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

자신만의 언어로 자유를 표현한 호안 미로 전을 관람하며
글 입력 2022.06.0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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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o_poster(JPG).jpg

 

 

마이아트뮤지엄에서 4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추상 미술을 선보인다. 상징적인 기호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친 추상 미술 화가 호안 미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렵게 느끼는 것은 추상 미술은 작품 속 의미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호안 미로는 감상을 관람객의 해석에 맡긴다. 그렇기 때문에, 감상은 오로지 그가 표현한 독특한 상상력을 보는 관람객이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문화초대 글을 보며 필자는 호안 미로가 저 단순해보이지만 해석하기 어려운 기호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가 알고 싶었다.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평일에 운영하는 도슨트 시간에 맞추어 전시를 관람했다. 도슨트를 통해 호안 미로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보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를 리뷰로 풀어내보려 한다.


이번 전시는 호안 미로의 후기작 70여 점을 모아 전시한다. 초기에 그렸던 여러 과정을 지나 호안 미로의 완성된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전시이다. 미로의 후기작만을 담고 있기에 작가를 깊이 알기 위해서는 초반에 작업했던 작품들을 보며 후기작을 본다면 더욱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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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작품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화가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적, 시대적 배경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 시대적 배경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Joan Miro, 1944, ⓒ Hereus de Joaquim Gomis. Fundació Joan Miró, Barcelona.jpg

 

 

호안 미로는 1893년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안토니 가우디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가득한 미술 동네였다. 가우디의 작품이 가득한 환경적 영향 때문인지 그는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시계 장인이었던 아버지는 호안 미로가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하듯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며 무탈하게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화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호안 미로는 부모님의 의견과 자신의 꿈의 타협점을 찾아 대학에서 미술과 함께 회계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다. ‘배워두면 쓸모없는 공부는 없다’는 말처럼 회계학은 오히려 그만의 작품 세계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배우며 이 둘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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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5 = 7(1965)

 

 

전시 내 글귀 중에는 호안 미로가 남긴 ‘2 더하기 2는 4가 되지 않아. 회계사들만이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림은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야 해.’라는 말이 있다. 그의 삶을 이해하고 보면 왜 회계를 언급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호안 미로가 집안의 반대로 예술을 내려놓고 17살 당시 취업을 해서 일을 하다 신경쇠약으로 회사를 퇴사하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머물며 요양하면서 농장에서 농부들과 함께 어울리고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서, 점차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미로는 자연 속에서 머물면서 자연을 모방하며 그린다. 이후에는 야수파에 빠져 강렬한 원색과 강한 붓 터치가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되고 입체파와 초현실주의를 만나며 후기작에서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한편, 호안 미로는 사회적 분위기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페인 내전(1936-1939)과 제 2차 세계 대전(1939-1945)을 겪었으며,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36년 간 독재정치 아래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호안 미로 또한 세부 묘사파와 같은 눈에 안 보이는 것들도 자세히 그리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전쟁과 같은 굵직한 사건은 그의 작품을 통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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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 새, 별들(1942)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여인들, 새, 별들(1942)’ 작품들이다. 작품은 사람의 모습을 하지 않은 것 같은 기괴한 사람의 형상으로 여인을 표현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해 드러난 사람들의 비열하고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마치 유령 같은 모습 또한 그가 겪었던 시대의 모습을 절실히 알게 해준다. 또한, 전쟁과 독재정치를 겪은 그로서는 예술로서 이를 저항하고자 했다. 자유를 억압하고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추상 미술에 대해 거부하는 시기에 호안 미로는 가로로 된 풍경화를 세로로 놓고 그 위에 붓으로 칠하며 ‘회화의 암살’을 선언했다. 관습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지양하는 호안 미로의 예술관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호안 미로는 그림을 그리며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나는 자연의 순환을 강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정신을 해방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그가 살았던 생애와 시대적 배경과도 통하는 것으로 작품을 볼 때 유념해서 본다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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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미술을 접할 때 쉽게 느끼는 감정은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추상 미술 작품은 여전히 볼 때 마다 의미를 해석하려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나, 추상 미술 화가의 작품 제목을 보면 ‘무제’ 또는 똑같은 제목 뒤에 붙인 일련의 숫자들로 적혀있다. 제목에서 조차 작가의 의도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도슨트 설명으로 추상 미술을 좀 더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추상 미술을 마치 하늘 위 떠있는 많은 구름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늘 위 떠있는 많은 구름을 캔버스라 생각하고 구름의 형태를 보는 사람이 해석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주로 본 것들에 따라 형태를 찾는다고 한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은 구름을 강아지라고 생각하면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추상 미술에서는 작품의 해석에 정답이 없고 관람객의 자유로운 해석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호안 미로의 추상 미술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는 추상 미술을 그리며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시를 쓰듯이 그립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시를 쓰거나 읽을 때 단순화시키고 압축한 내용을 적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과 같이 그 또한 자신의 그림을 ‘시’라 표현하며 숨겨진 의미를 관람객이 자유롭게 해석하기를 바란 것이다.


특징적인 것은 호안 미로는 작품 속에서 표현한 모든 것을 기호로 바꾸어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한 것이다. 즉, 여인을 우주로, 새는 자유를, 별은 희망을, 태양은 미래를, 달은 과거를, 사람을 황제로 표현했다. 특히, ‘여인, 새, 별’을 병적으로 많이 그린다. 그는 ‘여성’을 ‘생명을 낳는 존재’라 우주로 표현하였고, ‘새’는 독재 시대 시절 땅과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를 부러워하며 자유를 표현하고자 했다. ‘별’은 전쟁으로 참혹한 현실을 낱낱이 표현하는 쪽이 아닌 미래의 희망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밤하늘의 별을 그려냈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작품들을 한 섹션을 지나가며 보다보면 후기작 40년에 걸쳐 발전한 호안 미로만의 화풍을 감상할 수 있다. 특징적인 기호가 눈에 명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그 기호가 변형되거나 혼합 또는 재창조하여 원대한 자유로움을 표현하는데 마지막 섹션에서는 미로의 특징적인 화풍의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3부_탈출하는 소녀.jpg

탈출하는 소녀

 

 

또한, 이미지를 넘어 물질에 집중하여 생활 속에서 쓰였던 물건이나 버려진 물건에 청동을 입혀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버려진 물건 또는 주변의 물건을 가져다 청동을 입히고 대상을 표현했다. 이를테면, 크로와상에 청동 옷을 입혀 강아지 얼굴을 표현하는 등의 재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조각을 넘어서 판화, 직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탈출하는 소녀'에서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오브제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원색을 사용해 강렬한 느낌을 주고 수도꼭지로 여인의 머리를 표현하고 마네킹 다리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과 매끈한 느낌을 표현하는 등으로 표현하여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표현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보다보면 단순히 감상을 넘어서 보는 이가 스스로 자유롭게 상상하며 볼 지점들이 있다. 작품에는 정답이란 없으니 여유를 가지고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유심히 바라보며 상상력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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