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력의 끝에 서다,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 [전시]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
글 입력 2022.05.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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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린이들은 창의적인 예술가입니다.”
“All children are artists All children are creative.”

 

 

앤서니 브라운_공식 포스터.jpg

 

 

5월은 푸근한 봄의 절정기로,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가족과 친지들과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고,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는 이 분위기는 봄의 따스함과 닮았다. 사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지정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의 역사는 곧 유교문화가 배경이기에, 어버이에 효를 다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퇴색되어 가는 어린이·어른 존중 사상을 확산하기 위해 기념일로 지정한 것이다.

 

나 자신에게도 5월은 특별한 달이다. 봄의 마무리와 함께, 타지에 있어 보기 어려운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이 뭉클하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 있는 연락을 기념일이 되어서야 하는 모습이 인위적으로 보이더라도,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에 포근함을 담는다면 환영이다.

 

5월이 특별한 이유는 더 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학교생활에 지친 나에게 전시 관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휴학 기간에 나는 유한한 자유 생활을 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으나, 내 행동이 곧 생활이 된다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다만 올해 대면 수업이 확정되면서 2년간 묵혀둔 학업의 열정을 꺼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3월, 4월은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면, 5월은 긴장을 해소해야만 했다.

 

그 조금의 쉼을 위해, 선택한 전시는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이다. 개인적으로 앤서니 브라운은 돼지책 작가로만 알았다. 엄마가 가족이 외면하는 가정일에 지쳐 집을 나가고, 돼지가 된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기에 많이 충격적이었다. 돼지로 된 달, 꽃, 벽지들과 같이 배경에도 의미를 둔 작가의 의도가 매력적이기도 했다. 게으른 가족에 지친 엄마에 작가가 감정이입하여 그들을 벌하는 듯 보였다. 이런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세상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상상력의 끝을 보여줄 정도로 섹션도 다양했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기획된 전시장과, 아이들의 경험을 채워줄 창의적은 예술 체험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앤서니 브라운이 그림책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디려 하던 1974년 처음 구상했으나 당시 출간하지 못했던 이야기이다. 현재 거장의 반열에 오른 지금 새롭게 그려 전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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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 the Elephant 2022 @Anthony Browne

  

아기 코끼리 어니스트는 몰래 들어간 정글에서 길을 잃는다. 덤불 속에서 고릴라, 사자, 하마, 악어를 마주치지만 아무도 어니스트를 돕지 않는다. 어니스트는 결국 작은 생쥐의 도움을 박아 정글을 벗어난다.

 

앤서니 브라운은 주인공 어니스트를 통해 미지의 세계와 처음 마주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정글에 들어갔을 땐, 신기한 풍경에 사로잡혀 신나지만 길을 잃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모습 말이다. 이 밖에도 등장하는 동물들의 매우 사실적인 묘사가 너무도 재밌다. 즉, 작가는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에서 미지에 대한 호기심, 타인에 대한 무관심, 얘기치 않은 도움 그리고 가족과의 재회 이야기를 따뜻하게 녹여낸 것이다.

 

 

가족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에는 가족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작가 본인의 가족 이야기이도 하다.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와 미묘한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들 수 있게 한다. 또한 각자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성찰의 시간을 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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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um 2005 @ Anthony B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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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ad 2000 @Anthony Browne

 

 

대표적으로 <우리 아빠가 최고야>, <우리 엄마>가 있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는 작가 본인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따스한 헌사이다. 실제로 앤서니 브라운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로서 스포츠에 능했고, 동시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등 감성적인 면도 있었으며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졌던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림 속 아빠 또한 뭐든지 잘 할 수 있는 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입고 있는 잠옷의 무늬도 책의 모든 그림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쓰였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로 앤서니 브라운의 어머니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가의 기억 속 어머니가 입던 것과 비슷한 꽃무늬 옷을 입혔으며, 이를 통해 각각의 그림을 잇는 서사적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한다.

 

 

윌리

 

온화하고 사려 깊은 침팬지 윌리는 앤서니 브라운을 대표하는 캐릭터로서 작가의 유년기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윌리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지만, 어려움이나 고민에 직면하고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이 너무나 공감되고 격려되는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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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y the Wimp 1984@ Anthony Browne

 


윌리 시리즈 중 대표적인 <겁쟁이 윌리>의 윌리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벌레를 밟을까 걱정하는 지나치게 사려가 깊고 소심한 침팬지이다. 언제나 힘센 고릴라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겁쟁이라고 놀림을 당한다. 겁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윌리는 다양한 운동을 하고 근육을 키운다.

 

<윌리와 악당 벌렁코>의 윌리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취미를 갖고 있는 윌리는 축구나 자전거 타기도 잘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빈번히 실패한다. 수영장에서 덩치 큰 고릴라들이 괴롭히기도 하지만 참고 견딘다. 마지막에는 악당 벌렁코와의 싸움에 이겨 챔피언의 되는 이야기이다.

 

앤서니 브라운 작품 속 ‘윌리’는 약자를 상징한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의 처지에 놓여있는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그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의 배경에 작고 재미난 디테일을 숨겨놓는다. 이러한 작은 디테일은 간혹 엉뚱하지만 종종 작품의 전체 서사와 중요한 줄거리를 암시하기도 한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와 비슷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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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gybook 1986 @ Anthony B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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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gybook 1986 @ Anthony Browne

 

<돼지책>은 아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책일 것이다. 책의 등장인물인 피곳씨와 두 아들은 어떤 집안일도 하지 않고 엄마 혼자 모든 가사일을 도맡아 한다.

 

이 작품이 놀라운 점은 장면 곳곳에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상징들을 숨겨 놓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곳 씨와 아이들이 돼지로 변할 것을 암시하듯 돼지 이미지를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엄마가 단독으로 등장하는 컷에는 숨은 그림이나 유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엄마가 느낄 외로움과 가사일의 무게, 일종의 엄숙함까지 느껴진다. 이후 엄마가 집에 돌아오고 피곳씨와 아이들을 용서한 이후에는 돼지 이미지는 책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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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릴라일까?

 

앤서니 브라운은 고릴라를 왜 그렇게 많이 그렸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

 

“고릴라는 우리 인간과 정말로 닮았고 그림을 그리기에 환상적인 동물이에요.”

 

작가의 고릴라에 대한 애정은 <고릴라 가족>에서 유독 드러난다. 고릴라뿐만 아니라 영장류에 대한 앤서니 브라운의 한결같은 사랑은 우리 모두가 영장류 가족의 일원이라고 언급한 데에도 드러난다. 비록 생김새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우리 인간도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나는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를 읽고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들을 보며 어린 시절의 감성을 다시 머금을 수 있었다. 아련하고 감동적이었으며, 어떤 때는 울컥하기도 했다. 아마 ‘향수’를 느낀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따듯하면서 정교한 일러스트레이션과 어린이의 눈높이로 감성을 어루만지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특징이다. 난생처음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과 책을 접하는 어린이 관객들도 창의적인 세계로 빠져들어, 후에 나와 같은 감정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아마 그 짧은 순간조차 따뜻한 감정으로 뒤덮일 것이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물어오면, 나는 우선 최대한 주의 깊게 보라고 말해준다. 내게는 이것이 미술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 앤서니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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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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