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의 심리전 – 도서 '오징어 게임 심리학'

우리 모두는 인생이란 게임의 참가자
글 입력 2022.08.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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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를 접한 건 2021년 말 즈음이다. 처음엔 제목을 듣고 ‘드라마 제목이 오징어 게임이야? 그게 뭔데?’라는 의문을 품었었다. 제목만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은 오랜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뉴스에서도 이 작품이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했다며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만큼 파급력이 대단했다. 특히 해외에서는 ‘달고나’ 자체에 흥미를 가지는 이들이 많았고, 실제로 한 유튜버는 오징어 게임을 콘텐츠화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고 했던가. ‘폭력성’, ‘잔인함’이라는 수식어가 <오징어 게임>을 자꾸만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 작품을 시청한 필자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폭력적인 장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사람이 죽는 것’ 자체가 아닌 ‘인간 본연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청하는 내내 각각의 캐릭터들이 살아있다고 느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마 저자도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책을 펴낸 게 아닐까 싶다. 도서 <오징어 게임 심리학>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결국, 이 게임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악의 평범성


 

내가 <오징어 게임>을 볼 때 상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어느 정도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 인물이 의외의 선택을 하는 순간들이었다. 사람들을 선동하고 배신하는 덕수의 모습은 익숙해서 그다지 놀랍지 않지만, 구슬치기 게임에서 알리를 속여 구슬을 빼내는 상우의 모습은 예상하기 어렵다.

 

지긋지긋한 현실 속 구렁텅이에서 해방되기 위해 게임에서 어떻게든 이기려 하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 그것이 룰에 위반되는 행위만 아니라면 허용되기에, 보이지 않는 속임수를 통해 상대를 기만한다. 하지만 이를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게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땐 윤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만약 게임의 참여자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그들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거나, 되돌아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저들을 비난한 권리가 없다.

 

 

 

오징어 게임의 허점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징어 게임>에서의 진행요원들이 아무런 불만 없이 게임의 규율에 따른다는 점이 의아했다고 한다. 늘 가면을 쓰고 움직이며, 빈틈없이 짜인 일정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그렇다고 해서 동료애를 나누지도 않는다.

 

솔직히 나도 이 진행요원들의 정체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어떻게 저 많은 사람이 참가자가 아닌 진행요원이 될 수 있었는지 말이다. 진행요원이 되려면 별도의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참가자들처럼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들인 걸까?

 

또한, 오징어 게임을 관람하는 VIP들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설정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체를 끝까지 비밀리에 부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걸까?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이 의문점들이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인지 부조화, 자기합리화


 

이 책에서 아마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지 않을까. 우리가 비교적 자주 느끼는 감정인 ‘자책감’이 실은 ‘인지 부조화’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우리의 신념과 행동 사이에 지속적으로 모순이 발생하는 현상을 인지 부조화라고 하는데, 이를 느낄 때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기훈은 선한 품성을 지닌 사람으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내내 인지 부조화를 겪는다. 일남과의 구슬치기에서 본인이 승리했음에도 (물론 깐부라는 이유로 일남이 구슬을 준 것이긴 하지만) 일남을 죽게 한 것이 본인이라는 자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반면, 또 다른 인물인 상우는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외부적/내부적 요인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기훈의 경우에는 일남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해소한다. (외부적 요인) 상우는 기훈과는 다르게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명분을 부여한다. 스스로의 도덕 기준은 변경하고, 자신마저 설득되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적 요인)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남긴 것


 

항상 머릿속에 지닌 근원적인 물음이 하나 있다. 바로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까?’이다. 어느 누구는 이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으니 당연히 그렇다고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 말이 맞다면 부자들은 항상 행복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재미’라는 건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얼추 찾을 수 있었다.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이라는 것은 참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쉬운 것임을 자각하고 있다. 또한, 돈을 모으는 것도 제법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시점이다.

 

이처럼 돈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나 다짐한 것이 있다. ‘돈에 쫓기며, 돈을 위해 인생을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돈은 물질적인 행복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영혼의 행복까지는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행지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돈이 있다면 몸이 편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행복까지는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

 

재밌게 시청한 드라마와 관련된 심리학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책 속에서 ‘심리학 돋보기로 들여다보기’ 분야들이 유독 좋았다. 몰랐던 이론들과 심리학 관련 실험들, 그리고 저자의 인물 해석까지. <오징어 게임>을 인상 깊게 시청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기억에 남았던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는 이 세상을 견디기 위해 공정한 세상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이 세상이 고유한 규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어쩌다 이따금 공정한 곳이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이 마침내 세상의 부조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갈 때까지, 우리는 세상을 조소하며 냉소적이고 건조한 태도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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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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