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밤의 여왕, 자스민(Jasmine)

자스민에 관하여
글 입력 2022.08.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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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에 관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향수에서 가장 중요한 꽃은 장미일 것이다. ‘장미 없는 향수는 입맞춤 없는 사랑’이라고 표현한다니 향에 있어서 장미의 중요도와 상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될 만 하다.

 

그러나 장미가 향수에서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꽃이라는 것이 꼭 ‘유일하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향기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고 긴 시간 동안 인류는 많은 꽃들을 탐구하고 재배해왔다.

 

그들은 각자의 매력과 이야기를 지니고 향을 통해 우리 곁에 머문다. 그러나 장미와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고 상징적인 꽃은 단 하나일 것이다. 장미만큼 다양한 향수에 쓰이며 우리 곁의 가까운 꽃, 자스민(Jasmine)이다.

 

장미와 마찬가지로 자스민 또한 수백가지 종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향수에 쓰이는 자스민은 딱 두 종류이다. 자스민 삼박(Jasmine Sambac)과 자스민 그랑디플라룸(Jasmine grandiflorum)이다. 자스민 그랑디플라룸은 향긋한 꽃 내음과 함께 신선하고 가벼운 풀 내음이 섞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스민 삼박은 그 보다 더 묵직하고 달콤하여 햇빛 같은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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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자스민을 ‘밤의 여왕’이라고 부르는데, 한낮보다 밤에 자스민의 향이 가장 강해지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자스민은 이러한 특성과 달콤한 향 때문에 사랑과 연관지어지곤 했다. 힌두교에서는 에로스와 비슷한 신 ‘Kama’가 존재하는데, 그가 지닌 화살의 끝에는 자스민이 달려 있다고 전해진다.

 

자스민은 아주 이른 새벽에 수확하는데, 이 또한 자스민이 밤새 향기 물질을 가장 풍부하게 머금은 순간인 새벽을 지나게 되면 낮 동안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꽃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한 송이 송이 기계가 아닌 손으로 수확하는 과정은 고되고 까다롭다고 한다.

 

이렇게 수확된 자스민은 용매 추출법을 이용하여 우리가 사용 가능한 형태로 향을 모으게 된다. 과거에는 얇게 펴 바른 지방 위에 꽃을 올려놓는 냉침법(enfleurage)를 이용해 향을 추출했다. 영화 <향수>에서도 냉침법을 나타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단가나 실용성 등의 문제로 현재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잘 휘발되는 화학적 용매를 이용한 휘발성 용매 추출법(Volatile solvent extraction)을 주로 이용한다. 추출된 자스민 앱솔루트는 굉장히 고가에 판매되는데, 그 이유는 장미처럼 낮은 수율에 있다. 약 600g의 자스민 앱솔루트를 얻기 위해서는 자스민 800kg이 필요하다.

 

이때 자스민 1kg 당 약 8000개의 꽃송이가 필요하니 600g의 앱솔루트를 위해서는 640만 송이의 자스민 꽃이 필요한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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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스민 향수에 실제로 자스민 앱솔루트가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품의 단가라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마냥 천연만을 고집할 수 없는 법이다. 따라서 각각이 모이면 자스민 향이 나는, 자스민을 구성하는 화학물질들을 조합하여 원하는 자스민 향을 만들어낸다. 이때 자스민을 대표하는 핵심 두가지는 인돌(indole)과 헤디온(Hedione)이다.

 

인돌을 단독으로 맡을 때 사람들은 나프탈렌, 지린내, 심하면 분변 냄새를 느낀다. 향이 아닌 악취에 가까운 표현이다. 그러나 소량 섞이는 순간 향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인돌의 매력이다. 자스민 특유의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향이 바로 인돌에서 나온다. 실제로 배설물 향의 구성성분으로 인돌이 존재하는 만큼 그 향은 우리에게 거친 동물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다.

 

헤디온은 1962년에 특허가 등록된 성분으로 신선한 흰 꽃 향기가 나며 자스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성분 중 하나일 것이다. 헤디온의 특징으로는 포슬포슬한 느낌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그것이 묵직하거나 답답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향을 맡아보면 향이 가볍게 느껴진다.

 

여기서 가벼움이란 단순히 시원한 향 혹은 지속력이 좋지 않은 향 같은 가벼움과는 조금 다르다. 코 안에서 가벼운 구름 같은 뭉게뭉게 한 질감이 느껴진다. 자스민의 부드러운 우아함에는 헤디온의 몫이 아주 클 것이다. 심지어 사랑을 연상시키는 자스민답게 헤디온의 뜻은 ‘쾌락/기쁨’이다. 헤디온의 등장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제품들에서 이 향료를 써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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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은 왜인지 싸구려 향이라는 오명을 쓴 경우가 많다. 무언가 싸구려 향수 같은 진하고 묵직한 꽃 내음이 날 것 같다는 인식도 있고, 중국집에서 물 대신 나오는 자스민 차가 떠올라 저렴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고급 말리화(자스민의 한자)차가 존재하듯 질 좋은 자스민은 단순히 하얀 꽃 향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복잡하고 깊은 향을 품고 있다. 아주 부드러운 우유 같으면서도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향이다. 자스민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순간, 더 넓은 향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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