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지하철도의 어둠 속에서 찾은 인영 -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글 입력 2022.07.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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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쌍둥이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IS GOD IS'에서도 비슷한 평을 남긴 적이 있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인만 보고 살면서 흑인 차별의 역사는 한번에 와 닿기 어려운 면이 있다. 잘 마주치지 않는 그들의 아픈 역사를 상상하기 위해서 우리의 이해력은 한번 빙 돌아야 한다.

 

백인들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투쟁하는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점이야말로 문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당시 내가 '그들'의 이야기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백인과 흑인 간 존재해왔던 계급이 아니라, 부모와 지식, 남성과 여성, 인정받은 자식과 인정받지 못한 자식의 관계뿐이었다.

 

인종 차별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한들, 그런 내가 어디까지 그들의 이야기에 이해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흑인에 대한 차별과 다른 맥락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언제나 이해의 주체는 감성이 아니라 판단력에서 온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그들의 역사를 이해한 양 입으로 올리는 것이 어디까지 용인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할 즘에 찾은 소설이다. 책은 어떤 방식으로 백인이 흑인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통제했는지에 대해 충실하게 기록하여 독자들이 한 두 줄의 역사로는 상상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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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내달릴 때 바깥을 보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될 거야.



책은 작가가 19세기 흑인 노예의 탈출과 관련된 '지하철도'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구상되었다. '지하철도'는 자유를 보장하는 북쪽을 향해 뛰는 노예들의 탈출 방법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노예 해방 조직의 이름이었다. 지하철도 조직에서 탈출하는 흑인들을 승객,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기관사를 의미했다. 저자는 이 조직의 이름을 비유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상상력에 살을 붙여가면서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그 결과, 어두운 지하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위해 숨 가쁘게 달리는 흑인 소녀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작품은 아자리-메이블-코라로 내려오는 흑인 여성 노예 삶은 추적한다. 할머니 아자리는 화물처럼 쌓여서 바다를 건너오고, 또 다른 노예를 낳는 노예가 되었다. 노예로 태어난 어머니 메이블은 마음에 맞는 남자를 찾아 코라를 임신했다. 남편은 코라를 보기도 전에 죽고, 메이블은 농장에서 희망을 잃어간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딸마저 내려놓고 탈출하지만, 독사에 물려 죽고 만다. 노예의 딸이자 소설의 주인공인 코라는 노예로 태어나 농장에서만 살아간다. 보호자가 없는 코라는 차별당하는 사람들 안에서도 차별받는다.

 

코라는 노예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의지는 남아있었다. 코라는 노예에게 지급된 아주 좁은 평수의 땅을 지키기 위해 자기보다 곱절은 큰 흑인 노예에게 맞서고, 주인의 옷을 실수로 더럽힌 아이에게 내려치는 채찍을 보고 발작적으로 아이 위를 덮는다. 농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메이블의 이야기로 탈출을 꿈꾸던 시저는 그에게 함께 철도를 따라 농장을 탈출하자는 제의한다.

 

코라와 시저, 그리고 탈출 과정에서 우연히 합류한 러비는 어둠이 깔린 철도에서 달린다. 그들이 있는 남쪽은 흑인들을 잔인하게 노예로 다루지만, 북부에서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는다. 코라는 그녀를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메이블-을 원망하는 동시에 탈출 과정에서 그가 느낀 감정과 동화된다. 처음에 코라는 대농장에서 보낸 노예 사냥꾼들로부터였지만, 점점 더욱더 큰 것으로부터 도망친다.


 

이 나라가 어떤 덴지 알고 싶다면, 기차를 타봐야 한다. 기차가 내달릴 때 바깥을 보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게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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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 지하철도를 향해 도망치는 일련의 이야기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책에서 두 번 정도는 반복되는 철도에 대한 농담이었다. 미국의 줄기를 가르는 철도는 노예의 피로 쌓아올린 목화를 싣고 상품을 유통한다. 그 안에 있는 백인과 자유민들은 기차 바깥을 바라보면서 이 농담의 우스움을 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더 깊은 색으로 빛나는 마음들이 있었다.

 

미국의 진짜 얼굴 속에서 흑인 노예들은 한줄기 빛을 상상하며 달렸다. 기차 안의 승객들은 미국의 절망에 찬 진짜 얼굴들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동시에 쫓겨낸 백인들이 신대륙에서 느꼈던 어떤 희망과 고귀함을 닮았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눈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승객은 없었다. 전시실에서 인간 모형으로 연기하던 코라의 집요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는 백인이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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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아름답게 엮어낸다.



