 그리 어렵지 않은 방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우리가 아픈 이유는 그만큼의 열정과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이제는 감기에 좋은 의미(예를 들자면, 더 좋은 일이 찾아올 거라는 신호탄)를 붙여주고 싶다.

 

*

 

국내 유일무이한 '여름밤'이란 장르로 음악을 하는 몬구의 에세이, [장르는 여름밤]. 청량하고 감성적인 여름밤을 노래하는 그의 인생과 가치관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곳곳에 등장하는 그의 노래를 함께 들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니 훨씬 몰입감 있었다.

 

음악과 관련된 에세이다 보니 현장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몬구의 노래를 틀어놓고 읽어보길 추천한다. 오랜만에 낯선 장르의 음악을 듣고 곱씹을 수 있어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beautiful-gcbde043b1_1280.jpg

 

  
[최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