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즈와 국악의 이색 크로스오버. 공연 '유사과학'

글 입력 2022.08.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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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국악의 크로스오버 밴드 ‘신박서클’.

 

‘신박서클’은 색소포니스트, 가야금 연주자, 베이시스트, 드러머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2019년에 첫 발매한 ‘토폴리지’에 이어 작년에 두 번째 앨범 ‘유사과학’을 발매했다. 이번 공연은 정규 2집 음반 ‘유사과학’ 발매를 기념한 콘서트였고, 재즈라는 장르가 궁금했던 나는 잘 모르는 밴드였지만 공연을 보러 가게 됐다.

 

나와 재즈라는 장르는 가까운 듯 먼 당신 같은 존재였다. 일을 하거나 작업 등 집중을 요하는 일을 할 때 종종 배경음으로 재즈를 틀어 놨다. 손에 꼽을 정도긴 하지만 재즈바에 가서 음악을 들어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묘하게 친숙해지진 않았던 것 같다.

 

재즈의 매력을 알고 싶어서 조금씩 다가가고는 있지만 온전히 즐겼던 적이 없는 느낌? 그래서 묘한 거리감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스스로도 궁금한 상태로 보러 갔다.

 

 

2018_Jorney to korean music (4).jpg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게 좋았던 시간이었다.

 

역시,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큰 요소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미리 유튜브에서 ‘유사과학’ 음반 전체를 듣고 갔었는데 음원으로 듣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것은 정말 확연히 달랐다.

 

음원과는 다른 날 것의 소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런 요소들이 합쳐지니 악기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소리들이 더 잘 들려왔다. 그 덕분에 크로스오버 그룹이라는 매력 또한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을 보다가 가장 신기했던 점은 한 악기만 집중되어 들리는 것이 아닌, 모든 악기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점이었다. 종종 밴드 사운드를 듣다 보면, 특정 악기 소리만 유독 들리거나 아니면 특정 악기 소리가 아닌 전체 조화로운 소리만 듣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달랐다.

 

예를 들어, 색소폰 소리에 집중해서 듣고 있다가 ‘이게 무슨 소리지?’ 생각이 들며 뒤를 받쳐주고 있는 베이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가, 색다른 소리를 내는 가야금이 들려오고, 이어 박자를 맞추는 드럼에 집중한다.

 

이렇게 각 악기마다 한 번씩 귀를 기울이게 됐고, 그 악기만이 가진 소리의 매력이 확 다가왔다.

 

 

2021_불안한 신세계_ⓒ여우락페스티벌 (2).JPG

 

 

그중에서도 놀랐던 악기는 2가지였다. 가야금과 베이스.

 

먼저, 가야금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가야금 연주를 이렇게 집중해서 직접적으로 들어봤던 것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극 드라마에 잠깐 나오는 장면이나, 유튜브로 캐론을 연주하는 영상 짧게 본 정도로만 접했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실제로 재즈 장르에 맞춰서 연주하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우리 전통 악기가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생경한 느낌이었다. 다른 서양 악기들과는 다른 음감이 튀는 듯 안 튀는 듯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워서 악기 하나만으로도 느낌의 변주를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중간에 솔로곡을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가야금이 가지고 있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묘하게 묻어 있는 구슬픈 소리를 온전하게 들려주어서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게 했다.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이렇게 매력적이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무대였다.

 

 

2021_불안한 신세계_ⓒ여우락페스티벌 (4).JPG

 

 

베이스 같은 경우에는, 악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는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는 베이스 소리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껴보진 못했었다. ‘베이스’라는 악기의 이름처럼 음악을 받쳐주는 소리라서 ‘단조롭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다른 악기의 화려한 연주에 묻혀서 주목받지 못하는 포지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이게 베이스의 소리구나!’를 처음으로 제대로 인지했던 것 같다.

 

색소폰 연주에 집중을 해서 보던 중에 둥.둥.둥 하는 느낌의 무게감 있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을 때 ‘이게 무슨 소리지?’하면서 처음으로 베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때 낮은 무게감의 단조로운 악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편견이구나를 깨닫게 됐다.

 

실제로 집중해서 들어보니 무거운 소리만 있던 게 아니었다. 묵직한 소리를 기본으로 때때로 경쾌하고, 때때로 밝은 느낌의 연주들을 보며 생각보다 낮은 소리 안에서 다양하게 음이 놀고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것은 베이시스트 서영도님의 관록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음악을 가지고 놀면서 밴드를 주도적으로 통솔하는 느낌이 합쳐지면서 들었던 생각인 것 같은데, 이렇게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2).JPG

 

 

악기와 밴드 음악도 굉장히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연주자들의 생동감이었다.

 

온몸으로 음악을 느끼고 있는 듯 열정적인 연주와 음악에 빠져있는 듯한 표정, 그리고 중간중간 멤버들끼리 눈빛을 교환하고 웃는 등 교감하는 얼굴. 그러한 기분 좋은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도 음악과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같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공연을 하고 있는 ‘저들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궁금증이 생기면서, 나도 저들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히 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신박서클’이 가진 에너지와 실력, 좋은 노래 덕분이었을 것이다. 장황하고 사소한 과학과 미신을 담아낸 2집 앨범 ‘유사과학’ 발매 기념으로 진행된 공연이니만큼 수록된 곡 ‘밀실의 선풍기’, ‘사카린’, ‘해독’, ‘피톤치드’ 등을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모든 곡이 좋았지만, 유독 ‘사카린’이라는 노래가 귀에 남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찾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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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말미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신박서클’의 뜻이 ‘신박하다’의 ‘신박’을 활용한 것이 아닌 밴드 멤버들의 성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색소포티니스트 신현필의 ‘신’,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의 ‘박’, 베이시스트 서영도의 ‘서’, 드러머 크리스티안 모란의 ‘클’에서 따온 ‘신박서클’이었다.

 

재즈와 국악이 크로스오버된 그룹이라서 당연하게도 새롭고 놀랍다는 의미의 ‘신박하다’에서 따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도 나름 색다른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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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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