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이 후드 -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 [영화]

글 입력 2022.05.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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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개봉한 영화 보이후드(boyhood)는 주인공 한 소년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을 담았습니다. 극적인 상황보다는 평범하게 흘러가는 가족의 일상들을 그립니다. 그들의 시간을 경험하게 해주죠. 소소한 삶의 모습을 나열하며 수많은 기억 조각들을 모읍니다.

 

삶 속 작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 것 아닐까요. 이를 통해 우리는 영화 속 인물에 몰입해 타자화된 존재를 너머 작은 사람이었던 시절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무의식 속 꼬여있던 시간들을 풀어 다시금 짚어볼 수 있습니다. 결별했던 내면의 아이를 만나 위로를 주고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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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만든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작품인데요. 감독은 어린 시절 중 특정한 시기만 다루고 싶지 않아 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주인공 메이슨이 6살 소년일 적부터 대학입학까지의 과정을 실제 시간과 발맞췄습니다. 2002년에 시작해 1년에 15분 촬영을 진행하며 12년 동안의 시간의 흐름을 포착한 것이죠. 실제 출연 배우 뿐만 아니라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갔고 각 시기의 상징적 아이템이 영화 속 배경으로 자연스레 함께 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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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와 그의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싱글 맘 ‘올리비아(패트리시아 아퀘트)’와 미국 텍사스에 살고 있습니다. 이혼한 아빠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야구도 하고, 캠핑도 가지만 함께 살진 못하기에 빈 자리를 완전히 채우진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엄마의 직장과 잦은 이혼으로 인해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만 16세가 된 메이슨은 사진예술에 흥미를 느끼며 진로를 정하는데요. 아버지의 새 가족과도 친근하게 지내며 성경, 정장, 엽총을 선물받기도 합니다. 대학에 입학해 어머니의 곁을 떠나게 될 때 어머니는 "자식을 둘 낳아 대학 보내놓고 이제는 죽을 일만 남은 것 같다"며 한탄을 감추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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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학친구들과 하이킹을 떠나 멋진 자연 절경을 보며 니콜이 “지금 이 순간을 잡으라(Seize the moment)”라고 말하자, 메이슨은 “순간이 지금 우리를 붙잡는다(The moment seizes us)”라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항상 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강해 마지막 장면 속 대사인 “순간이 지금 우리를 붙잡는다”라는 접근이 꽤나 낯설었습니다. 항상 ‘순간’은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것 같아 얄밉고 짜증나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항상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으면 부채감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순간도 나를 붙잡고 있었어? 너도 나한테 충실하고자 노력했어? 라는 생각은 꽤나 감동의 물결이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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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라는 말은 한편으론 그만큼 환경적인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어린이들은 특히나 주변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죠. 태어나서 자신의 욕구에 따라 선택을 하기보다는 필연적인 상황에 적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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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뉴스에서 본 아동 관련 사회문제들이 떠올랐습니다. 인천에서 라면을 끓이다 화재로 형제가 중상을 입고 동생이 숨지는 사건, 전남 여수에서 냉장고에 갓난아기 시신을 유기하고 다른 자녀들을 쓰레기 더미에 방치한 사건. 이러한 아동방치 사건은 2015년 1만 9214건 → 2019년 4만 1389년 5년 새 두 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공동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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