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첫 번째 파장. "작은 목소리를 위한 책을 만듭니다" - 웜그레이앤블루

“목소리는 모아놓으면 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글 입력 2022.08.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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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다양한 목소리에 주목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면

세상에 파장을 일으키는 힘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을 콘텐츠에 담을까요?

 

 

 

첫 번째 파장. 출판사 ‘웜그레이앤블루(warm gray and blue)’


 

웜그레이앤블루 출판사는 송재은, 김현경 두 명이 직접 글을 쓰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책을 만들고 있다. 2018년부터 함께 책을 만들고 있고, 느슨한 유대의 공동체 ‘패러슈트(Parachute)’라는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신간 《INK ON BODY》를 선보였던 웜그레이앤블루 출판사의 송재은 편집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책을 만드는 마음 / “작은 목소리를 위한 책을 만듭니다.”



질문 하나. 출판사 웜그레이앤블루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SNS 소개 글인 “작은 목소리를 위한 책을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송재은 편집자(이하 '송'): 한 사람이 가진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되게 작은 거잖아요. 하지만 그것들이 억압 받거나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작은 목소리를 위한 책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저희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로 쓰거나 만들어낸 것들을 에세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질문 둘. 서울 국제도서전 때 처음 봤을 때 출판사 이름이 되게 독특하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 첫 책 표지에 들어갔던 색깔 2가지, ‘웜그레이’라는 색이랑 ‘블루’라는 색이름을 합쳐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색이름 조합이라는 걸 처음에 눈치 못 채시면 다들 ‘앤(&)’의 위치가 어디인지 많이 헷갈리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질문 셋. 두 분이 글을 쓰고, 또 출판사를 꾸려나가고 계시는데요. 재은 님과 그리고 또 현경 님께서 생각하시는 책을 만드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계신가요?

 

: 책을 만들 때의 마음은 저희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요. 저희가 직접 쓴 글을 책으로 만들기도 하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만들 때는 사람들이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특이한 삶에 관해 이야기를 하거나, 어떤 주제에 관해서 '이게 왜 이렇게 이야기가 되기 힘들지.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 왜 사람들이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지' 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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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그레이앤블루의 송재은, 김현경

 

 


책 《INK ON BODY》 / “목소리는 모이면 힘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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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INK ON BODY》

 

 

질문 넷. 자연스럽게 이번 신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INK ON BODY》 역시 앞서 말씀해주신 마음을 담아 만들어진 책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은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게 되셨나요?

 

: 이제 타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되어 가는데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았어요. 이것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책을 함께 만드니까 책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기도 한데요. 현경은 본인이 타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성들의 타투에 담긴 이야기를 궁금해했다면, 저는 ‘우리가 타투를 말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에서 시작해서 사람들이 타투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갖고 있거나 잘 모르면서 편견이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마음으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다섯. 이 책을 만들 때 신경 쓰셨던 부분이 있다면요?

 

: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자, 라는 생각으로 인터뷰 질문들을 단순하게 구성했습니다. 인터뷰이에게서 일정 분량을 뽑아내려고 하지 않았고, 이야기가 빨리 끝나면 끝나는 대로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타투한 사람들의 주변 환경이 너무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 다른데, 그런 점들을 자연스럽게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읽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타투에 대한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자연스럽게 타투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면서 사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를 바랐습니다.

 

또 다양한 연령대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인터뷰이분들 중에서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타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발견해 나가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분들은 인터뷰에서 의미를 발견하시고 좋아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이게 타투 책이지만 제가 만들면서 느낀건 이 책이 타투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다른 삶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다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타인을 바라볼 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바라볼 때 어떻게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삶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철학이 담겨 있어요.

 

 

질문 여섯.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이 책을 실물로 독자에게 선보이셨죠. 거기서 기억에 남는 독자분들이 있으셨나요?

 

: 제가 기억에 남는 독자분은 30대 후반에서 50대 정도로 보였던 세 명의 남성분이에요. 보통 타투를 가진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가질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모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오히려 편견을 깨고 싶거나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 이 책을 더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하게 이 책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그 분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가지면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었어요. 소개하면 왠지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실제로 저희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셨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독자라고 하면 그분들 생각이 나요.

