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짜인 걸 알면서도 진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문화 전반]

가상공간은 위로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글 입력 2022.07.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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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공간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방에서 조용히 있고 싶지만 원치 않는 여러 소음이 계속 일상을 침범할 때 집다운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때마다 안락하고 따듯한 공간을 떠올리게 되는데 지금 당장 이사를 하지는 못하니 그저 꿈만 꿔볼 뿐이다.


요즘엔 많은 분야에서 VR, 메타버스 등을 이용해 현실에는 없는 가상 공간을 탐하기도 한다. 가상 공간에서는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상 공간을 체험하게 될 때 잠깐씩 들었던 의문이 있는데 '가상공간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AR, VR 등을 이용한 작품들이 많고 나 또한 가상공간이라는 분야에 흥미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 의문이 계속 따라왔다. 가상공간이 꼭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에 대해 생각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물리적 공간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았더라도 몇 달 동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과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정이 생긴다. 같은 공간에서 몇 달가량 시간을 보내기만 한 것뿐인데 말이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유대감이 생긴 것이다. 물리적으로 함께 공간을 나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같은 공간을 함께 쓰면 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눈빛, 사람의 몸짓까지 알아챌 수 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보다 얻게 되는 정보 값들이 훨씬 더 많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지만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진짜'를 보고 느끼는 '경험'하게 된다.

 

실체가 있는 진짜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신뢰도는 높아지고 결국에는 감정적 유대로까지 나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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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통해 느끼는 가상공간



꿈을 꾸면 어린 시절 살았던 장소가 나올 때가 많다. 이유는 모르겠다. 꿈에서 깼을 때 나는 더 이상 그 장소에 있지 않다. 꿈의 내용이 재밌거나 따듯했을 땐 허무함이 몰려온다. 조금 더 그 꿈에서 머물고 싶지만 눈에 보이는 건 매일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현재의 내 방이다.

 

꿈은 정말 스펙터클한 가상공간 체험이다. 내가 가본 장소도 있고 내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공간들도 있다. 꿈을 꿀 때만큼은 그 상황이 실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분명 꿈은 진짜가 아니지만 꿈을 꿀 때 느끼는 감정만큼은 짙게 남는다.


  

 

가상공간이 과연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꿈결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VR 안경을 벗고 나면 다시 나는 현실로 돌아온다. 마치 자각몽 같다. 가상공간을 체험할 때는 마주하게 될 세계가 모두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체험을 시작하게 된다.

 

애초에 가짜인 걸 알고 시작하는 것에서 느끼는 감정은 진짜일까? 가상공간 속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여도 이건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종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렇게 겁이 나진 않는다.

 

만약 내가 꿈꾸던 안락하고 따듯한 집이 가상공간으로 만들어져있고 그 공간에 들어갔다고 했을 때 꽤 기쁘고 좋을 것이다. 그러나 체험이 끝나고 VR 안경을 벗어야 할 때는 결국 허무함과 약간의 씁쓸함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가상공간을 활용한 분야는 결국에는 그 가상공간을 벗어나면서 '맞아, 이건 진짜가 아니지'라고 느끼게 되는 지점을 계속 가지고 가게 된다. 그래서 가상공간이 순간의 신기함과 재미 등의 자극 말고도 위로와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고 아직 나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가상공간을 활용한 여러 작품을 많이 만날 것이고 언젠가는 나도 활용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가상공간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까지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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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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