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줄 밥을 짓는 시간

글 입력 2022.06.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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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일, 초보 살림꾼에게는 모든 것이 서투르다


 

'엄마 밥 먹으러와' 동절기라 납골당 시간이 다섯 시까지 운영되는 걸 처음 알았다. 막강한 추위를 뚫고 시청 근처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납골당, 엄마에게 인사를 하러 다녀왔다. 나는 전날 극심한 가위에 눌렸었다. 무서움에 아빠를 불렀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나를 꾹꾹 짓누르는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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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간소하게 내가 직접 혼자 장을 봐서 상을 차리고 싶었다. 아빠는 밥그릇이며 수저며 다 있지 않냐며 내게 되물었다. 그건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혹은 정말 몰라서일 것이다. 필요한 밥그릇, 수저, 초, 향 (촛대, 향그릇)은 없자니 아쉽고, 두고두고 필요할 것 같아서 내 돈으로 얼른 주문했다. 살아서도 못해줬는데 돌아가신 분에게 쓰는 돈인데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빠는 정말 단 1도 제사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제사가 처음이지만. 조기와 국거리 소고기를 사니, 양손을 넘어 어깨 가득 장을 봐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소하게 하고 싶었는데 기본 이상은 해 주고 싶은 마음, 엄마도 내게 이런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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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많이 하는 집들은 간소화하고 간혹 생략도 많이 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건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일, 그럼 된 거지. 나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안도감에 어떻게 제사 지내지 하고 신경 쓰던 내 마음과 함께 신경성 위염도 잦아들었다.

돌아가신 엄마의 기일 첫제사, 작게 하려고 했는데 내 마음이 그리 되지를 않더라. 장을 보고 아빠가 산책을 다녀온다고 한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단 걸 인지해서 일까, 엄마가 보고 싶어서일까 아마 둘 다겠지. 괜히 눈물이 나왔다. 아빠와 티격태격 참 웃픈 제사 준비, 어떻게 살림해야 되는지 시작을 몰랐던 내게 제사는 먼 나라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옛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처럼 모든 건 정성이고 마음이란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스스로에게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시간이다.

 

엄마의 첫 기일 -1Day.

 

 

[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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