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집을 읽어내려가는 듯한 전시, 호안 미로: 여인, 새, 별

글 입력 2022.05.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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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일상을 살아가는 평상시에 할 법한 질문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눈앞의 현실을 헤쳐나가기 바쁜 상황에서 어떤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을 찾는 것은 때론 너무 허상같은 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누구든 한 번쯤 생각해보는 질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결국 그러한 질문들도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며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그 본질을 어떤 표상을 활용하여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무직 회사원보다는, 자신이 속한 분야가 아주 명확하고 뚜렷하며 스스로가 생산자인 경우에 이런 의지의 발현들이 많이 보이곤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문학, 철학 그리고 예술과 같은 분야를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표상을 활용해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그렇지 않은 분야에 종사하며 일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을 다방면에서 자극시키고 고무시킨다. 틀에 갇혀있던 사고를 더 넓히게 만들고, 시야를 가리고 있던 일상이라는 막을 걷어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서울에, 표상과 본질 그리고 그 이상으로 당신을 자극시키고 고무시키고 생각하게 만드는 놀라운 전시회가 있다. 바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9월 12일까지 진행되는 호안 미로: 여인, 새, 별 전(展)이다.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호안 미로의 작품들은 상세한 작품해설 없이 그저 마이아트뮤지엄의 전시장에 걸려있다. 이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뜻대로였다. 마치 시집을 읽어내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 전시 소개 >


마이아트뮤지엄은 순수한 색과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의 독창적 화풍으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거장의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을 2022년 4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개최한다. 호안 미로는 전통적인 회화 작법을 뛰어넘어 원대하고 창의적인 자유를 그려내어 이후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인, 새, 별, 그리고 태양, 달, 별자리와 사다리 등의 모티프는 호안 미로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종합적으로 빚어낸다. 이번 전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은 그의 작품 활동 후반기 40년에 걸쳐 집성화된 예술적 모티프와 뚜렷한 화풍의 발전 양상을 잘 보여준다. 전시는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 주관하며,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 조르디 클라베르 (Jordi J. Clavero)가 기획하였다. 이에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엄선된 유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7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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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ro, 1944, ⓒ Hereus de Joaquim Gomis. Fundació Joan Miró, Barcelona



호안 미로는 스페인의 북동부 카탈루냐 지방의 수도인 바르셀로나 태생의 화가다. 그는 야수파를 비롯하여 초현실주의, 입체파의 영향을 두루 받아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했다. 초현실주의적이면서도 자신만의 상징적인 모티브들을 활용하며 독창적인 우주론을 완성한 것이다. 그는 회화, 판화, 벽화, 조형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회화를 넘어선 새로운 회화의 영역을 개척했다. 원근법이나 중력, 음영, 색, 부피감 같은 것들을 모두 벗어난 새로운 우주를 화폭에 담아내어 피카소 못지않게 후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번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회는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기호의 언어로, 호안 미로의 예술세계에 담긴 특징적인 모티브들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두 번째 섹션 해방된 기호는, 첫 번째 섹션에서 제시되었던 모티브들이 좀 더 다양하게 변형되고 발전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호안 미로의 모티브 자체가 굉장히 생략되었고 함축적이었는데, 여기서 더욱 생략되거나 추상화되면서 새롭게 창조된 표현들이 나타나 있었다.


