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마 미술관을 여행하는 관람객을 위한 안내서 - 그림들 [도서]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글 입력 2022.08.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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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면 그곳은 분명 필수 관광코스다. 미술에 관심이 없어도 꼭 방문하고 싶다. 평소에 미술작품에 관심이 있었든 없었든 여행 계획에 박물관과 미술관 하나는 꼭 들어간다.

 

그런데 막상 미술관에 들어가면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들어본 작가, 유명한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짧은 설명을 읽는 걸로는 가득 채워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 감상이 아니라 관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림들-표지띠지_웹크기.jpg

 

 

<그림들>은 당신의 관광을 감상으로 바꿔줄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책의 출판 배경을 밝혔다.

 

 

유명한 작품이라는데 왜 유명한지 모른 채 패스, 눈길 끄는 작품이 있어도 뭘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서 패스. ‘직접 눈으로 봤으니 됐다.’ ‘사진으로 남겼으니 됐다.’ 이렇게 스스로 위안해 보기도 하지만 그림을 보고도 뭔가 더 채워진 게 아니라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술관 도슨트북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 <그림들> 中

 

 

<그림들>의 저자 'SUN 도슨트'는 미국 현지의 미술관 도슨트다. 활동 중인 도슨트가 저술한 뉴욕현대미술관 MoMA(Museum of Modern Art)(이하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이 사실만으로 현장감이 전해지는 듯하다. 저자는 모마 미술관에서 꼭 감상해야 할 16개의 작품을 골라 집중적으로 다뤘다. 반 고흐, 모네, 달리, 마그리트, 앤디 워홀 등 어디서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도슨트를 듣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림들>의 감상 포인트 두 가지를 꼽아 보았다.

 

 

 

POINT 1. 작품을 설명하는 특별하고 유연한 흐름



무엇보다 <그림들>이 작품을 소개하는 흐름이 좋다. 독자가 작품과 친해질 수 있도록 최대한 고민하고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가장 먼저 실린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예로 들면 이렇다. 첫 번째 장에는 작품이 모마 미술관에 전시된 배경을 설명한다. 작가 반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데, 이때 비슷하게 밤하늘을 그린 다른 작품과 그 밤하늘의 배경이 된 마을을 소개한다. 이후 사람들의 다양한 감상에 대해 언급하고, 반 고흐의 편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그의 정신세계를 설명한다. 작품에 얽힌 이야기에 이어서 균형미, 붓 터치, 드로잉 등 작품의 표현 방식에 대해서 쉽게 설명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레 <별이 빛나는 밤>의 내용과 형식을 전부 알게 되어 작품과 친해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림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흐가 살아생전 갈등을 겪었던 폴 고갱의 작품과 나란히 걸려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술관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점까지 알려준다.

 

이처럼 <그림들>은 그림에 대한 표면적인 설명 외에도 모네가 미술관에 요구한 전시 조건을 그대로 갖춘 모마 미술관 사진이나, 많은 이들이 마크 로스코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 프리다 칼로의 <풀랑-창과 나>가 거울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이유 등 작품과 미술관에 숨겨진 흥미로운 점들을 콕콕 짚어준다. 작품만 보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비밀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작품과 친구가 되어 있다.

 

 

 

POINT 2. 현장감


 

미술관 관람을 하다 보면 작품을 담은 액자와 미술관 내 작품의 전시 위치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작품 자체만 볼 때보다 ‘왜 이 액자를 선택했을까?’, ‘왜 이 자리에 배치했을까?’ 같은 질문이 더해져 감상이 더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액자와 전시 위치까지 포함해서 관람하는 것은 미술관 현장 관람객만의 특권이다.

 

이러한 특권을 <그림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누릴 수 있다. 작품 이미지뿐 아니라 액자에 담겨 모마 미술관에 전시된 그대로의 작품 이미지도 수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림의 실제 크기를 가늠할 수 있고, 그림이 어느 작품 옆에 배치되었는지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액자에 비친 모마 미술관 전경이나 그림자까지 보여 현장감 넘치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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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책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작품 이미지뿐만 아니라 작품이 걸린 모마 미술관 현장 사진과 그 작품을 구경하는 관람객들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는 것이었다.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지만 그 앞에 서서 작품에 푹 빠져 있는 관람객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해져 어떨 때는 그 작품에 괜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림들>은 바로 이런 미술관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저자가 도슨트 중 우연히 마주쳤다는, 모네의 <건초더미>를 보고 있는 BTS의 리더 RM의 뒷모습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다가 해당 작품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순식간에 그 현장으로 들어가 작품 앞에 서 있게 된다.

 

 


'미알못(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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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림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가는 '피에트 몬드리안'이다. 검정선과 빨강, 파랑, 하양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그림 <파랑과 빨강의 구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게 대체 왜 유명한지, 사람들은 이 그림을 왜 극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다는 걸 안다는 듯이 책의 저자는 이해하기 쉬운 그림과 말로 몬드리안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다.

 

모든 사물의 본질을 보편적으로 그리겠다는 몬드리안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바로 몬드리안에 대한 설명을 쏟지 않는다. 대신 몬드리안과는 관련 없는, 위에서 내려다본 나무 일러스트와 정면에서 바라보는 나무 일러스트를 보여준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나무를 나무의 본질로 여기지만 사실은 사람에 따라, 그들의 인식에 따라 나무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다고 말하며 그렇다면 '보편적인 본질'은 무엇일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고 나서 몬드리안이 집중한 것이 바로 이런 '사물의 보편적 본질'이라고 말하며 자연스레 작품 이야기로 넘어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몬드리안이 생각하는 사물의 보편적 본질은, 형태적으로는 수직과 수평이고, 색면으로는 빨강, 노랑, 파랑이라고 말한다. 마침내 몬드리안은 자신의 작품으로 보편적 본질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신조형주의'라고 불리는 몬드리안의 위대한 격자무늬이다.

 

- <그림들> 中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몬드리안의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이어서 몬드리안의 작품에 곡선과 대각선이 없는 이유까지 읽고 나면 간단해 보였던 작품이 무얼 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바로 이런 점이 <그림들>의 배려심 있고 섬세한 방식이다.

 

작가는 이 책이 미알못(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슨트북이라고 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그림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을 이해하기 쉽고 다가가기 편한 말들로 설명한다. 어렵기만 했던 현대미술이 재밌게 느껴질 정도다. 교양이 쌓였다는 귀여운 지적 허영심은 덤.

 

<그림들>을 통해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모마 미술관의 현장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컬쳐김지은.jpg

 

 

[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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