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과 자랑 사이 [사(私)랑에 대하여]

ep. 1 : "미안해 내 사랑 너의 자랑이 되고 싶은데"
글 입력 2022.09.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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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사사로울 사)랑에 대하여'


 

사랑은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사랑은 아주 작은 것에도 깃들어 있어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죠.

 

그래서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이야기라도 잘 찾아보면 사랑이 있습니다. 꼭 진부한 로맨스가 아니여도 그렇습니다.

 

연인간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닌 것을 다들 아실 테죠.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 좋아하는 연예인을 향한 사랑, 친구를 향한 사랑, 아끼는 물건을 사랑하는 마음 등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즐겨 듣는 노래에서 사랑하는 구절을, 자주 먹는 술에서 사랑하는 맛을, 향수를 뿌린 팔에서 나는 잔향 따위를 사랑하는데요. 그렇게 자주 생각하며 곱씹다보면, 사랑을 심심치않게 마주하게 됩니다.

 

아무튼 사랑을 주제로 대화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주합니다. 그것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날에는 사랑을 생각하면 회의감이 몰려올 때도 있습니다. 끝도 없는 슬픔과 우울에 잡아먹히기도 하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처럼,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까요.

 

그래도 자주 사랑을 찾아내다 보면은, 사랑을 아주 잘 느끼고 또 주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만 같은 믿음은 가슴 한 켠에 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랑에 대한 감도가 떨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풍파에 깎여나가는 바윗덩이처럼, 무뎌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거든요.

 

필자의 첫 에세이자 총 6편으로 구성될 <私랑에 대하여>는 크고 작은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잃어버린 감도를 찾기 위한 여정이자, 제가 느끼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여러분들께서 사랑에 대해 잔뜩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기 위해, 여러분들께서 내어주신 소중한 시간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물들이겠습니다.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읽고 생각하기에 편안한 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글을 기고하는 것이 이번 에세이를 쓰는 저의 바람이자 마음가짐입니다. 

 

그러면 첫 에피소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p.1 사랑과 자랑 사이


 

우선 노래로 이번 글의 시작을 열어볼까 합니다.

 

 

 

 

노래 중간에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가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미안해 내 사랑 너의 자랑이 되고 싶은데

지친 하루 내 위로만 바래

날 믿는다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취한 한숨에 걸터앉은 이 밤

 

- <지친하루> 中, 월간 윤종신

 

 

저는 볼드체로 강조한 저 한 줄 때문에, 이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이토록 담백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란 쉽지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니까요.

 

사랑과 자랑. 생긴 것도 비슷한 두 단어는, 존중과 아끼는 마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훌륭하게 생각하는 것을 애정하고, 또 대단히 여겨 드러내는 일은 행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사전을 살펴보면,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풀이되어 있는데요. 결국 사랑과 자랑은 일상 속에서 충분히 겪고, 그 과정에서 만족과 기쁨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노래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위의 가사를 곱씹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면 상대에게 더 멋진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어하고, 또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 건 당연한 마음이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가 않아서, 늘 좋은 일만 있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기대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지배적이라 홀로 안고서 끙끙 대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후자인데요. 그런 시간을 겪고 나면, 한동안은 그 사람 앞에서 작아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저런 감정이 드는 것은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 열심히 돈을 벌어서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좋은 데이트도 하고, 특별한 날에는 좋은 선물을 건네어 주고, 사람들 앞에서 소개할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죠.  

 

물론 물질적인 거나 보여지는 것이 다는 아닙니다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해본 분이시라면 지금 이 말이 어떤 말이신지 아실 겁니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 더 잘해주고 싶은데, 여력이 되지 않아 속상한 그 마음이요.

 

사실 어떻게 매일 아름다울 수가 있겠어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을 하다 보면 이성은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많은 기대와 이상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거에요.

 

왜냐면, 사랑의 힘으로 함께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해와 다름을 존중하는 그 마음이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 당신은 당신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그 사람과 스스로에게도 유일무이한 자랑거리가 될 거에요.

 

 

이번에는 영화 속 대사 중, <사랑과 자랑>을 잘 담아낸 문장을 가지고 와봤습니다.

 

 

아가씨 치아.jpeg

 

 

여지껏 내 손으로 씻기고 입힌 것 중에 이렇게 예쁜 것이 있었나

 

- 영화 <아가씨> 中, 히데코를 향한 숙희의 독백

 

 

위의 문장은 영화 <아가씨>의 대사로, 숙희가 아가씨를 목욕시키는 장면에서 속으로 생각하는 말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사랑과 자랑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아끼고 예뻐하는 것이 유일무이한 것이라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욕구이니까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제껏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자랑스러운 적이 있었던 사랑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기억 조각을 하나 둘 맞춰보고, 반추해봅니다. 그랬던 사랑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랑도 있었을 테지요.

 

사실 이건 케이스의 문제라기보다는 한 사람과의 연애를 스펙트럼처럼 놓고 보았을 때, 양극단에 놓을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이 더 옳은 생각법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글 덕분에 저는 초가을의 밤에서 잠시 동안 제 사랑을 톺아볼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의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채로요.

 

그리고 묻습니다.

 

여러분들은 지난 사랑에서 어떠한 사람이었나요?

그리고 과거형이든 현재형이든, 사랑했던 이들 중 어떤 모습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셨나요?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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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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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화님의 첫 에세이 ‘사랑과 자랑 사이’ 잘 읽었습니다 :)
      우선 이런 주제로 곱씹어 생각을 해보게 될 시간이 생겨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순수하게, 고등학교 학창시절 아무 주어진거 없이 연애를 했을 때가 어렴풋 떠오르네요
      그 때야 말로 물질적, 현실적 고려없이 온전히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었을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물론 이후에 대학 입시라는 벽 앞에 놓여 저는 무엇보다 체감을 하고 현실적인 고려를 하였지만 제 마음만큼 상대방은 따라와 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좋은 대학, 좋은 커리어,, 각자가 더 잘 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의 갭 차이를 줄이는건 쉽지 않았어요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도피처로 그냥 대학입시라는 핑계를 댄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받는 과분한 사랑 만큼의 보답을 내가 그냥 ‘더 멋진사람,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서 자랑스럽게 해줘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마음 한켠으로는 그런 사랑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피했던 거같아요
      성인이 되어 지금 생각해보니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후에도 좋은 사람, 좋은 커리어, 능력 있는 사람애초에 준비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 내가 그렇게 갖춰 졌을때 상대방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사람으로 또, 그러한 위치에서 만나게 될 사람도 달라질 것이란 생각 하나로 제 목표와 야망을 가지고 달려 왔던것 같아요
      모순적이지만,, 요즘은 또 생각이 달라져서 오히려 학창시절 때 같은 순수했던, 온전히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하는 연애를 하고싶단 생각이 들어요 결국 그 외적인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구요,,
      서로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만 있다면 현실적인 부분이 중요하더라도 헤쳐 나갈수 있지 않을까요..?
      윤화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기대와 이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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