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박중독자의 가족 [만화]

도박중독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글 입력 2022.06.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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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보다 보면 파란색과 빨간색이라는 밈(meme)이 많이 보인다. 처음 이런 밈을 보았을 때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주식에서 나온 밈이라는 걸 알고는 느낌이 묘했다. 주식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코인, 코로나 등을 겪으며 주식은 트렌드나 유행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건전한 투자 행위로 지속된다면 좋겠지만, 주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좋지 않은 모습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주식으로 인한 개인의 파산부터 크게는 주가 조작까지. 사람이 많이 몰림에 따라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 주식에 실패해서 돈을 모두 잃었다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하나의 중독 형태로 나타나면서 돈을 잃어도 또 주식에 돈을 쏟는다. 이게 좋은 결과를 맞이한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결국은 파산과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이 주식에 중독되어 무너졌다고 했을 때, 그 무너짐의 오로지 자신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결국은 함께 무너지게 된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바로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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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자


 

도박중독자라고 하면 일단은 카드나 게임과 같은 불법 사행성 오락이 생각난다. 하지만 도박중독이라는 범주에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주식중독도 도박중독의 일종이다. 몇 번 성공을 맛보다 보면 그 달콤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고, 실패하더라도 계속해서 주식을 하게 된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작가님이 실제로 겪었던 일을 그린 웹툰이다. 작가님은 도박중독자의 가족이고, 도박중독자는 작가님 남편의 동생이었다. 주식을 잘 해온 듯 보였지만 결국은 관리하던 형제들의 돈까지 모두 잃었다. 할 돈이 없으면 하지 말아야지 하는 일반의 상식선에서 멈추지 못했다. 기어코 빚을 냈고, 기어코 또다시 주식에 발을 들였다.

 

도박중독은 확실히 정신질환이었다. 주식 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다른 일을 해서 빚을 갚자고 하는 어머니의 말에 그 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주식뿐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주식과도 시기가 맞물렸던 코인에서도 나타났다. 몇 년 전 엄청난 화제성과 수익성을 불러일으켰던 비트코인은 일정 시기가 지나자 엄청나게 폭락했다. 여기에서 손해를 봤던 사람들은 발을 빼기보다는 제2의 비트코인, 제3의 비트코인을 찾으며 계속해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주식은 주식으로만, 도박은 도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는 상황을 점점 악화시켰다. 돈을 모두 쓰고, 남의 명의로 빚을 내고, 결국은 장기매매까지 손을 댔다고 했다. 고작 주식으로 장기매매까지 간다고?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일반의 사고를 벗어나는 순간 주식은 도박이 됐고 도박은 중독이 됐다.

 

 

 

도박중독자의 가족


 

도박을 하는 사람만 도박중독이라는 정신질환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도박중독자의 가족들도 그로 인해 정신질환을 갖게 됐다. 바로 공동의존증. 도박, 알코올 중독자들의 가족이 흔히 보이는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중독자의 중독 사실을 부정하며, 중독자가 벌인 일을 해결해 주는 과보호적인 행동이 있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에서 공동의존증에 걸린 이는 바로 중독자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공동의존증에 걸리는 대부분은 여자라고 했다.

 

중독자의 어머니, 작가님의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작가님이 제안하는 모든 정신과 상담을 거절했고, 아들이 만들어내는 빚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중독자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러한 행동들 중 한 가지 의문이었던 점은 빚을 갚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 작가님을 원망하면서도 계속해서 전화를 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전화를 하다가도 작가님 나름의 해결책을 이야기하면 화를 내고 끊었다. 중독자의 가족, 공동의존증을 겪는 사람들은 가족 체계를 엄격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럴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러면 안 되는 상황임에도 가족을 아무 일 없던 때의 형태로 돌려놓으려는 것이다. 이것이 억지로 이루어지다 보면, 결국 맞지 않는 틀어 욱여넣은 블록처럼 된다.

 

중독자의 가족으로써 정확한 병명의 정신질환을 겪는 것이 최대의 피해인 듯 보이지만,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아이였다. 어른들의 싸움에 개입할 수 없지만 온전히 노출되는 존재. 직접적인 피해가 없이 노출되는 것만으로 아이는 무너지기 충분했다. 중독자와 시댁 식구들, 남편과의 관계만으로도 힘에 부치던 작가님이 정신을 차리게 된 것도 뒤늦게 아이의 힘듦을 마주했을 때였다.

 

 

 

삶을 위해


 

이 세상에 아직 치료법이 없는 질병이 아니라면, 나을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신 질환일지라도 말이다. 여전히 주식은 밈처럼 쓰이며, 유행으로, 트렌드로 퍼져나가고 있다. 주식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어두운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시의적절한 만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님 남편의 동생, 만화 속 중독자도 증독자가 되기 위해 주식을 시작한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주식의 어두운 면을 간과한 것이 독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제목 그대로 중독자의 가족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중독의 심각성은 오직 중독자에 한해 비쳐졌을 뿐이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중독자만이 아니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에서 어머니가 공동의존증에 걸렸듯이 가족들도 함께 무너져 간다.

 

만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비단 작가님의 가족만이 아니다. 비슷한 형태, 아주 많이 닮은 형태의 가족들이 어디든 존재할 것이다. 이 만화의 독자들은 작가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배운다. 그 어두운 면을 알기 위해, 무너질 수 있는 삶을 다잡기 위해 지금은 이런 만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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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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