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젠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 때 (1) [문화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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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스스로를 돌보는 시스템이 전혀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불쑥 화가 나고 이유 없이 얼굴이 뜨거워졌다. 동시에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먹었고, 당연히 살도 쭉쭉 빠졌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건강하지 못했고, 스트레스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았다.
신체적으로도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몸은 몸대로 아프고, 감정과 정신도 갈대처럼 흔들렸다. 문제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자극적인 방식으로 단기적인 해소만을 해나갔다. 입맛이 없으니 주기적으로 매운 음식을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고, 불면증이 심한 밤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 지내는 식이었다.
이 경험은 비단 나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개인이 자신의 삶과 건강을 돌아보고 상태를 자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음주와 야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앞선 방법은 해소가 아니라 유예다.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상태를 회피하고 잠시 잊는 행위이니 말이다.
‘스스로 돌보는 힘’을 기르고 싶어하는 마음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욕구로 보인다. 지난 유행과 콘텐츠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문화 현상으로 확인하는 자기 돌봄 (Self Care) 욕구
작년 여름 바디 프로필 열풍이 불었다. 펜데믹의 장기화로 잉여 시간을 자기 계발로 채우는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운동에 대한 관심 또한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필라테스, 크로스핏, 클라이밍과 같은 운동들이 대중적인 종목으로 자리 잡고, 헬스와 요가는 '기본중의 기본' 인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그 정도로 한국은 20-21년도를 기점으로 운동에 진심인 나라가 됐다. 여름을 위한 단기 프로젝트에 불과했던 운동은 코로나 시국을 계기로 ‘건강한 몸을 위한 장기적인 루틴’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는 기록과 과시, 자기 계발 욕구 등 복합적인 요인과 결합하여 바디 프로필을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이끌었다.
여전히 운동과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동시에 힐링 콘텐츠와 상품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유튜브에서는 ASMR 콘텐츠의 시청이 대폭 증가했다. 자연소리, 명상음악뿐 아니라 불면증과 관련한 백색소음 오디오 등 관련한 콘텐츠들의 조회수가 늘었다. 슬라임, 팝잇, 스피너와 같은 장난감이 유행하기도 했다.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았던 이 장난감들은 불안 관련 소비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들을 이용하면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어 감각이 한 곳에 집중되기 때문에 멍때리기처럼 생각을 멈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에게 그 장난감을 왜 갖고 노냐고 물었을 때, '손이 심심할 때 만지기 좋다', '(팝잇을) 누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와 같은 답변을 주로 받았다.
‘멍때림’ 키워드가 콘텐츠화 되어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어항을 보며 물멍을 때리는 연예인의 삶이 소개되기도 하고, 불멍을 위해 주말 캠핑을 가는 모습들이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EBS에서는 일상의 순간을 원테이크로 찍어 내보내는 ‘가만히 10분 멍때림’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불멍을 위한 난로와 페이크 벽난로, 물멍을 하는 느낌을 내는 무드등과 같은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나아가 불이 타오르는 모습, 호숫가의 풍경 등 일상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자연의 풍경을 빔프로젝트를 사용해 벽에 쏘는 '페이크 윈도우(Fake Window)' 감상도 유행했다.
OSV (Oddly Satisfying Video)가 유튜브 콘텐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기도 했다. OSV는 이상하게 만족감을 주는 영상이라는 뜻으로 모래로 만들어진 물체를 서걱거리며 자르거나, 정확히 정해진 위치에 무언가를 명중시키는 등 보는 이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하는 소리나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침대 브랜드 ACE가 OSV 컨셉을 활용해 만든 광고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유행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쳐있는 마음을 쉬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유행의 흐름은 우리 사회가 정신적 휴식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트레스 관리는 다른 말로 ‘자기 돌봄 (Self Care)’, ‘멘탈 관리’, ‘마음챙김’ 이라는 키워드로 자리 잡으며 앞으로 더 자주 쓰일 개념으로, 운동과 같은 자기관리의 일부로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몸의 근육을 키워봤다면 이제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 때다. 전 세계인들이 고난의 시기를 마주하며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으로 떠올린 것은 ‘건강히 잘 사는 것’과 관련있다. 이것을 웰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요즘은 웰니스라 부른다.
필자는 작년 가을부터 마음챙김을 위한 관리 방법을 모색하며 지속해왔다. 과거의 본인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독자분들이라면 이번 시리즈를 참고해보시면 좋겠다.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해소방식은 내려놓고 슴슴하고 담백하게 자신을 챙겨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소개할 마인드 케어 루틴은 굳이 먼 곳으로 향하지 않아도, 특별한 준비 없이도 당장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직접 경험해보고 좋았던 활동들을 추천한다.
