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줄 밥을 짓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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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일, 초보 살림꾼에게는 모든 것이 서투르다
'엄마 밥 먹으러와' 동절기라 납골당 시간이 다섯 시까지 운영되는 걸 처음 알았다. 막강한 추위를 뚫고 시청 근처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납골당, 엄마에게 인사를 하러 다녀왔다. 나는 전날 극심한 가위에 눌렸었다. 무서움에 아빠를 불렀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나를 꾹꾹 짓누르는 느낌이 났다.
사실은 간소하게 내가 직접 혼자 장을 봐서 상을 차리고 싶었다. 아빠는 밥그릇이며 수저며 다 있지 않냐며 내게 되물었다. 그건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혹은 정말 몰라서일 것이다. 필요한 밥그릇, 수저, 초, 향 (촛대, 향그릇)은 없자니 아쉽고, 두고두고 필요할 것 같아서 내 돈으로 얼른 주문했다. 살아서도 못해줬는데 돌아가신 분에게 쓰는 돈인데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빠는 정말 단 1도 제사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제사가 처음이지만. 조기와 국거리 소고기를 사니, 양손을 넘어 어깨 가득 장을 봐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소하게 하고 싶었는데 기본 이상은 해 주고 싶은 마음, 엄마도 내게 이런 마음이었을까?
제사를 많이 하는 집들은 간소화하고 간혹 생략도 많이 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건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일, 그럼 된 거지. 나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안도감에 어떻게 제사 지내지 하고 신경 쓰던 내 마음과 함께 신경성 위염도 잦아들었다.
돌아가신 엄마의 기일 첫제사, 작게 하려고 했는데 내 마음이 그리 되지를 않더라. 장을 보고 아빠가 산책을 다녀온다고 한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단 걸 인지해서 일까, 엄마가 보고 싶어서일까 아마 둘 다겠지. 괜히 눈물이 나왔다. 아빠와 티격태격 참 웃픈 제사 준비, 어떻게 살림해야 되는지 시작을 몰랐던 내게 제사는 먼 나라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옛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처럼 모든 건 정성이고 마음이란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스스로에게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시간이다.
엄마의 첫 기일 -1Day.
[최아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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