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젠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 때 (3) [문화 전반]

일상 속 스트레스에서 지혜롭게 나를 지키는 법
글 입력 2022.08.2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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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편에서는 셀프 케어, 마음챙김과 관련한 트렌드 흐름과 함께 자신을 돌보는 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2편에서는 그 방법 중 첫 번째로 명상을 추천하며 1년간의 명상 후기와 마음챙김을 습관으로 만들게 해준 어플리케이션 ‘calm’의 기능을 함께 분석했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에서는 필자가 직접 경험하고 단단한 성장을 이루는 데 도움을 받았던 활동 세 가지를 소개한다.

 

 

 

동네의 자연을 따라 산책하기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뛰는 건 너무 지루하다. 날씨 때문에 겨울에는 헬스장을 다녔지만, 날이 따뜻해지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와 걸었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는 큰 공원이 없었다. 그래서 매주 걸어 다니며 동네의 자연을 찾아 걷는 나만의 산책 루트를 만들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단순히 느리게 걷는 행위가 어떤 효용을 가져다주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산책은 헬스만큼이나 중독성이 있다. 비가 와서 못 나가는 날이 생기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밤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고양이도 만나고, 커다란 구름도 만나고, 새하얀 달도 만나는 데 매일 같은 곳을 걷더라도 조금씩 다른 장면을 마주치게 된다. 시간과 기분과 날씨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장면을 포착하는 것. 그게 산책의 매력이다.

 

사실 산책의 뜻은 걷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에 가깝다. 산책의 한자를 散(흩을 산)과 策(꾀 책)을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 산책의 진가가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산책은 명상과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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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시즌의 여행만을 기다리며 스트레스를 계속 쌓아놓거나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확실히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자연을 보며 쉬다 보면 없던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여행은 장기적인 해소법으로는 실천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를 산책하는 일은 새로움과 재미는 없을 수 있지만 효과만큼은 여행과 비슷하다.

 

우리의 걷는 행위에는 대부분 목적이 있다. 집을 향하거나 직장을 향하고, 밥을 먹으러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는 식이다. 목적에 얽매이지 않은 선택은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을 옮길 수 있는 자유와도 같다. 동네를 걸으며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무엇을 관찰하며 걸을지, 어떤 노래를 들을지 선택하는 일이 소소하게 느껴질지라도 여행에서 느끼는 자유와 본질은 같다. 그래서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고 나면 기분이 한껏 가벼워지고 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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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로 시간을 정해두고 걷는 것을 추천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알차게 걷고 싶을 수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도 있다. 계획을 세워보지 않고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집 근처에 공원이나 호수, 강, 산책로 등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없더라도 괜찮다. 동네를 구석구석 돌며 나무나 길고양이, 하늘이 잘 보이는 곳 등 자연물을 찾으며 탐험하듯 걸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산책을 장기적인 삶의 루틴으로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디지털 디톡스


  

몇 년 전 ‘디톡스 다이어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야채, 과일 등을 갈아 만든 ‘디톡스 주스’가 몸에 있는 독소를 뺄 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후기가 유명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홈메이드 주스를 만들어 마셨다. 나도 브로콜리, 토마토, 양배추를 삶고 바나나와 사과를 함께 갈아서 디톡수 주스를 만들었다. 아침마다 그 주스를 마시고 운동을 했는데 속이 편하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주일 정도 마시니 입맛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건강한 생식을 주기적으로 먹었더니 평소 먹던 음식의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고, 좀 더 건강한 먹거리를 찾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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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도 마찬가지다. 해보고 나면 일상적으로 접했던 정보와 모바일 플랫폼들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느끼게 된다. 디지털 기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렵겠지만 선택적으로 몇 가지 기능의 사용을 줄여보면 정보과잉으로 인한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과거에는 이동하거나 잠시 쉴 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를 보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 위해 핸드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 SNS를 안 한 지는 1년이 되어가고 유튜브는 시청시간을 줄여나가 현재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보고 있다.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중독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일어난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마음습관을 만들어 박탈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유튜브를 넋 놓고 보다 보면 영양가 없는 쾌락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번에 관두기도 쉽지 않았다. 실제 의도는 잠시 쉬려고 핸드폰을 들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문제상황을 회피하고 짧은 쾌락을 찾는 습관을 만든 것이 되었다. 그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하게 했다. 극단적으로 SNS와 유튜브 시청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적정 사용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 자신의 상태에 대한 자각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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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 주스를 마시며 입맛이 담백하게 바뀐 것처럼 재밌는 정보나 영상을 보여주는 짧은 스낵 콘텐츠의 시청 시간을 줄여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일 년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면서 느낀 점은 과거의 내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에 노출되어 있었고, 유해한 정보를 자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자극을 줄이고 나니 마음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기회가 생겼다. 원하는 정보와 재미를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이 개인의 마음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마음이 너무 시끄럽거나 괴로워진다면 주간 스크린 타임을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고민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더 늘어났었다. 의심의 수단으로 자신의 핸드폰 사용 시간을 확인해보며, 오래 사용하는 디지털 매체를 의식적으로 덜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나에만 몰두하는 취미 활동 하기


