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책 작가의 살아있는 전설,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

따뜻함과 감동이 넘치는, 모두를 위한 상상의 나라
글 입력 2022.05.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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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앤서니 브라운’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의 책은 발간되는 시기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한국의 수많은 부모와 아이의 사랑을 받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림을 그려온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을 한 데 모은 전시에 다녀왔다. 바로 2022년 4월 28일부터 8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이다.

 

 

앤서니 브라운_공식 포스터.jpg

 

 

실제로 2명이서 함께 전시를 관람했을 때 1시간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전시작품의 양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작품 대다수가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을 정도로 모두 의미 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도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2001년 <<미술관에 간 윌리>>, 2002년 <<돼지책>>이 각각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도서로 선정되는가 하면, <<기분을 말해봐>>와 <<나는 책이 좋아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 <<미술간에 간 윌리>>는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이번 뮤지엄은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콘셉트를 중심으로 약 200여 작품을 만나는 장을 펼쳤다. 총 12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긴 호흡의 전시는 앤서니 브라운의 삶과 작품의 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담고 있었다.

 

 

Piggybook 1986 @ Anthony Browne .jpg

 

 

어릴 때 수많은 동화책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작품과 작가를 떠올린다면 단연코 앤서니 브라운이었다.

 

집에서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돼지책>>, <<동물원>>, <<우리 엄마>>, <<우리 아빠>> 등은 마르고 닳도록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어린이 시절에서 어른이 된 지금은 무려 아동가족학과를 전공하는 신분으로 그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 아련한 향수와 감동을 물씬 느끼는 순간들로 가득 찼다.

 

십여 년 전 어린이 시절에서 보았던 그의 작품을 성인이 된 지금의 시점에서 관찰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예컨대 어릴 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스토리 내에서의 복선과, 작가만의 숨겨진 디테일 같은 것들을 전시회에서 충분히 감상하면서 ‘아, 이걸 생각해서 이렇게 그렸구나’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예컨대 전시회에서 발견한 앤서니 브라운 작품 특유의 교육 및 문화적 가치는 다음과 같았다.

 


Our Girl 2020 @ Anthony Browne .jpg

 

 

<가족을 그리는 따뜻한 시선>

 

앤서니 브라운은 그의 작품 속에서 작가 본인 가족의 이야기를 자주 등장시켰다.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와 미묘한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드는데,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의 모습을 다양한 스토리로 전개하는 것이 그 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가족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따뜻함과 사랑의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가 묘사한 가족의 모습을 보면 생생하고 톡톡튀는 각자만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앤서니 브라운이 가족을 바라볼 때 그들의 행동 특성과 습관, 장점을 깊이 살펴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기하게도 그는 가족이 단체로 모여있는 장면을 그릴 때마저도 동물들을 소환했는데, 이처럼 그가 가족으로 생각하는 존재의 범위는 실로 넓고도 관용적임을 깨닫는다.

 


How Do You Feel 2011 @ Anthony Browne (1).jpg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

 

앤서니 브라운은 어린이의 생각과 감정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 작가다. 그의 2011년 작품 중 하나인 <<기분을 말해봐(How Do You feel?)>>를 본다면 아이들의 감정을 다양한 색깔의 배경과 다채로운 표정으로 그려냈다. 기쁨을 느낄 때는 쨍한 노란색 배경의 웃는 얼굴로, 슬픔을 느낄 때는 새파란 배경의 걱정스러운 얼굴로, 화가 날 때는 온통 검은색의 배경으로 칠해 단단히 성이 난 원숭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처럼 그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으로 그렸다. 세상을 알아가며 부딪히는 다양한 갈등과 어려움에 관한 어린이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앤서니 브라운. 컬러풀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다채로운 작품들을 통해, 어린이의 세계를 표현한 글과 그림 사이의 간극을 보다 좁혀 나갔다. 솔직하고도 순수한 아이들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보통 사랑에 빠지면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감도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세계에서는 어른보다도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의 색깔로 그들의 감정과 기분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섬세하게, 순수하게,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들게 한 작품들이었다.


Willy_s Pictures  2000 @ Anthony Browne (1).jpg

 

<모든 동물들은 소중하다는 가치>

 

함께 전시를 감상한 우리 두 명은 공통의 질문이 있었다. “앤서니 브라운은 왜 그렇게 고릴라를 많이 그렸을까?” 행운스럽게도, 전시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고릴라는 인간과 아주 많이 닮았고 앤서니 브라운은 영장류에 대한 깊은 사랑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고릴라와 침팬지, 오랑우탄 등 다양한 영장류와 더불어 동물들을 등장시킨다. 이를 통해 작품을 보는 어린이를 비롯한 어른들까지도 모든 동물과 인간은 인종과 국경을 넘어 ‘하나의 친구’임을 깨닫게 된다.


이 외에도 앤서니 브라운은 다양한 작품 속에서 배경에 숨긴 디테일을 빠짐없이 표현하거나, 작품 속 중요한 플롯을 암시하는 등 내 톡톡 튀는 시각적 장치를 설치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각자의 작품이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다른 작품의 주인공 캐릭터가 깜짝 등장하는 등 작품 간 재미있는 연관성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앤서니 브라운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과 무수한 상상력이 가득한 세계”였다.

 

 

"그림책은 나이가 들었다고 접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Picture books are for everybody at any age, not books to be left behind as we grow older)"

"모든 어린이들은 창의적인 예술가입니다.(All children are creative artists)"

 

- 앤서니 브라운 어록 중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을 통해 그림책을 가까이 두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림책은 나이가 들었다고 접어야 할 책이 아니니까. 때묻지 않은, 물들지 않은 시각으로 이 세상과 어린이 그리고 다양한 가족들을 보듬어않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것만 같다.

 

나이를 불문한, 모든 사람을 위한 그의 그림책으로 모두의 시간이 조금은 더 따뜻하고 포근해지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신지예 컬쳐리스트.jpeg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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