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공간에서만 연출된 고전 영화들 [영화]

글 입력 2022.05.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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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모임을 하면서 고전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중에 상당히 많은 영화들이 한 공간에서만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화와 연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연극에 비해 덜 받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시간대와 장소를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한 공간에서만 연출된 영화들을 보니 연극의 특색이 느껴졌다.

 

특히 고전 영화들의 경우, 배우들은 영화적인 연기보다는 연극적인 연기를 하는 편이다. ‘연극적인 연기’란 관객들이 그들의 연기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과장되게 말을 하거나 몸짓을 하는 연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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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들을 보고 있으니, 나는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연극’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연극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이 있다.

 

연극에서 관객들은 무대에서 자신이 주목하거나 보고 싶은 부분들을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는 반면, 영화에서는 관객들은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만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본 영화들이 있었다.

 

이 글에서 세 편의 영화를 추천해 보고자 한다.

 

 

 

로프(Rope,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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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pe’는 히치콕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실험적인 촬영 방식에 도전했다. 당시에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서, 주기적으로 필름을 갈아야 했다. 그래서 원 테이크로 촬영하기 어려웠는데, 히치콕은 이 영화를 원 테이크 촬영에 도전했다. 즉, 컷을 구분하지 않고한 번에 모든 장면들을 촬영했다.

 

중간에 필름을 갈아야 하는 시점이 오면, 그는 인물들의 등이나 사물들을 클로즈업으로 줌인했다가줌아웃했다. 이 줌인, 줌아웃 시점에 카메라의 필름을 바꿨다.

 

이 영화는 약 1시간 20분 길이인데, 사건이 전개되는 시간도 똑같이 1시간 20분이다. 이는 Partic Hamilton의 극 “Hume Cronyn” 각색한 영향으로도 볼 수도 있다. (The scene transitions in Hitchcock's Rope를 유튜브에 검색하면 더 자세한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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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영화 초반에 두 청년 브랜든(Brandon)과 필립(Phillip)이 데이비드(David)를 밧줄로 그를 목 졸라 죽인다. 브랜든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만, 필립은 우월한 자들이 불필요한 사람들을 제거해도 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상황을 오히려 즐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만끽하기 위해 사람들을 그의 집으로 초대한다. 오직 관객들만이 그들의 살인을 알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영화 중간중간에 살인 도구였던 밧줄이 등장하고, 필립은 그들의 살인을 암시하는 말들과 행동을 함으로써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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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관객들만 살인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이 모르는 단서에 주목하면서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히치콕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것을 즐겨 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진 작품들을 몇 개 더 발견할 수 있다. 로프 말고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영화들 중에는 이창(Rear Window), 구명보트(Lifeboat) 등이 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an,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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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배심원들이 한 소년의 살인 혐의 유죄로 인정할 것인지 무죄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하여 토론하는 내용이다. 초반의 법정과 맨 마지막 집으로 돌아가는 배심원들의 모습 제외하고는, 모든 장면들은 한 회의실에서 이루어진다.

 

12인의 배심원들이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 소년의 유무죄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유죄가 확실해 보이던 이 사건은 배심원 8(헨리 폰다)에의해 복잡해진다. 회의 초반에 그는 유일하게 소년을 유죄가 아님을 주장한다. 유죄가 확실한 사건에서 오직 그만 반대하기에, 나머지 배심원들은 그를 비난하거나 사건과 관련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다.

 

하지만 그가 증거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상황들을 재해석하기 시작하자, 배심원들은 하나둘씩 마음을 바꾸기 시작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모두 소년이 무죄임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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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이라는 공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회의실 내에서도 몇 개의 공간을 구분했다. 정수기 앞, 탁자 앞, 그리고 화장실.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이 세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게 하면서 반복적이고 지루한 장면들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12인의 배심원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격들의 인물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입장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다른 사람들과 갈등한다.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한 사안이 합의되어 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과연 민주주의가 항상 옳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사회적 주제를 다룬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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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을 각색한 것이다. 이 영화는 앞선 두 영화에 비해 처음부터 공간이 한정되지 않는다.

 

주인공 블랑쉬가 여동생 스텔라의 집에 방문하는 과정, 블랑쉬와 스텔라가 위층 집으로 이동한 모습, 블랑쉬가 다른 곳에서 데이트하는 등 3~5분 정도는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텔라의 집에서 주로 이루어지기에 이야기해 보고자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 블랑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동시에, 블랑쉬 주변의 인물들과의 관계에 따라 전개된다. 주인공 블랑쉬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고 그녀의 여동생 스텔라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두 자매는 한때 상류층이었지만, 스텔라는 집을 떠나면서 허름한 집에 살게 되었고, 블랑쉬는 가문의 재산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몰락하게 된다. 하지만 블랑쉬는 여전히 허영심이 가득하다.

 

그녀는 외로움과 부담감을 너무 느낀 나머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졌다. 그래서 블랑쉬는 그녀의 여동생 남편과 그녀가 만난 모든 남자들을 유혹한다.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관객들은 블랑쉬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녀로 인해 초반에 좋았던 인물들 간의 관계가 틀어져감을 지켜볼 수 있다.

 

결국 마지막에 블랑쉬는 정신 병원으로 호송되고, 스텔라는 남편 스텐리를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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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주인공 블랑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그녀의 여동생 남편 스텐리의 폭력성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연출적 의도이다. 이 줄거리는 통속성 안에 급변하는 미국 사회, 특히 남부 상류 사회의 쇠퇴와 산업화를 담았다. 각 인물들의 불안한 행동과 폭력성은 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대변한다.

 

한 곳에서 그려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다양한 미장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따라 창문, 문, 전등, 거울 등의 소품들을 활용했고, 블랑쉬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런 미장셴들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간다면 이 영화를 즐겨 볼 수 있다.

  

이 세 편의 영화 말고도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영화들이 많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발견하거나 알고 있는 영화는 무엇인가?

 

 

[안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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