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존재가 부당한 아이는 없다

은유 저 《있지만 없는 아이들》
글 입력 2022.06.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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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른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운 한국의 특징 중 하나는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다원주의’를 가르치면서도 민족의 단일성이 국가의 장점이라는 듯이 설명하는 학교의 교육에서는 이유 모를 자부심이 느껴졌다. 아마 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단일민족이라는 자랑이 위풍당당하게 전해지는 동안 누군가는 반드시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꼈을 당시의 교육 현장을 아프게 돌이켜본다. 아직도 ‘다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다수 학교와 사회에서, 또래가 안전한 제도와 규율하에 당연한 정체화와 사회화를 거치는 동안 그에 포함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민족의 단일성보다도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극우화의 흐름과 한국 사회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는 소수자 배제는 수많은 실존과 삶을 부정한다. 어떤 집단이나 계층이 배제되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제되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 죄인이 되어 내일을 바라보지 못하는 오늘이 있다는 것은, 어떤 삶에라도 누명을 씌울 수 있는 이 사회가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못하며 언제라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혐오는 그 사회의 안녕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그래서 그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은 모두 위태로운 오늘들의 존재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날카로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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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이주한 부모에게 체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등록되지 못한 채 ‘있지만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아동이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고등학생 때까지는 교육과 더불어 임시적인 체류가 가능하지만 스무 살이 되면 언어도 문화도 모르는 낯선 땅으로 떠나야 한다. 잠시 허락된 삶마저도 주민등록번호도, 신분증도 없이 투명인간처럼 살아가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가거나 취업을 하고, 공부를 해서 시험에 합격하는 ‘평범한’ 생애조차 허락되지 않는 아동들은 한 치 앞의 미래도 설계할 수 없어 불안한 외부를 겉돌아야 한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이러한 ‘미등록 이주 아동’의 이야기를 이주 아동 당사자와 부모, 관련 활동가, 변호사 등 9명의 인터뷰를 통해 가시화한다. 당사자의 실존적인 경험과 발화로 구성된 책은 편협한 시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내밀한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하여 이 사회에서 규정되는 존재와 공동체에 관한 깊은 물음을 던진다.

 

 

 

불법과 합법으로 가릴 수 없는 인간의 존엄


 

미등록 이주 아동을 향한 각종 오해와 편견은 그들을 불법적이고 부당한 존재로 가리킨다. 미디어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쉽게 일반화하여 악한 범죄자로 묘사하거나 서툰 한국말을 희화화하며 유머 소재로 삼는다. ‘세금도 안 내는 나쁜 외국인’이라는 선동적인 틀 안에서 그들을 곡해하여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무참히 훼손한다. 책은 이렇듯 법적·제도적 명분을 기반으로 한 인간을 둘러싼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고 존재 가치를 경시하는 태도를 ‘합리적인’ 시민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책은 이주 아동의 괴로운 현실을 당사자의 발화를 통해 사실적으로 서술한다. 아동들은 의료보험에서 제외되어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노동자에 대한 보호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학교생활에도 수많은 제약이 있다. 봉사활동을 하지 못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비자가 없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며, 스무 살이 다가올수록 학교는 대학에 진학할 학생과 곧 추방될 이주 아동을 구분하며 학업과 꿈에 제동을 건다. 버팀목이 되어야 할 부모와의 관계도 순탄치 않다. 언어 장벽과 경제적 문제, 심리적 불화는 의지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에게 더욱 버거운 요인이 된다.

 

이러한 현실을 책을 통해 직면하면서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다.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존재라는 이유로 모든 존중이 말살된 삶을 짊어지게 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와 배제를 단행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으며, 이러한 사회를 올바른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합법적으로 체류하다 아버지가 본국으로 떠난 후 불법 체류자가 되고, 소송 후 다시 합법적 지위를 취득한 이주 아동 페버의 인터뷰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주 아동 당사자가 한국에 이득이 되는지에 대한 여부에 따라 합법 여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인간의 쓸모에 따라서 존재 가치를 규명하고 그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최소한의 존엄조차 앗아가는 국가라면 이주민뿐 아니라 모두가 위험하다. 책을 통해 폭로되는 것은 이주 아동의 현실과 더불어, 오랜 관습의 수행을 위해 인간을 도구화하고 삶을 구석구석 검열하는 데 마지않는 한국 사회의 불합리적 측면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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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이들을 필요로 한다


 