코라의 탈출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책은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해나간다. 책은 '아자리', '조지아', '리지웨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티븐스', '노스캐롤라이나', '에설', '테네시', '시저', '인디애나', '메이블', '북부'라는 소제목의 글들로 구성되어있다. 목차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이름과 북부로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지역 이름들이 교대로 구성되어있다.

 

지역으로 된 섹션에서는 코라가 탈출을 결심한 시점의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구성된다. 후술할 이름과 마찬가지로, 소제목으로 지정된 지역들은 코라에게 특정한 인상과 경험을 준 곳이다. 예를 들어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흑인 문명의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에 자유를 약속한 것처럼 보이지만, 흑인 소녀들에게 임신 중절을 강요하는 곳으로 묘사된다. 코라와 시저는 처음에 이곳에 남을 것을 선택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라만이 살아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지명을 이용한 전개방식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코라가 북부에 도착한 이후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기술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코라가 북부에 도착했을 즘엔, 그녀와 함께 도망치거나 도움을 받은 이들 중 -심지어 그들을 도와준 백인조차도- 사지가 온전한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말로 하기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고, 코라는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분노와 상실 속에서 북부에 손을 내밀었고, '북부'는 이 이상 자세히 묘사되지 않는다. 이런 결말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현명한 마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북부가 마냥 좋은 곳이건 나쁜 곳이건, 어정쩡한 곳이건 텍스트로 박아 넣는 순간 코라의 '탈출'은 끝난다. 그곳이 목적지라면 더는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코라는 대농장으로부터, 노예제로부터 도망치긴 했지만 동시에 자신 안에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발을 놀렸다. 그런 그녀의 여정을 단순히 도망자의 탈출기로써 끝낸다면 그녀의 여정이 가진 고결함이 조금 덜 부각되는 기분이다. 그녀 역시 신대륙을 밟은 미국의 진짜 얼굴 중 하나이면서, 현대 미국을 구성해온 핏줄 중 하나다.

 

이름으로 구성된 섹션에서는 코라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연이 짤막하게 쓰여 있다. 이들 역시 코라의 탈출 과정에서 특정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대표적으로 리지웨이는 메이블을 놓친 현상금 사냥꾼으로, 온갖 고난을 견뎌내면서 코라를 쫓는다. 현상금 사냥꾼인 그에게 흑인 노예들은 미국의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사냥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흑인 소년 호머와 기묘한 연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코라를 놓친 순간 호머에게 건네는 말에는 호머와 대장장이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파편이 녹아들어 있다.

 

리지웨이만을 대표로 기술했지만, 다른 인물들도 리지웨이만큼이나 복잡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노예제를 경멸한 아버지의 유지를 어설프게 잇는 인물, 미개한 흑인의 구원 하고자 하는 위선으로 무장했지만, 흑인 소녀에게서 보호자의 감정 조각을 느낀 인물 등 캐릭터들은 다면적으로 묘사된다. 이들을 거쳐오면서 마지막에서야 탈출을 시작하게한 시저와 메이블의 이야기가 기술된다.

 

그리고 한 섹션 중간 중간에는 도망친 흑인 노예에 대한 설명과 현상금에 대한 설명이 써있다. 저자가 어떠한 의도로 이러한 연출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쫓기는 코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책의 연출 덕분에 이 책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연들을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수배서를 보면서 그들의 최후와 자신의 최후를 동일시하는 코라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다.

 

다른 정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로서 이러한 책의 전개방식은 혼란스럽다. 특히 초중반에는 갑자기 바뀌는 시점과 시간 때문에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독특한 책의 방식 덕분에 책은 '코라의 이야기' 이상, '19세기 미국의 노예제도를 둘러싼 경험'들을 충실하게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나가며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천재적인 구조,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캐릭터의 묘사, 메시지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비유로 가득 차 있다. 책은 차갑고, 비인간적이고, 때론 잔인하기도 하다. 미국 역사에 대해 그리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은 독자로써 어느 부분이 과장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노예제도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경험하는지만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인영은 과연 19세기에만 갇혀있을까? 소설은 나에게 강렬한 경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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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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