그 다음 섹션은 오브제로, 호안 미로가 작업한 조형물들을 볼 수 있었다. 조각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실생활에 사용되는 사물을 작품의 한 부분으로 곧잘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조각이 아닌 물질들을 조합하여 이룬 작품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마지막 섹션 검은 인물에서는 섹션명과 같이, 검은색으로 표현된 인물들의 응축된 형상이 두드러지는 호안 미로의 특징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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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호안 미로는 자신만의 세계가 정말 확고하다. 특히 그의 작품이 70여점으로 압축되어 있는 이번 전시회를 보면, 그가 별, 해, 달, 새, 사람의 눈 그리고 여인을 모티브로 활용하여 세계관을 창조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전시회의 부제이기도 한 여인, 새, 별은 유독 많이 활용되는 표상이면서 동시에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별은 인간 정신의 해방, 새는 자유 그리고 여인은 우주를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회의 부제가, 호안 미로가 동일한 제목으로 다작하기도 했던 '여인, 새, 별'인 것은 아주 뜻깊다. 자유로운 우주 속에서 인간의 정신이 해방되길 바라는 그의 본질적인 의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이라는 작품은 아주 인상적이다. 표제 상에 모자라는 표현이 없었다면 모자라고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화된 모자, 상당히 생략된 여인의 형체 그리고 별과 달(또는 해일 수도 있다.)이 보이는 이 작품 속에는 배경이 생략되어 있다. 원근감도 없다. 화폭에 담긴 대상들은 모두 평면적이면서 또 동시에 모두 입체적이다.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모습이다. 배경은 완벽하게 생략되어 그저 푸른 색으로만 칠해져 있는데 초저녁 같기도 하고, 새벽 어스름 같기도 하다. 명징하게 무언가를 나타내지 않는 배경 위에 놓은 여인과 별 그리고 달은 분명 정적으로 존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역동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 강렬한 붓의 터치와 비대칭적인 배치에서 오는 운동감은 왠지 오랫동안 시선을 붙든다.


이렇게 추상적인 작품을 어떻게 곱씹으면 좋을까. 추상화 앞에 서면 항상 그런 부분이 걱정이 든다. 작가의 의도를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아니면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 해설에서 짚어주는 요소들을 스스로도 잘 인식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 호안 미로 전은 오디오 가이드에서도 최대한 관람객의 자유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기에, 완전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감상해야 했다. 그런 차원에서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작품이 눈을 끌었던 점은 바로 여인의 형체가 완전히 배경의 파란색과 맞닿아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여인의 형체는 흰 테두리가 있어 배경색과 바로 맞닿지 않는다. 이것이 나에게는, 여인이 스스로 발광(發光)하는 것으로 와닿았다. 우주 그 자체로, 스스로 완전하고 빛나는, 무결한 여인이 나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을 그릴 때, 호안 미로는 성기와 같은 신체 부위를 활용하여 대상 인물의 성별을 알 수 있도록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에서는 표제가 없으면 여인이라는 걸 알기 어려울 정도로 함축적으로 여인을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인이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몸통과도 같은 부분에 신체 부위를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붉은색으로 가득 칠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의 인물 채색방법을 고려한다면 사실 이 몸통은 검은색으로 칠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붉게 여인의 몸을 칠했다. 마치 우주가 가진 뜨거운 에너지와 역동성을 표상하는 듯이, 생명력이 생동하는 것처럼 붉게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이 여인, 이 우주는 나에게 고무적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지만, 함축적으로 담긴 모든 것들이 쉴 새 없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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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새들



