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극과 로맨스의 공통점 - 썸머 필름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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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과 로맨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근엄하고 진지한 분위기와 알콩달콩 하고 간지러운 분위기. 흑백과 컬러. 죽음과 사랑. 두 장르는 생각할수록 거리감만 느껴질 뿐, 전혀 공통점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떠한 장르 아래에서는 시대극과 로맨스도 교집합을 보여준다. 바로 청춘물이다. <썸머 필름을 타고!>는 청춘이라는 다리에서 사무라이 영화와 로맨스 영화가 만나는 지점을 그려내는 영화다. 아. 다른 장르도 하나 더 있지만, 이것은 조금 뒤에 알아보자.
주인공 '맨발'은 사무라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다. 친구들과의 아지트에 사무라이 포스터를 붙여둘 정도로, 끊임없이 사무라이 영화의 어떤 점이 좋은지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무라이 영화에 푹 빠져 있다.
맨발은 영화 동아리에서 <무사의 청춘>이라는 사무라이 영화를 찍고 싶지만, 한 해에 동아리 예산으로 제작해서 축제날 상영할 수 있는 영화는 한 편뿐. 동아리원들이 모두 <무사의 청춘>이 아닌 로맨스 영화 <사랑한단 말 밖에 할 수 없잖아>를 찍는 데 표를 던지면서 맨발의 꿈은 좌절된다.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한다는 대사만 주고받는 로맨스 영화를 보며 영 못마땅해 하던 차, 맨발은 혼자서 찾아간 사무라이 영화제에서 린타로를 마주한다. 자신이 생각해 놓은 <무사의 청춘> 주인공의 모습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린타로를 본 맨발은 자신의 영화를, <무사의 청춘>을 찍기로 결심한다.
친구들과 아르바이트해서 촬영을 위한 돈도 벌고, 스탭들과 서브 주인공까지 모두 섭외했건만. 린타로는 계속해서 맨발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한다. 린타로 역시 맨발 못지않은 사무라이 영화 광팬이면서, 왜 정작 사무라이 역할은 안 맡으려고 하는 걸까? 지속적인 거절 끝에 맨발은 린타로가 주인공을 맡지 않는다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결국 린타로는 제안을 승낙한다.
촬영은 순조롭지 않듯 순조롭게 흘러간다. 수많은 테이크를 거치며 맨발과 린타로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차리지는 못한 채로.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 영화 같지만, 린타로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을 기점으로 영화는 청춘 로맨스 'SF' 영화로 변모한다.
린타로는 자신이 영화가 사라진 미래에서 왔으며, 혹시나 자신이 주인공을 맡으면서 현재와 미래가 왜곡되는 '타임 패러독스'가 생길까 봐 맨발의 제안을 거절해 왔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타임 패러독스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린타로가 촬영이 끝나면 미래로 돌아가야 하고 미래에는 영화가 없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맨발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래도 결국 우여곡절 끝에 촬영은 막을 내리고, 편집이 시작된다. <무사의 청춘>은 축제 당일 <사랑한단 말 밖에 할 수 없잖아>와 함께 상영할 수 있게 됐다. 맨발은 로맨스 영화를 찍은 카린과 동아리방에서 영화를 편집하다 둘이서 로맨스 영화를 보는데, 이때 어떠한 깨달음을 얻는다.
로맨스 영화가 반드시 상대방에게 직접 마음을 전달하면서 끝이 나듯, 사무라이 영화는 반드시 상대방과 직접 결투를 해야만 끝난다는 것. 정말 극명하게 달라 보이는 두 장르는 결국 서로가 서로의 진심을 표현해야 결말이 나온다는 점에서 같다. 맨발은 상영회에서 <무사의 청춘>을 트는 도중 즉석에서 다시금 영화의 결말을 수정하며 린타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영화의 줄거리와 포스터의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썸머 필름을 타고!>는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 영화다. 린타로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을 보면 SF 영화고, 맨발과 린타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까워지는 장면을 보면 로맨스 영화다. 기본적으로 맨발이 촬영하는 영화는 시대극이고 말이다.
청춘은 결코 한 가지 장르만으로 기록되지 않기에, 나는 이 영화를 크게 맨발과 친구들의 청춘의 한순간을 포착하는 '청춘 드라마'라고 정리하고 싶다. 로맨스와 시대극이라는 장르가 함께 빛나고 있는 맨발의 청춘. 그리고 여기서 청춘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드는 SF라는 장르.
<썸머 필름을 타고!>가 정말 매력적인 청춘 영화로 보이는 이유는 SF 요소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린타로는 미래에서 왔으니 반드시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SF 설정 때문에 맨발은 린타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칼을 꺼내드는 결말을 그려낼 수 있었다.
물론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진심은 있기 마련이지만, 만약 맨발이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상영회 이후의 맨발과 린타로는 후회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청춘 + 로맨스 X 시대극 ÷ SF 영화라는 필터를 통해 때로는 서로에게 진심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청춘이라고 하면 곧바로 여름을 떠올리는 나에게, <썸머 필름을 타고!>는 여름과 어울리는 완벽한 청춘 영화였다. 진짜 뒤죽박죽 모든 장르가 섞인 그런 영화. 하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꽤나 선명한 영화. 이 영화를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한 번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꺼내놓는 게 어떤가. 그 사람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미래에서 온 사람일지도 모르니.
[류지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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