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쇼팽을 좋아하세요? - 피아니스트 조재혁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조재혁 쇼팽 음반발매 기념 리사이틀
글 입력 2022.06.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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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쇼팽(최종).jpg

 

 

<프로그램>


Ballad No. 1 in g minor, Op. 23

Ballad No. 2 in F Major, Op. 38

Ballad No. 3 in A-flat Major, Op. 47

Ballad No. 4 in f minor, Op. 52


-인터미션


Piano Sonata No.3 in b minor, Op. 58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Presto non tanto 


+앵콜

R.Schuman - F.Liszt - Widmung

L.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 II. Adagio cantabile

F. Chopin - Fantaisie-Impromptu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쇼팽 음반발매 기념 리사이틀에 갔다 왔다.


조재혁은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를 비롯한 모나코 몬테카를로 피아노 마스터즈 국제콩쿠르, 이탈리아 레이크꼬모 국제 콩쿠르, 스페인 페롤 국제콩쿠르 등 세계 유명 콩쿠르 입상 경력이 있으며 "감성과 지성을 겸비하고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과 구성력, 뛰어난 통찰력과 과장 없는 섬세함으로 완성도의 극치를 추구하는 매력적인 연주자"로 평을 받는 연주자로 국내에서도 독주회와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렉쳐 시리즈 등 연 중 60회 이상 무대로 오르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과 타 예술분야와의 결합에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과 융합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음반 발매도 활발해 2017년 베톤 소나타 음반을 시작으로 2019년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업한 베토벤과 리스트 협주곡, 첫 오르간 솔로 앨범, 2021년 한스 그라프와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음반, 그리고 최근 4월에는 독일 하노버에서 녹음한 쇼팽 음반을 발매하였으며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음반 발매를 기념해 쇼팽 발라드와 소나타를 선보인다.

 

쇼팽의 음악의 대부분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특히 완성도가 높은 발라드 전곡과 피아노 음악의 정점에 있다고 평가받는 소나타 3번을 과연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 반 호기심 반의 심정으로 감상했다.

 

많은 걸작을 남겼고, 현재까지도 많이 사랑받는 만큼 연주회에서 쇼팽의 곡은 찾아보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밀도와 완성도가 높은 탓에 발라드 전곡과 소나타를 한 연주회에서 한 번에 감상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 프로그램 구성에 감사함을 느꼈고, 과연 연주자가 이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까 궁금했다.


부끄럽지만 음악에 대한 지식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과연 이 공연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되었는데 감상자로서 연주를 들으며 좋았던 부분과 연주자의 음악에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공연.jpg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공자가 아닌 한낱 감상자인 내가 말하니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연주는 훌륭했다.

 

연주자의 힘 자체도 굉장히 좋아서 밀도 높고 촘촘한 노트 속에서도 느껴지는 힘과 약간은 터프하게 들리는 시원한 음도, 음악을 밀고 나가는 힘을 더 극대화하는 듯한 페달링도 취향이었다.


특히 인터미션 후 이어진 소나타에서는 연주자가 '피아노를 쳐서 앞의 감상자들에게 보여준다' 라는 개념을 넘어서 분명 입을 열지 않은 채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도 연주자가 노래한다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쇼팽에서 중요한 프레이즈를 연결하는 레가토와 유연함, p(피아노)같이 작은 악상 속에서도 너무 묻히지 않고, 과하지도 않게 섬세하게 조절하는 소리 모두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공연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좋았고 놓치는 음 없이 음을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어 들려줘 멜로디가 더 뚜렷하게 들어왔다고 생각한 연주회였다.



201212_JHCHO__732_H RT2ⓒMJ Kim.jpg

 

 

개인적으로는 발라드 2, 4번과 소나타에서 2악장과 3악장이 좋았다.

 

아마 1번과 4번이 많은 사람에게 유명하고 익숙할 것 같은데, 프로그램의 첫 시작을 연 1번은 공연장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피아노 자체의 문제였는지 소리가 좀 많이 울린다는 느낌이었고 이 때문에 초반부 중간의 카덴차가 귀에 뚜렷하게 들어오지 않아 아쉬웠다.