이렇게 함축적인 세계를 그려내는 호안 미로는 비단 야수파, 초현실주의, 큐비즘에만 영향을 받은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 속에서는 분명히 동양적인 분위기와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의 '사람, 새들' 작품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보이는 요소들만 놓고 보자면 아주 추상적이다. 이 작품을 제목 없이 보았을 때 누가 그 속에서 사람과 새를 바로 식별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과 새는 바로 식별하지 못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느껴봄직한 요소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거친 붓자국과 물감을 흩뿌린 점이다.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인 잭슨 폴록의 영향을 받아, 호안 미로는 물감을 흩뿌렸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했다. 그는 흩뿌린 채색효과에서 끝내지 않고 물감을 뿌려 흘러내리는 효과까지 온전히 화폭에 담아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사람, 새들'은 잭슨 폴록이 호안 미로에게 미친 영향을 아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액션 페인팅은 잭슨 폴록의 대표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별도로 찾아보니, 실제로 호안 미로가 잭슨 폴록과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아주 타당한 접근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과 새를 표상하는, 추상적인 검은 선들은 이번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에게 모두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마치 서예를 배울 때, 사군자를 배울 때 그렸던 붓의 놀림과 매우 유사한 붓자국들이 선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호안 미로가 어떤 계기로 동양적인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동양의 서예 붓놀림에 그가 큰 감명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사람, 새들' 작품뿐만이 아니라 마치 족자 속에 담긴 수묵화를 보는 양 세로로 긴 작품 속에서 정말 동양화처럼 그린 작품까지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바로 수용하는 태도로 호안 미로가 살아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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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이번 전시회를 보며 아주 재미있었던 호안 미로의 이력은, 바로 그가 온전히 화가로 활동하기 전에, 회계 관련 직무 종사자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2+2=4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며, 2+2=4라고 단정짓는 건 회계사나 할 말이라는 식의 만담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그는 '2+5=7'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이 작품을 본 순간 2 더하기 5가 7이라는 수식이 왜 제목인지 이해하기보다, 이 작품 자체가 내 시선을 사로잡아 버렸다. 개인적인 기억 속에 이 작품과 완벽하게 오버랩되는, 해질녘의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노을이 져서 예쁘게 층층이 물든 하늘과, 그 아래 끝없는 윤슬과 함께 일렁이는 바닷물 그리고 그 위로 떠있는 죽방까지. 제목과 별개로 내 아름다운 추억과 작품이 맞물려 곧바로 나는 이 작품에 빨려들어갔다. 결국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그냥 스스로 작품과 완전히 맞물릴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작품은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2+5=7'이 바로 이번 전시회에서 그렇게 맞닿은 작품이었다.


아트샵에서 이 작품이 담긴 엽서를 샀는데, 집에 와서 그 엽서를 들여다보니 문득 이 작품에 일곱가지 색이 쓰였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파란색 그리고 초록색이다. 화폭을 수평적으로 크게 이분할하는 노란색과 주황색, 그리고 나머지 색들이 만나 7가지 색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었다는 의미일까? 호안 미로의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적어도 이 작품에선 표제조차 의존하지 말고 작품의 본질을 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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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여인



호안 미로는 회화에서만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조형물에서도 자신의 의도를 응축해 표현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 섹션에서 본 작품들은 섹션명처럼, '오브제'처럼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개 여인'이었다. 이 작품은 작품명이 쓰인 팻말에서부터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개, 여인'이 아니라 '개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불어 원어로도 쉼표 표기가 없이 쓰여 있어서 이상했다. 만일 암컷 강아지를 말하고 싶었다면 그렇게 표현하면 되는데 왜 두 개의 명사를, 쉼표로 병기한 것도 아니고 합성어처럼 그대로 나열하여 개 여인이라고 표현한 것일까. 그보다 먼저 보았던 작품들에서 전부 쉼표를 활용해 대상을 구분해 표제를 지었던 호안 미로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건 정말 이상했다.


'개 여인'은, 표제가 합성어처럼 느껴진 것이 바로 작품을 이해하는 해답이었다. 이 작품은 개와 여인이 합성된 조형물이기 때문이다. 우주를 표상하는 여인이, 지구의 생물인 개를 품어 새로운 형상이 되었다는 오디오 해설을 듣는 순간 이 작품의 제목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머리는 크루와상, 몸통은 접시, 다리는 나무와 못을 활용해 하나의 형상을 완성하면서 서로 다른 의도를 지닌 물체들이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피조물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우주의 탄생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인이 표상하는 우주. 개가 표상하는 친밀함, 지구, 땅의 것 그리고 현실. 호안 미로는 주로 별, 달, 해, 새처럼 떠 있는 것들을 활용했다. 여인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실제 여인이 아니라 우주를 표상한 것이었기에 이마저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개 여인'을 통해 그는 우리가 현실에 발을 딛고 살고 있다는 그 본질적인 사실을 다시금 일깨웠다. 그래서 '개 여인'도 우리처럼, 땅을 딛고 서 있는 모습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개 여인'은 비단 이뿐만 아니라 호안 미로가 민속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카탈루냐 지방의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풍경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농부나 농사 관련 풍경들을 작품 속에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특성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주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의식하지 못하고 본다면 호안 미로가 카탈루냐 민속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개 여인'은 아주 친숙하고 일상적인 소재들을 활용하여 토속적인 느낌이 드는 형상으로 재탄생되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호안 미로가 가졌던 민속 예술에 대한 관심도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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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로이치