이주 아동과 더불어 다양한 당사자의 입장을 청취하는 책은 이주 아동 이슈에 관한 다각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주 아동을 돕고 있는 이탁건 변호사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더 나은 처우와 보호가 충분히 가능함을 알린다. 이러한 사례는 법적인 진보와 인권의 증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또한, 저출생 국가인 한국은 이민자들을 오히려 필요로 한다는 주장이 인상적인데, 단지 노동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확장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사회적 진보를 위해 이들을 ‘잘’ 포괄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함을 느낀다. 이주 아동의 부모인 인화가 “지금 한국에서 태어나는 애들을 잘 키우는 게 한국의 미래(202p)”라고 한 것처럼, 한국의 이주 아동이 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은 한국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동들이 실현할 가능성을 함께 담는 이 책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방황 속에서 골똘히 고민하고 탐색해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세심하게 조명한다. 이주 아동 페버는 힘들고 부당한 현실을 언급하면서도 ‘살아야지 왜 죽어요(65p)’라고 말하며 생의 의지를 드러낸다. 대부분의 미디어는 그들의 열악한 상황을 자극적이고 아득하게 비추지만, 사실 그들은 희망을 품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이제는 이주 아동의 ‘불행’에 주목하기보다 그들이 미래에 펼칠 확실한 삶을 함께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주 아동 카림과 달리아는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정권에 저항한 부모가 정치적 위험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밝힌다. 이주민들의 삶은 단순히 주류에서 낙오된 것이 아니라 모두의 삶이 그렇듯 유의미한 역사가 이루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당사자의 발화로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이주 아동의 삶과 가능성은 이들에 관해 더욱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피력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필요한 온 마을의 모습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끝내 주목하게 되는 것은 막연한 불가능성보다는 이주 아동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성취이다. 아동 당사자를 둘러싼 변호사, 활동가, 시민단체, 선생님과 주변 어른들의 도움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마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선례로 공동체적 연대의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주 아동 달리아는 이슬람교도 학생을 위해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급식을 만든 영양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고, 수학여행과 공연 예매 등 개인 명의가 없어 불가능했던 것을 선생님과 시민 단체의 도움을 받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지평을 넓혀주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분을 얻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과정은 그 실천 자체로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제언이 된다.

 

이주 아동 김민혁이 체류 허가를 받아낸 과정은 개인과 공동체가 상호작용하며 끈끈히 뒷받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체류 불허가 떨어지자 아동의 선생님은 도움의 손을 내밀었고, 이를 도울 친구를 모아 국민청원과 시위로 대중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교육감과 추기경의 지원을 받아냈으며, 기자를 통해 사건을 알리고 기자회견을 열어 체류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아동의 적극적인 권리 실천과 공동체의 연대가 이뤄낸 눈부신 결과다. ‘죄책감이 들 것 같아서’, ‘너도 나 도와줬으니까’ 등의 이유로 아동을 도왔다고 밝히는 친구들은 시민 사회에서의 책무와 권리가 올바르게 실현되는 모습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서로 지켜야 하는 책임을 가진 시민이라는 것을,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 모두 같이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아동은 현재 난민 문제에 관한 강연과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의 선의와 용기로 시작된 도움이 모여 사회적 선순환의 싹을 틔운 이야기는 이 책이 넌지시 던지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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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등록 이주 아동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존재를 가르는 불법과 합법의 구분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묻고 경계 너머에 있는 존재에 대한 민주적인 책임과 관심의 필요를 논한다.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제시되는 긍정적인 사례들은 앞으로 이들에 대한 사회의 개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한다. 실제로 책의 각주와 에필로그에 언급되었듯이 조건을 충족하는 아동에 한해 체류자격을 심사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 것 등의 변화는 이주 아동에 관한 사회의 고민이 더욱 깊고 섬세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곪고 있고 존재 자체가 부당하게 규정되는 아동들은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탁건 변호사는 한국 사회의 법제도가 이주민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데도 그것이 충돌하는 양상은 사건이 빚어지기 전까진 알 수 없다고 밝힌다. 보이지 않는 것에 제재와 억압을 받는 이주 아동의 현실을 무겁게 직시하고, 이들의 사례와 경험을 집약하여 담론의 형태로 확장하는 시도가 중요함을 느낀다. 더 많은 존재의 미래가 수그러지기 전에 이주 아동 문제를 사회적‧윤리적 위기로 받아들이고 토론장의 안쪽에서 논의해야 한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누군가의 지위를 바깥으로 밀어내지만, 존재가 밀려나도 되는 아이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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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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