 

 

질문 일곱. 앞에 말씀해 주신 것과 결이 비슷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제 인터뷰 이름이 '파장'이에요. 재은 님께서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세상에 작은 변화를 끌어내는 파장을 일으킨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 현경과 제 생각이 다를 텐데, 어제도 친구들하고 이런 얘기를 했어요. 편견을 가지는 것. 저는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이 뭘 싫어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속 깊이 내가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고, 인정하기 쉽지 않고,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타투 하는 사람을 싫어할 수 있겠죠. 친해지고 싶지 않거나 혹은 가까워지기가 좀 그래, 이상하게 불편해, 이럴 수 있죠. 근데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고, 강한 표현으로는 혐오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 좋은 파장이라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거예요. 누군가의 삶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자기가 원하는 삶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얘기하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소수의 이야기라고 혐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힘이 없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제가 한몫을 한다면 작은 목소리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것을 혐오하는 목소리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타투를 하진 않았어도 '타투를 한 사람이 뭐가 이상해' 라고 같이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런 혐오가 나올 공간이 작아지는 거잖아요.

 

어떤 사람한테 혐오하지 마라, 하는 것보다는 ‘그게 뭐가 어때서?’라고 말을 해서 상대방이 혐오하려던 발언을 집어넣게 만드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함부로 타인에게 잣대를 휘두르고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당사자들에게 자신의 혐오를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목소리는 모아놓으면 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과 힘이 있는 것. 그리고 작은 목소리를 무시하고 폄하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못 괴롭히게 되는 것. 그 방식은 물리적으로 그 사람들을 막는 방법도 있지만, 좋은 목소리가 커지면 그런 건 자연스럽게 작아진다고 믿습니다.

 

 

너무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분명히 이 책이 그런 좋은 파장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저 또한 믿습니다.

 


   

콘텐츠와 미래 / “한곳에서 서로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같은 책”



질문 여덟. 《INK ON BODY》와 함께 읽으면 좋은 콘텐츠를 추천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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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헬로 스트레인저》 / 《심장이 수놓은 이야기》

 

 

: 저희 책 중에 《헬로 스트레인저》라는 ‘틴더’라는 어플에 대해 다룬 책이 있어요. 틴더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플에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있고, 그게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속사정을 잘 모르면서 그것에 대해 편견을 갖거나 금기처럼 얘기되는 걸 깨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INK ON BODY》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 그리고 《심장이 수놓은 이야기》라는 소설이 있는데요. 이 책에는 타투를 가진 사람들이 나와요. 자신의 몸에 새긴 타투의 비밀이 등장인물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힘과 위로가 되어 준다는 이야기인데, 그 《INK ON BODY》 속 인터뷰를 보면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얘기가 많아요.

 

내가 새긴 게 나를 위로하고 혹은 용기를 준다는 이야기. 그래서 타투를 별생각 없이 새겼어도 막상 새기고 나니까 이게 나한테 항상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 혹은 내가 이걸 새겼던 이유를 떠올리면서 힘과 용기를 얻는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타투에 대해서 느끼는 것, 그 중에서도 내가 이 타투를 통해서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그 점이 이 소설에서 나오는 내용과 비슷해서 이 두 가지 책을 같이 보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심장이 수놓은 이야기》는 타투와 상관없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지켜주는 어떤 대상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책이라 더욱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질문 아홉. 웜그레이앤블루의 앞으로 계획 혹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할 예정인데 저희가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거나 말하고 싶은 게 생기면 새로운 책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당장은 10월에 'UE100: 제14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에 참가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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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100: 제14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 포스터

 

 

: 목표라 한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책에 담겨 있는 작업에서 저는 특히 재미와 보람을 많이 느껴요.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책은 한곳에 모여 같이 서로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같잖아요. 꼭 책 안에서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고, 그렇게 한 방향의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되는 책 혹은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질문 열.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소감 간단하게 여쭤보면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요. 어떠셨나요?

 

: 아무래도 두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두 사람 마음이 항상 정확히 일치해서 같이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둘이라서 서로 시너지도 내고, 아닌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건데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둘이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할 수도 있고 또 저희를 아시는 분들은 현경의 목소리도 궁금하셨을텐데 제 목소리 위주로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꼭 다음에 좋은 기회로 두 분을 함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좋은 목소리를 아낌없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들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자유롭게 바깥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 더 잘 읽히고 제대로 보여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는 가는 곳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눈치 봐야 하는 곳이 아니면 좋겠다.

 

- 《INK ON BODY》 277쪽

 

 

  

추신. 웜그레이앤블루의 책들



책 《망가진 대로 괜찮잖아요》

: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우울한 감정을 느꼈을 때 도움이 되었던 것들-영화, 책, 음악-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편안해지고 싶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들춰보기에 좋다.

 

책 《일일 다정함 권장량》

: 송재은 편집자가 믿는 회복의 힘, 다른 사람한테 느꼈던 따뜻함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나는 1일 권장량 영양분을 섭취를 못 하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어 독자들이 하루하루 따뜻한 마음을 섭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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