반면 발라드 2번은 유난히 소리가 울리는 공연장의 특성을 연주자가 잘 활용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섬세하고 평화로움- 격렬함 두 개의 극명한 차이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2번에서 초반부의 목가적인 주제 리듬은 정말 교회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피아니스트이자 동시에 오르가니스트로서 교회음악가 경력을 쌓은 연주자의 역량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나 싶었다. 음악이 울리는 공기 자체가 달라지는 느낌이어서 눈을 감고 들으니 공연장이 아닌 정말 교회나 성당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현존하는 발라드 중 예술성과 완성도에서 '정점에 위치한 곡', 쇼팽의 작품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걸작이자 동시에 가장 난곡으로 뽑히는 발라드 4번에서는 초반부와 후반부에 4번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다 부분이 좋았다.


4번의 곡 전체를 아우르는 뉘앙스는 "천상의 소리"이다. F단조의 제 1주제로 가기 전 도입부. 솔로 시작하는 부분은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혹은 정말 하늘에서 들려오듯이 투명하게 연주되어야 하는데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테크닉보다도 이런 다듬어진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듣는 입장인 나 역시 콘서트에서 4번이 프로그램에 있으면, 그 전곡이 끝난 후 도입부를 듣기 전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되는데 앞서 말했듯이 연주자가 오르가니스트이기 때문에 소리가 공간에 어떻게 퍼지는지 그 원리를 정말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요하게. 마치 안개가 서서히 걷히듯 조심스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너무 무겁지도, 튀지도 않고 풍부하게 공연장을 채웠다. 4번에서 극악의 난이도로 악명높은 코다는 어떨지 역시 숨을 죽이고 듣게 되었는데 (이 부분에서 제발 관객 중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기를 몰래 기도했다) 힘이 좋은 연주자인 만큼 굉장히 격렬하면서도 그 와중에 중심 멜로디는 잃지 않아 숨을 쉬지 못하고 들었다.



_H5A8886_(c)Nikolaj Lund.jpg

 

 

발라드도 좋았지만, 소나타가 좀 더 취향이었다.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1악장의 첫 선율은 포르테의 센내기로 16분음표가 급하게 하행 후 상행하고, F로 시작하며 극도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난 곡이 시작하기 전,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고 무겁게 첫 선율을 들어가는 편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날 연주는 생각했던 느낌보다는 가볍게 들어갔던 것 같다. 제시부 후 이어지는 발전부나, 재현부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화성이나 아르페지오에서는 첫 선율에서 보여준 약간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살려 유연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제1악장과 제3악장을 연결해주는 2악장은 오른손은 쉼 없이 분산되며 계속 같은 모티브로 전개되는 반면, 저음부인 왼손은 단순한 화음이 전개되는데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화성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나 어느 한 부분 튀는 부분 없이 고음부와의 조화나 밸런스 역시 훌륭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201212_JHCHO__361_H RT2_ⓒMJ Kim.jpg


 

어떤 공연에서는 프로그램 초반부에 어떤 곡은 좋다가도 후반부 쪽 다른 곡에는 공연장이나 악기의 상태나 혹은 드물게 연주자의 컨디션 때문에 조금 실망하는 일도 있는데, 이번 공연은 곡의 호불호와 취향을 넘어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공연장의 울림과 퍼지는 소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연주자가 정확히 알고 관객들에게 직접 전달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힘 있는 터프과 더불어 작은 소리에서 들을 수 있는 유연함과 섬세함까지 입체적인 음악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연주가 진행되고 노련한 테크닉과 더불어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반짝이는 음 하나하나 덕분에 시간이 가는게 아까울 정도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좋았다. 아름답지만 어려운 난곡 속에서도 놓치거나 넘어가는 노트 없이 힘있게 한 음 한 음 소중하게 또렷이 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싶다.


연주가 끝난 후, 관중에게 보여줬던 환한 미소만큼 빛났던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앞으로도 꾸준히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예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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