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분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사진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서문
글 입력 2022.07.0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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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정수가 담긴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이 오는 6월 10일부터 10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작품 관람은 물론, 1952년 출간된 이래 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산이 되어 버린 사진집 <결정적 순간>을 탄생시킨 하나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이다. 역사적인 사진집이 나올 수있었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나는 사진이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불현 듯 깨달았다.”



7년 전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10주기 회고전에 다녀왔었다. 규모도 컸기 작품수도 많았는데 지금보다도 더 사진을 모르던 시기라서 앙리의 대단함만 느끼고 돌아왔다. 시간이 흐른 만큼 뭘 알고 가야겠다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만 가지고 전시관으로 향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면, 이번 전시는 서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앙리의 일생과 작품을 간략하고 정확하게 잘 정리해두었다. 심화과정은 생략되었지만 전시장에는 빠진 것도, 소홀한 것도 없었다. 내가 앙리를 대규모 회고전이 아닌 이런 부담없는 전시로 알게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란 인물에 대한 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끌어올린 전시였다.

 

 

 

“내가 찍고자 했던 사진은 하나의 상황으로 구체화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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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전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파키스탄 라호르, 1948년 4월’이었다.

 

‘분할 이후, 가족들은 서로 연락이 끊겼다. 잃어버린 가족들을 다시 찾기까지 몇 달, 때로는 몇 년이 걸렸다. 이 장면은 라호르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의 재회이다. 노래와 울음소리로, 여성들은 헤어진 이후 그들이 겪었던 고통과 상실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준다.’


서로 얼굴을 맞대거나 어깨를 끌어안고 있다. 누구의 얼굴도, 표정도 보이지 않지만, 고개를 들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들은 눈물을 공유하거나 고개를 들 수 없는 표정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회가 이루어진 난민캠프라는 장소, 헤어진 이후의 시간들을 채우고 있을 공통과 상실이 반가움을 우선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이 무거워졌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작업은 초상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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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의 초상사진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회고전에서 봤던 초상 사진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초상 사진은 전시장에 없었다. 까뮈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인물의 특징을 잡아낸 초상 사진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의 다른 사진들과 마찬가지로 길 위의 있는 것을 포착한 것처럼 인물도 일상의 한 찰나를 포착한 것과 같은 의도적이지 않은 듯한 초상사진이 있었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 초상사진으로는 앙리의 초상사진을 전부 설명할 수 없기에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2분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사진이다."


  

 

2분이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런 사진은 보고 또 보게 되는데 그래도 충분치가 않다.

 

마치 체홉의 단편 같기도 하고 개인의 사연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진엔 온 세상이 담겨있다.

 

 

전시장 각 섹션마다 앙리가 한 말을 메인에 두었고 곳곳에 ‘결정적 순간’에서 발췌한 문장을 전시하여 앙리가 생각하는 ‘사진’을 관객에게 전달했는데 전시 초반에 발견한 이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번 전시에서 2분 동안 볼 수 있는 사진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불러오기도 했다. 비교적 사람이 적은 한산한 전시였지만, 그렇다고 2분을 한 작품 앞에서 할애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온 세상이 담긴듯한 사진을 만나지 못했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엽서 한 장을 샀는데 이번에는 어쩌다보니 눈에 띄는 곳에 두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눈이 마주치고 있다. 이 사진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앙리가 말한 2분이 이런 시간의 모임을 뜻하는 게 아니겠지만, 저 말은 내게로 와서 시간을 할애해서 보는 사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 방 책상 앞에는 291 포토그랩스에서 구매한 안재규의 From Asahi-dake, 9이 걸려있는데 종이가 상할까봐 비닐 째로 벽에 붙여두었더니 표면에 먼지가 제법 쌓였다. 내 시선이 머문 시간도 먼지의 개수만큼 쌓여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 전, 앙리라는 거장을 통해 극도로 계산된 찰나를 포착한 사진을 알게 되었다면 이번 전시는 앙리와 그의 작품, 그리고 나에게 사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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