필자가 가장 먼저 시작했던 활동은 마음챙김 명상이었다. 명상과 관련한 후기를 공유하기 전에 오늘은 마음챙김이 무엇인지, 생소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마음챙김, 마인드 풀니스(Mindfulness)
명상도 운동처럼 종류가 다양하다. 마음챙김은 그중 하나다. 마음챙김 명상에는 종교적인 성격이 거의 없지만 역사는 소승불교에서 유래되었다. Mindfulness는 불교의 수행법 중 하나인 SATIPATTHANA(사티파타나)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SATI는 ‘Pay Attention’을 의미하고, UPA는 ‘Inside’, THANA는 ‘To Keep’을 의미한다. 이 의미를 합하면 계속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뜻이 된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마음챙김의 첫 단계다. 마인드 풀니스는 우리나라로 오면서 마음챙김이라는 말로 대체되었다.
명상 초급자를 위한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한국에서 명상은 아직 모호하고 생소한 개념이라는 게 확 와닿을 때가 있다. 명상을 무용(無用)한 행위로 치부하거나 종교적인 수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다. 또 명상을 생각하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모습’이 떠올라 시간 낭비 혹은 비생산적 활동이라고 여기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명상이 무가치한 행위, 불필요한 행위라는 해석은 단편적인 이미지에만 치중된 비약이다. 그런 편견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콘텐츠가 있다. 넷플릭스 다큐인 '익스플레인' 시리즈와 '헤드스페이스' 시리즈다.
뇌과학 관점에서의 명상 - [익스플레인 : 뇌를 해설하다] 시즌 1의 3, 4화
명상을 직접 해보기 전에 제대로 된 과학적 근거를 알고 싶다면, 뇌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마음챙김의 효과를 먼저 확인해보길 바란다. 넷플릭스의
시리즈는 필자도 즐겨보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다. 이 시리즈는 내용의 논리적 구성도 매력적이지만, 내용을 시각적으로 풀어나가는 장면들이 다채로워서 재밌다. 다큐멘터리의 지루한 측면을 줄이고 어려운 설명은 그림으로 풀어내어 이해하기가 쉽다. 그 중에서 ‘뇌를 해설하다’ 시리즈는 뇌와 관련한 재밌는 사실들을 소개한다. 시즌 1의 3화 <불안에 대하여>, 4화 <마음챙김>을 시청해보길 추천한다. 3화에서는 여러가지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과 치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또 스트레스가 실제로 몸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다. 4화에는 마음챙김의 대가인 밍기우르 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명상을 하면 뇌의 어느 부분이 자극되고,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밍기우르의 예시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마음챙김에 대한 알찬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다.
명상 간접 체험 콘텐츠 - [헤드 스페이스]의 ‘명상이 필요할 때’, ‘마음을 챙길 시간’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2010년에 만들어져 성장한 미국의 대표 명상앱이다. 공동 창업자인 리치 피어슨(Rich Pierson)과 영국의 불교 승려인 앤디 퍼디컴(Andy Puddicome)이 개인적 상처를 치유하고자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고, 서로의 재능을 살려 협업하게 됐다. 이들의 명상 콘텐츠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명상 초심자를 유저라고 가정하고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시도해볼 수 있다. 또한 헤드스페이스만의 온화하고 귀여운 표정의 캐릭터, 명상에 대한 경험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상상해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눈에 띈다.
이들의 목표는 명상의 대중화다. 넷플릭스 콘텐츠 또한 명상의 필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명상이 필요할 때> 시리즈는 명상의 경험적 측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콘텐츠다. 예를 들면 호흡법, 바디스캔, 알아차리기 등이다. 또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르게 보고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배워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내용과 딱 떨어져 글로는 부족할 수 있는 명상의 순간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차분하고 명확한 앤디 퍼디컴의 목소리는 그 분위기를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후 헤드스페이스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마음을 챙길 시간>을 공개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시청자의 생각과 선택이 스토리에 반영되는 것을 말한다. 그 예로 19년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블랙미러>의 밴더스 내치가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챙길 시간>도 시청자가 자신의 심리상태나 고민에 맞게 가이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일종의 AI 심리 상담, 명상 가이드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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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 때 (1)편에서는 셀프 케어 트렌드와 함께 마음챙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다. 시리즈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음 글에서는 1년 가까이 명상을 하면서 느낀점부터 스트레스 관리에 큰 도움을 줬던 앱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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