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명사입니다

'나'라는 인생 사전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중입니다.
글 입력 2022.07.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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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고유명사


 

“안녕하세요. 저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고유명사 최아정입니다. 왜냐고요? 저는 유일무이(唯一無二) 하거든요”

 

면접장에 들어선 내 목소리가 경쾌하다. ‘자기소개해 보세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최대한 자신감 있는 어투로 내 소개를 한다.

 
그렇다. 나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명사다. 어렸을 때는 나를 설명하는 단어와 문장들이 적었으나, 나이를 하나 둘, 먹으며 여러 가지 경험들이 하나의 이력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 그 경험들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간에.


나는 어린 시절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항상 새로운 걸 배우기 좋아하고 욕심도 많은 아이였다. 음악(바이올린, 피아노, 플루트), 속셈학원, 웅변학원은 물론 나중에는 책을 빨리 읽는 법을 배우고 싶어 엄마에게 속독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엄마는 항상 내가 배우고 싶다는 걸 다 가르쳐 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 집이 잘사는 축에 속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엄마는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고, 본인이 조금 덜먹고 덜 써가며 학원비를 내주고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은 나이에야 알았다.


그러니까 나를 정의하는, 내 인생 사전 속에는 늘 ‘할머니’와 ‘엄마’가 따라다녔다. 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들이다. 외할머니는 내가 중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나를 키워주셨고, 엄마는 내게 무얼 하든 간에 할 수 있다, 잘 한다라며 나를 격려해 주곤 했다.

 

그래서일까.

 

나의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근거 없이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의 원천에는 늘 엄마와 할머니가 있었다.

 

 

 

미칠 때까지 미쳐라


 

‘미칠 때까지 미쳐라’는 내 좌우명이자 나를 정의할 수 있는 한 줄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열정’ 또 다른 말로는 ‘확고함’ ‘확신’이라는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다.

 

학생이었던 나는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보단,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일찍이 했다. 그리고 그 해답을 빨리 찾아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며,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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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나는 고교 시절 60여 개의 백일장과 공모전에 참여했고, 매 순간마다 진심을 담아 글을 썼다. 나는 글쟁이였으니까.

 

특히 글을 쓰러 지방에 내려갈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는 낯선 곳을 다니는 게 무서웠는데, 계속 다니다 보니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또 여행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고등학교 삼 년 내내 꾸준히 글만 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곧 확신으로 변했다.

 
덕분에 나는 글쓰기 특별 전형으로 대학교에 진학했고, 학업과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조금 더 시야를 확장시켰다.

 

 


때론 미쳐도 안 되는 게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꽤 오랫동안 언론고시를 준비했었다.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도 안 되는 게 있었다. 언론고시가 그랬다. 많게는 수백 대 일, 수천 대 일을 뚫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나는 그저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좋아 방송일을 꿈꿨을 뿐인데. 왜 꿈에 못 다가갈까.

 

 

‘안 될 거다, 포기해라,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점수를 조금 더 높여서 대기업에 지원해라’

 

‘여자는 나이 제한이 있다 너무 늦은 것 아니냐’

 

 

무수히 많은 말들이 바늘처럼 가슴을 콕콕 찌른 적도 많았다.

 

수 천 개의 방송사 중에서 내 자리는 없는 것일까. 매일 생각을 뻗어 나가며 잠을 못 이뤘다. 그동안 하고 싶은 건 꼭 이뤘는데,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느린 것 같아 조바심이 났었다.

 

 


흔들리지 않는 풀꽃처럼


 

언젠가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의 대사를 들으며 마음을 다 잡은 적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동백이가 이야기한다.

 
행복을 수능 성적표처럼 생각해 남들이 줄 세워 놓은 표를 멍하니 올려다보며 나는 어디쯤인가 어디 껴야 하나 올려다볼 때가 있었다고. 하지만 올려다봐야 답도 안 나오는 거 내 점수는 내가 매기면서 살면 되는 거라고.

 

동백이의 대사를 들으며 손에 힘을 꽉 주며 나는 내게 힘을 내보라고 읊조렸다. 그 뒤로 나는 뭔가 더 단단해졌다.

 

나는 힘들 때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를 나지막이 읊는다. 풀꽃이란 단어에서 풍기는 강인한 느낌이 좋다. 화려하게 예쁘지는 않지만 세찬 바람과 비에도 지지 않고 땅 위를 뚫고 나오는 힘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 내려고 하는 추진력, 용감하고 담대했던 모습, 내 행동들이 오버랩되어 영화 속 프레임처럼 스쳐 지나갔다.

 

풀꽃의 이미지는 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 잠시 바람 같은 상황에 흔들려도 금방 심호흡을 하며 일어난다. 그게 나다.  좌절하고 넘어질지언정 실패한 나도 결국엔 내 모습이니까.

 

내 인생그래프는 주저앉은 적이 더러 있었지만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면 되지라는 다짐이 묻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풀꽃처럼, 나는 꽤 많이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일들을 폭넓게 쌓아왔다. 웹, 앱 기획자, 화면 해설 작가, 더빙, 유튜브 작가, 에디터 등 여러 업무를 하며 나만의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글이 있었다.

 

 


여러 수식어를 품고 있는 에디터


 

나는 여러 수식어를 담을 수 있는 에디터이고 싶다.

 

재밌는 에디터, 글 잘 쓰는 에디터, 유일무이한 에디터 등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동안 글에 관련한 직업군을 가졌었지만 오롯이 글을 통해 전달되는 직업은 영상도, 소리도 아닌내 생각이 담긴 ‘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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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업으로 글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글’에 집중하고 귀 기울일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매일 글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속독(빠르게 책을 읽는 기술)을 하기 위해서는 꼭꼭 씹어 정독을 해야 되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을 나를 보고 ‘매일 글을 쓰는데 굳이 또 다른 활동을 하냐’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각각의 플랫폼에서 다른 색깔의 내가 되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흘러가는 생각과 일들을 글로 갈무리해 두는 건 꽤나 매력적이다.

 
현재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으로 쪽글을 쓰며, 문화 예술 사이트 ‘아트인사이트’의 오피니언 에디터의 일원으로 또 영화, 드라마(OTT) 프리랜서 기자 활동들을 하고 있다. 미래를 향해 더 뻗어 나가는 청사진을 그려보며.

 

 

   

내 인생 사전은 ing 현재진행형이다


 

내 인생 사전 속, 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정의된 모습을 요약해 보면. 열정 가득한 사람,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걸 꼭 해내고 싶어 하는 사람, 때론 좌절도 하지만 다시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 절망보다는 희망적인 사람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나’라는 모습을 펼쳐 놓고 보니 꽤 많은 모습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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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내 인생 사전에 ‘나’라는 단어를 의미하는 뜻과 정의는 계속해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나’라는 단어가 몇 개로 정의될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한 실패하고 좌절하는 과정 모두도 ‘나’ 최아정이라는 고유명사를 소개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들이라는 것이다. 나라는 고유명사 속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테니까.

 

앞으로 정의될 내 모습을 기대해 보며 인생 사전 속 ‘나’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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