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Happy Together(春光乍洩) [영화]

글 입력 2022.07.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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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이 영화를 다 보고 제목이 역설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사랑은 함께해서 행복하지 않았다.

 

아휘(양조위)와 보영(장국영)은 한 스탠드에 그려진 폭포를 보기 위해 홍콩과 정반대인 아르헨티나로 떠나왔다. 스탠드 속 폭포는 이과수 폭포로 아휘와 보영은 찾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차가 고장 나고 그들의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서로 등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관계다. 그러다가도 누군가 고개를 돌리면 상대는 다른 곳을 향해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아휘는 일하고 돌아오면 보영이 그 자리에 있을까 불안했고, 보영은 자신의 자유를 억제하려는 아휘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보영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어쩌면 여우같은 사람이다. 그런 보영을 사랑하는 아휘에게 남은 것은 상처들뿐이다. 나는 영화가 흐를수록 보영이 진심으로 아휘를 사랑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조차도 보영이 곧이라도 아휘를 떠날 거 같은 느낌을 받았고, 아휘의 사랑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들었다.  나도 이렇게 불안한데 사랑하는 사람인 아휘는 얼마나 더 불안했을까. 아휘가 여권을 숨겼던 감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이란 정말 모르겠다. 한 사람은 그 사람의 시선, 행동 하나하나 신경을 쓰며 모든 것을 주지만, 한 사람은 모든 것을 받아도 받을게 남아 있다는 듯 행동을 한다. 그리고 모든 걸 준 사람이 지쳐 떠나면, 눈물로 그리워한다.

 

정말 모르겠다.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보영은 아휘에게 요구만 했을까. 그리고 아휘는 왜 사랑이라는 그림자 뒤로 보영을 수용했을까. 불공평한 사랑이다.

 

보영과 아휘보다 나는 아휘와 장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후에 보영은 아휘가 떠난 집에 지내며 담배를 정리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었다. 반면 장은 미세한 청각으로 아휘에게 어깨를 내밀어주었다. 사실 나는 아휘가 장을 선택하기를 바랐다. 장의 감정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연인관계는 장과 아휘가 더욱 가까웠다. 보영과 아휘의 관계는 영락없는 부자였다.

 

아휘는 보영과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이과수 폭포를 혼자 마주한다. 아휘는 이과수 폭포에 나란히 있을 보영을 상상해왔지만 현실은 홀로였다. 내 생각엔 아휘만의 이별 여행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보영으로부터 지친 마음과 장으로부터 얻었던 위로로 다시 내딛는 것이다. 보영이란 덫 안에서. 아휘는 보영과 같이 오지 못한 것에 슬퍼하지만, 슬픔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이과수 폭포 표면에 흐르는 물처럼 천천히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영에 대한 감정은 던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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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년 전부터 아르헨티나 앓이를 하고 있다. 시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 이제는 아르헨티나라는 이름조차 나에게 아름답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해피투게더는 아르헨티나 맛보기와 같은 영화였다.

 

탱고바, 슈퍼, 다리, 버스. 영화가 개봉한 뒤로 시간이 꽤나 흘렀겠지만, 그 정취는 아직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르헨티나에 가서 그 자리에 있었던 보영과 아휘를 느껴보고 싶다. 어쩌면 그 장소에서 보영과 아휘를 더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해피투게더를 그저 퀴어영화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명작이다. 영화를 보기 전 퀴어영화라고 인지하고 봤던 내가 보영과 아휘의 상황에 몰입하면서 그저 사랑을 담고 있다는 것을 물 흐르듯 깨닫게 되었다.

 

사랑 앞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사랑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랑이 이해 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보영과 아휘의 관계처럼. 아무튼 두고두고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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