 

한국 사회에서는 취미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은연중에 깔려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취미니까 보통 이상은 할 거 같다는 기대 섞인 말들을 들을 때다. 물론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전보다 잘하게 되고 더 깊이 있게 발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취미의 본질은 즐기는 데 있다. 그래서 하나에만 몰두하는 활동을 취미로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잘하든 못하든 가치판단을 뒤로하고 딱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순수예술 계통이나 체육 계통의 활동을 권한다. 미술 활동이나 악기연주, 춤추기, 체육활동 같은 것들은 의무교육 이후에 본인이 맘먹지 않으면 평생 접하지 않고 살아도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권하고 싶다. 문화예술 감상도 좋지만, 직접적으로 예술을 체험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개인 고유의 감수성으로 건강하게 승화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어른이 되면 어릴 때랑 다르게 입맛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그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개인의 정체성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취향 또한 바뀐다. 그래서 예술 분야의 취미는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는 자신의 취향을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멋진 결과물을 목표로 두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창작하며 그 과정을 즐기다 보면 비일상적인 해방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전에는 원데이 클래스 같은 게 별로 없었지만, 요즘은 하루 체험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플랫폼도 많이 생겼다. 프립이나 숨고, 클래스 101 등을 통해 온오프라인 체험을 가볍게 시도해 볼 수도 있고, 문토와 같은 일반인 소셜링 플랫폼을 통해서 비슷한 취미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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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시도로 이번 해 사진 찍는 취미가 생겼다. 사진 쪽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재능이랑은 별로 상관없는 분야였다. 관찰력이 좋은 편인데 그 성향이 사진을 만나니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났다. 또 더 잘할 거라는 기대가 없으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멋진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고 ‘찍는 행위’와 ‘애정 있는 장면을 포착하는 행위’에만 집중했더니 사진이 좀 더 원하는 방향에 부합하게 발전하기도 했다. 내가 어떤 분위기의 장면을 좋아하고, 왜 그런 곳에 시선이 가는지도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왜 그림자가 좋지?’, ‘왜 노을 질 때쯤의 풍경이 좋지?’ 하는 식이다. 그렇게 사색하면서 오롯이 혼자만의 취미를 즐기게 되니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발견이 반갑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멋있기도 했다. 자신을 그렇게 인지하는 게 좀 웃기지만 정말 그랬다. 처음 알게 된 친구처럼,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마음과 함께 ‘순수하게 무언가를 즐기는 행위는 정말 정신건강에 유익하구나.’ 하고 느꼈다. 더불어 전혀 관심 없던 분야에 취미가 생기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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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부터 산책, 디지털 디톡스, 취미활동까지. 직접 경험해보고 마음의 근육을 기를 수 있었던 활동이다. 이 활동들은 우리의 정신 에너지를 내면으로 향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훈련인 동시에 건강한 생각 습관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많은 스트레스나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은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는 무지의 상태에서 생긴다. 살다보면 환경을 바꾸거나 당장의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땐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인지하고, 상황을 달리 볼 수 있도록 생각을 전환하는 게 우선이다.

 

자신을 돌보는 힘이 곧 마음의 근육이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자신만의 마음챙김 시스템을 구축해보자. 앞으로도 스트레스 상황은 계속해서 생기겠지만, 댐을 세워놓으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하고 멈추는 것이 자유자재가 되지 않을까.

 

고독은 생각보다 외롭고 쓸쓸하지 않다. 혼자서 자신을 마주하지 않으면 누가 마주해줄까. 처음에는 지루하고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세 번 맛봐야 참맛을 알 수 있다는 평양냉면의 슴슴함처럼, 고요함 속에서 자신과 만나는 기쁨도 있다. 매운 음식과 자극적인 콘텐츠, 음주보다는 담백한 방식으로 자신을 챙겨보면 좋겠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한 우리의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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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사진 ⓒ 2022. 김예린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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