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만. [영화]

글 입력 2022.09.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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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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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 관람하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 감상도 즐겨 하지만, 두 가지를 섞어 놓으면 이상하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듯이 개성 강한 두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공연장에서 볼 때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영화는 조용한 극장에서 볼 때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영화’는 조용한 극장에서 상영되어 현장감을 느낄 수 없었고, 중간중간 나오는 춤과 노래로 인해 서사에 진득하게 몰입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배우들의 춤 실력과 중독성 강한 멜로디만 머릿속에 떠다닐 뿐, 무엇을 봤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의식과 감독의 의도는 기억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니 '뮤지컬 영화'는 볼거리만 풍부하고 내용은 빈약하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뮤지컬 영화'는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생겼다.


 


'뮤지컬 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영화, <라라랜드>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카프카

 

 

<라라랜드>는 카프카의 말처럼 내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도끼가 되었다. <라라랜드>는 뮤지컬과 영화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였다. 화려한 춤과 신나는 노래로 볼거리를 선사했지만, 동시에 주제 의식을 제대로 전달했고 짙은 여운을 남겼다.

 

<라라랜드>는 이루고 싶은 '꿈'에 관한 영화이다. '춤과 노래'는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춤과 노래’는 영화의 주제 의식인 ‘꿈’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감독은 그 점을 이용하여 뮤지컬과 영화 사이의 접점을 만든다. 접점에서 뮤지컬과 영화는 공생한다.


 

 

춤과 노래는 '꿈'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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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하고 싶은 이상을 의미하는 ‘꿈’은 현실성보다 '비현실성'에 가깝고, 이성보다는 '낭만'에 가깝다. 춤과 노래는 어떤가. 특별한 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 모습은 꿈처럼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이다. 영화에서는 춤과 노래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이용해 꿈의 속성을 구현한다. 꿈꾸는 자들의 도시 ‘LA'를 설명하기에 '춤과 노래'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와 신나는 비트에 춤을 추는 장면이나 오디션에 떨어져도 친구들과 형형색색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 맘에 들지 않는 남자와 노을을 배경으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꿈'이라는 주제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관객들은 그런 장면을 보며 말도 안 된다며 콧방귀를 뀌는 대신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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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꿈을 꾸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무아지경의 상태라는 것이다. 주변을 잊어버린 채 비트와 멜로디에 빠져든 사람들의 모습과 현실을 잊어버리고 목표만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닮아 있다. 그렇기에 꿈을 위해 노력하는 미아와 세바스찬이 갑자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열정적인 춤사위는 꿈을 갈망하는 모습과 같고, 꿈에 열중한 모습은 노래에 몰입한 순간과도 같았다.

하지만 꿈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이것은 마치 춤과 노래가 멈춘 것과 마찬가지이다.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내려놓으면 온갖 시끄러운 잡음이 들리는 것처럼 꿈꾸는 자들도 그러했다. 꿈을 위해 정신없이 달리다 잠시 멈추면 결국 현실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된다. 미아와 세바스찬에게 현실은 사랑이었다. 꿈과 사랑이 양립할 수 없음을 깨닫고 둘은 결국 이별을 택한다.

 

두 사람이 이별하는 결말을 통해 꿈의 속성은 완벽하게 구현된다. 환상적으로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처연한 꿈의 속성을 말이다. 그것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LA’의 특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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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가 뮤지컬 영화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극히 평범한 영화에 머물렀을 것이다.

 

배우를 꿈꾸는 미아와 재즈를 사랑하는 세바스찬의 러브스토리 혹은 그들이 꿈을 이루는 여정. 이와 같은 진부한 줄거리로 설명되는 영화였을 것이다.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이기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꿈'의 속성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뮤지컬 영화'에 대한 편견은 삶의 모든 것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에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이 훨씬 많았고, 예술은 그 수단에 한계를 두지 않음으로써 진실을 표현하려 애쓰고 있었을 뿐이다. '뮤지컬 영화'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편협한 사고까지 깨지는 경험이었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뮤지컬 영화'를, 앞으로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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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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