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놓칠 수 없는 환상적인 시간의 향연! - 원더랜드 페스티벌 WONDERLAND FESTIVAL 2022

신비한 음악의 세계가 펼쳐지는 꿈 같은 순간.
글 입력 2022.05.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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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열광적이었던 그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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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작. 화창하고 파란 하늘이 눈이 부신 날이었다. 올림픽공원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페스티벌의 활기를 더해주듯 초록빛 우거진 나무들이 생명력을 반짝이고 있었다. 올림픽공원역에서부터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찬찬히 걸어가다 드디어 페스티벌이 열리는 88 잔디마당에 도착했다.

 

티켓 수령 부스는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었고, 무사히 티켓을 받은 뒤 사진을 한 컷 찍었다. 나의 자리는 D구역 15열 8번이었다.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이번이 첫 번째로 막을 올리는 만큼 정보가 다소 부족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다음 페스티벌이 개최될 때 최대한 도움이 될 법한 정보를 서술해보려고 한다.

 

먼저 자리는 구역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잔디 위에 줄로 표시되어 있다. 정해진 구역에는 개인 돗자리를 펼 수가 있는데 티켓을 지참하면 돗자리는 제공되는 것 같다. 이 지점에서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는 초대권으로 참여하기에 돗자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1인용 돗자리를 6000원에, 큰 돗자리를 10000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페스티벌에 온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정보였기에 다음 행사 때는 돗자리 지참을 공지하거나, 초대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돗자리를 나누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정된 돗자리에서 편하게 눕거나 앉아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먹거리는 부스에서 다양하게 팔고 있는데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음식 자체도 훌륭했다. 주류는 페스티벌에 들어갈 때 신분증을 인증하면 부스에서 맥주를 받아서 마실 수 있었다. 좋은 음악과 풍경이 함께하는데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테지만!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 2인석 혹은 3인석을 예매하며 공연을 관람한다면 무척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홀로 감상하기는 했지만, 평소 쉽게 갖기 힘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초호화 라인업, 황홀한 공연!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호화로운 라인업으로도 큰 관심을 끌은 공연이다.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기에 중간에 충분히 쉬어 가며 공연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공연을 처음부터 봤으면 무척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시간상 관람하지 못한 파트도 있었다. 최대한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 인상 깊었던 곡을 중심으로 내가 느꼈던 감동을 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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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

 

 

 

15:40-17:20 강홍석, 조형균, 민우혁


  

강홍석 - 뮤지컬 킹키부츠 < Land of Lola > / 뮤지컬 엘리자벳 < 키치 > / 뮤지컬 데스노트 < 키라 > / James Brown, I got you(I feel good) / 김건모, 서울의 달

 

강홍석 배우는 전에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서 인상 깊게 보았던 배우였다. 매체 연기를 본 적은 있어도 뮤지컬 배우로서 한 공연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대중을 휘어잡는 매력과 분위기를 띄우는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 키라 > 였다. 나는 뮤지컬 데스노트 공연을 최근 감상했으나 류크 역을 서경수 배우로 봤기에 강홍석 배우의 < 키라 > 넘버는 처음이었다. 류크는 많은 분장을 해야 하는 역인데, 깔끔한 파란 슈트를 입고서도 노래만으로 ‘사신’ 캐릭터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 무척 감탄했다. 표정 연기와 강약 조절이 인상 깊었고, ‘표만 있다면’ 강홍석 배우의 캐스팅으로도 데스노트를 다시 감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뮤지컬 넘버 공연의 첫 시작을 알린 경쾌하고 신나는 선곡과 퍼포먼스였다!

 

 

민우혁 - 뮤지컬 드라큘라 < Loving you keeps me alive > / 뮤지컬 레미제라블 <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 /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 날 시험할 순간 >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

 

민우혁 배우는 최근 프랑켄슈타인 공연에서 빅터 역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연기가 매우 인상 깊었는데 페스티벌에서 일명 ‘생창’을 다시 듣게 되어서 가슴이 뛰었다. 초반에는 앞에서 달궈진 분위기를 잠시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넘버들을 주로 선곡했다. < 날 시험할 순간 > 역시 굉장히 로맨틱하고 부드럽게 불렀던 것이 기억난다. 이때쯤 특히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멋지게 스타일링한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 걱정된다고 농담하던 그가 떠오른다. 머리 스타일도, 옷 스타일링도, 다정한 목소리도, 넘버도 두말할 것 없이 모두 좋았다고 소리쳐 말해주고 싶었다. 마지막 <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에서는 떼창을 요청하기도 했다. 저음이 두드러지는 곡이기에 그의 넓은 음역대를 더욱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차분하고 달콤한 음악 끝에 ‘생창’으로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훌륭한 선곡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조형균 -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 < 나비 > / 뮤지컬 시라노 < Bring Me Giants > / 뮤지컬 헤드윅 < Midnight Radio > / 뮤지컬 헤드윅 < Tear me down > / 뮤지컬 더 데빌 < 피와 살 >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 너의 꿈 속에서 > / 이소라, 바람이 분다

