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쩌면 예술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 – 전시 ‘바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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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친구들과 함께 노들섬 복함분화공간에서 진행 중인 전시 ‘바티망’을 관람하러 떠났다.
비가 하루 종일 왔던 날이라 이동하는 데에 조금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헤매지 않고 잘 도착했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날, 같이 가는 친구가 ‘바티망이 무슨 뜻이야?’라고 물어봐서 프랑스어로 ‘건물’을 뜻한다고 말해줬다. 내 경우엔 보도자료를 먼저 읽긴 했지만 여전히 궁금함 그 자체인 전시였다.
다른 전시와 어떻게 다를지 기대되기도 했다.
(좌) 비행기(El Avión ,2011)
(우) 야간 비행(Night Flight, 2015)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준 건 비행기 안에서의 바깥 풍경이었다.
‘enjoy your flight’이라는 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신기하게도 사진이 아닌 영상작품이어서 홀린 듯이 바라봤던 것 같다. 왼쪽은 파란 하늘과 대조되는 하얀 구름이 돋보이는 낮의 풍경이었고, 오른쪽은 새카만 어둠과 빌딩들의 빛이 어우러진 밤의 풍경이었다.
문득 여행을 갈 때,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순간이 떠올랐다. 어느 때보다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임과 동시에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다.
여행지에 가서 어떤 곳을 갈지, 어떤 걸 먹고 같이 가는 일행과 어떤 소중한 추억을 쌓을지 마구 상상하게 되는 순간의 찰나. 전시를 통해 행복한 기억의 파편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교실(Class Room, 2017)
다음은 가장 신기했던 공간이자 작품인 ‘교실’이다.
나는 처음에 이 공간을 보고 중간이 투명한 벽으로 막혀있는 줄 몰랐다. 당연히 옆으로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뭐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왼쪽의 공간에 놓인 의자에 앉아 벽을 보면, 반대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시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지, 이 공간을 구상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것일까? 같이 간 친구는 학교의 과거와 미래를 이런 공간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했다.
난 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학생이었을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 봤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새삼 꽤나 많이 성장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잃어버린 정원(Lost Garden, 2009)
이 작품도 굉장히 신기해서 기억에 많이 남았었다. ‘잃어버린 정원’이라는 게 정말 정원을 잃어버렸다는 말인지, 아니면 정원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말인지 궁금했다.
반대편을 바라보면 여러 창문에 내 모습이 비쳐 보이는데,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너무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이 안에 있는 풀들은 실제 풀인지도 궁금했다.
친구들과 신기해하며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남겼던 공간이었다.
바티망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아니 참여했던 작품인 ‘바티망’.
전시 동선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보니, 내려오기 전 의도치 않게 먼저 봤었다. 근데 정말 깜짝 놀랐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곤 사람들이 ‘진짜’ 건물에 매달린 줄 알고 착각을 했던 것이다. ‘위험할 것 같은데 괜찮은가?’라는 생각이 들 무렵 시선을 내리니 거대한 파사드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이었다.
2층의 작품을 모두 보고 1층으로 내려가 직접 체험해 보았다. 직원분들께서 ‘바티망’은 체험형 작품으로, 파사드 안에 들어가 착시효과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보면서 직접 체험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파사드에 앉고, 눕기도 하는 등 마음껏 전시를 즐겼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원피스를 입었던 탓에 생동감 있는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서로 거대한 거울을 보며 웃고, 좋은 시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전시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웠지만, 노들섬 자체에 편의 시설이 많이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목이 말라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코로나 여파인지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만 있을 뿐 음료를 파는 곳은 없었다. 음식점도 대략 3곳 정도라 선택지가 굉장히 좁았다. 하는 수 없이 역 근처 번화가를 찾아가야 했다.
전시를 위해 이 곳을 찾으려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김민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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