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에게는 우정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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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새에게는 둥지를
거미에게는 거미줄을
인간에게는 우정을
오프닝에 나오는 구절이다.
‘둥지’와 ‘거미줄’은 ‘집’의 개념이지만 ‘우정’은 사뭇 다르다.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여러분에게 ‘우정’이란 어떤 의미인가. 부정적인 개념은 나오지 않겠지만 아주 다양한 개념들이 나올 것이다. 구절에서도 나오듯이 영화에서는 ‘우정’을 ‘집’으로 표현한다. 이건 주관적인 해석일 뿐이다.
사냥을 하고 금을 찾아 돌아다니는 서부시대, 개척시대에 중요한 것은 ‘식량’도 있지만 ‘주거’ 또한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반짝이는 걸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욕망에 주변 사람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한 보금자리가 중요했다. ‘집’은 그냥 잠자고 지내는 장소가 아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공간이다.
‘킹 루’가 적에게 쫓길 때 ‘쿠키’는 그를 자신의 천막으로 데려가 지켜주었으며 나중에 ‘쿠키’가 마을에 도착해 지낼 곳이 없을 때 ‘킹 루’는 그를 자신의 판잣집으로 데려갔다. 작고 허름하지만 이들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자신의 공간에 서로를 데려왔으며 믿음을 나눈 것이다.
그럼 ‘집’이라는 개념이 꼭 물리적일 필요가 있을까? 이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몰래 젖소의 우유를 짠 걸 들키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일 이후로 젖소에게도 없던 집이 생기지만 그들은 있던 집에도 못 들어간다. 사방에는 적과 이리 때가 그들을 쫓고 있지만 그들을 피할 안전한 집은 없다.
그래도 그들에게 믿을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그들의 ‘우정’이다.
도망치다가 갈라졌고 모았던 돈을 혼자서 들고 다른 마을, 나라로 튈 수 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볼품없는 무너진 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고 서로를 찾았다. 그들의 ‘우정’이 ‘집’이 된 것이다. 영화는 그들이 숲에서 누워 쉬면서 끝난다. 쉴 때 ‘킹 루’는 ‘쿠키’에게 말한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게 될 거야.
내가 있잖아.
그들은 돌아갔을까? 영화는 이 대사와 그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난다.
적을 피해 무사하게 갔는지 잘 모른다. 영화 처음에 나온 땅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해골을 보면 숲에 있다가 이리 때나 적에게 들켜 죽었을지도 모르고 자다가 추워서 죽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들의 뼈가 아닐 수도 있다. 또는 해골을 발견한 소녀의 무궁무진한 상상일지 모른다.
적에게 들켜 죽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작은 바람으로 그들의 뼈가 아니길 싶다. 행복하게 우유를 잔뜩 넣은 빵을 어디선가 계속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서로를 지켜주는 ‘집’이 되어 진짜 ‘빵집’을 차렸으면 정말 좋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집’이라고 느낄 정도의 ‘우정’이었으면 좋겠다. 같이 우유는 못 훔치더라도 믿음이 되면 그만이지 않을까.
[박성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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