 

조형균 배우의 공연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선보였던 넘버들은 모두 훌륭했고, 특히 < 피와 살 >에서 한 남자 관객분이 열정적으로 소리치셨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고르자면 '바람이 분다'였다. 실제로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는데 타이밍을 딱 맞춘 재치 있는 선곡이었다. 자리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잔잔한 음악을 듣고 있다가 문득 눈물이 나왔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쓸쓸함, 행복감, 복합적인 생각들이 겹쳐서 그랬던 것 같다. 노래만으로 감정을 울리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감동을 선사한 그에게 박수를!

 

 

 

18:20-19:00 최성훈


 

최성훈 - Queen, Love of my life / 김윤아, 야상곡 / 악동뮤지션, 뱃노래 / 오페라 보헤미안 걸 <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 / 오페라 세르세 < Ombra mai fu > / 조수미, 나 가거든 / Brian Kennedy, You raise me up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카운터테너, 세상에는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황홀함이 많이 남아있구나. 오랜만에 수염을 깎았다는 말과 팬들의 반응으로 보아 내가 처음 본 그의 모습은 이례적이고 생소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조차도 행운이라고 할까. 가장 좋았던 곡은 '뱃노래'였다. 그의 색깔로 재해석한 곡이기에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나중에 원곡과 비교해보니 그 특이함이 더욱 두드러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음색과 함께 가사가 어우러져 그 순간만큼은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말 그대로 신비한 음악의 세계가 펼쳐지는 꿈 같은 순간, 원더랜드였다.

 

 


19:20-20:40 옥주현 X 이지혜


 

이지혜 - 뮤지컬 엘리자벳 < 난 나만의 것 > / Kristin Chenoweth, The Girl in 14-G / 뮤지컬 위키드 < For Good >  duet / 뮤지컬 엘리자벳 < 내가 춤추고 싶을 때 > duet / 뮤지컬 레베카 <레베카> duet

 

이지혜 배우는 팔색조 같은 매력이 있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말투와 음색,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장난기가 엿보였다. The Girl in 14-G에서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같이 노래를 소화했는데, 1인 3역을 하면서 재즈, 뮤지컬, 성악의 분야를 모두 보여준 부분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끝없는 그녀의 역량을 특히 잘 보여주었다고 느꼈다. 그 재치 있는 모습에 나 역시 웃음을 머금고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 레베카 >는 옥주현 X 이지혜 파트의 막을 내린 넘버였다. 워낙 유명한 곡이라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줄 알았지만, 이번 공연 때는 내게 엄청난 에피소드가 생겼다. 나의 자리는 D구역 15열 8번, 우측에 있는 자리였다. 나는 편하게 누워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지혜 배우가 “댄버리 부인 어디 있죠?”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무대 뒤에 있으리라 생각하며 집중하고 있던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 바로 옆으로 옥주현 배우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때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입을 틀어막았던 강렬한 경험이란! 내 인생에 그렇게 빠르게 누운 자리에서 일어난 적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유유히 내 눈앞을 지나가는 옥주현 배우를 보며 생생한 현장감으로 마주한 < 레베카 >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내 인생에 이 정도 되는 공연이 또 있을까? 옥주현 배우는 관중 속을 누비며 레베카를 불렀고 이지혜 배우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 엄청난 성량과 무대 장악력은 다시 생각해봐도 놀랍다. 다시 한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공연이었다.

 

 

옥주현 - Audrey Hepburn, Moon River / Bruno Mars, Talking to the moon / Natalie Cole, L.O.V.E. / 박효신, 숨 / Whitney Houston, The greatest Love of All / 뮤지컬 마타하리 < 마지막 순간 >

 

'Moon River'를 들을 때쯤 왠지 모르게 혼자 있는 게 아쉬워졌다. 이 노래를 누군가와 함께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함께 들을 가족, 연인, 친구가 함께였으면 좋았겠다고 느꼈다. 나의 마음을 건드린 음악. 사람은 누구나 힘들 때가 있고, 때로는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아픔을 다독이고 어루만져주려는 그녀의 마음이 '숨'에서 잘 느껴졌다. 노래를 듣는 내내 왜 그녀가 옥주현인지 알 수 있었다.

 

 


2년 만의 야외 공연. 비로소 알게 된 일상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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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시간.

 

 

강홍석 배우의 말이 생각난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 페스티벌을 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라고. 관객의 시원한 환호성을 느낄 수 있어 감격스럽다는 말. 나도 동감한다. 그동안 느끼지 못한 해방감과 행복.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모두에게 환상적인 시간을 선물했다. 잠시 빼앗겼던 일상을 되찾았기에 우리는 더욱 그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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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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