마지막 섹션에서, 관람객들은 호안 미로가 검은 색을 많이 활용하여 인물들을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몬로이치 시리즈들도 있다. 몬로이치는 호안 미로가 태어난 지역인데,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그 소박한 지역의 풍경과 사람들을 사랑했고 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몬로이치 시리즈들은 호안 미로의 오방색이나 다름없는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이 원없이 사용된다. 그리고 또 도드라지는 특징은 이 작품에선 유독 사람의 눈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몬로이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이번 전시회의 포스터를 장식한 작품이기도 하다. 2016년 대대적으로 열렸던 호안 미로 전을 놓쳤던 내가 이번 전시회에 이끌렸던 것은, 이전 전시를 놓쳤다는 아쉬움의 발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몬로이치 I'이 가진 흡인력에 한없이 끌렸기 때문이다. 강렬한 색감, 굵고 검은 선의 운동성, 다소 만화적이기도 한 형상들의 움직임,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는 눈의 이미지들이 왜 그렇게 시선을 사로잡았는지 모르겠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느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끌렸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이 작품은 어떤 이해를 할 수도 없이 그저 느껴지는 감정을 곱씹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 중 '몬로이치 II'의 경우 예전 성화 속에서 천사의 날개에 수없이 많은 사람 눈을 달아놓았던 모습을 호안 미로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선 만화적인 느낌도 있었는데 그것이 성화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 무서움이 조금 친숙하게 느껴졌다. 왜냐면 호안 미로가 본으로 삼은 그 로마네스크 성당의 성화도 눈이 많아 무섭고 징그럽게까지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안 미로는 이를 재해석하며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향 그리고 그 이웃들을 생각하며 익살스러움과 역동성을 부여해 작품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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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는 포스터 속의 작품에서부터 내 온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순응하여 이번 호안 미로 전 여인, 새, 별을 보러 다녀왔더니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호안 미로라는 이름의 시집을 읽어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시인이 시집 속에 자세한 설명없이 함축적인 모든 것을 담아놓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처럼, 호안 미로는 상세한 부연 없이 그저 자신의 작품들을 남겼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관람객의 몫으로 안배해 두었다. 물론 최소한의 장치로서 표제를 활용하기는 했지만, 표제만으로 함축된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컨텍스트는 온전히 관람객의 인식과 경험으로 재창조되어야만 했다.


전시의 규모로만 치자면 1시간 내외면 볼 수 있을 만큼, 작품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관람을 시작했는데 다 둘러보고 나니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작품은 70여점만 있다 하더라도, 한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는 데에 시간이 꽤 많이 걸렸던 것이다. 주말에는 도슨트가 없어 큐피커 어플을 오디오 해설을 매개로 전시회를 관람했는데, 오디오가이드 역시 관람객들의 감상의 폭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배경만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호안 미로 전을 충분히 감상하고자 한다면 2시간은 소요된다는 생각으로 전시를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만일 추상화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평일에 전시회를 방문하여 도슨트 해설을 듣는 것도 좋은 감상방법이 될 것이다. 평일에는 각각 11시, 14시, 16시 3회씩 도슨트 해설이 이루어진다.


굵거나 얇은 선들. 강렬한 색채. 조금은 익살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도 하는 형상. 그 모든 것들이 한 캔버스에 담겨 하나의 작품이 되었을 때,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지 기대된다면 9월 12일까지 이어질 마이아트뮤지엄의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를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한 권의 시집처럼 아름다운 호안 미로의 공간이 당신을 생각하게 만들고, 움직이게 만들고 고무시킬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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