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꿈 꿀 수 있는 세계 – The Color Spot [전시]

어두운 밤, 빛과 색으로 채우는 꿈의 환상
글 입력 2022.05.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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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r Spot : 꿈속의 자연]은 꿈속 공간의 자연을 주제로 어두운 밤, 빛과 색으로 채우는 꿈의 환상을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 전시이다.

 

‘꿈을 찾는 사람, 꿈을 잃어가는 사람,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하여 15개의 챕터로 작품을 선보였다. “꿈속의 자연에서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전시는 꿈을 향한 열정과 그 꿈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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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밤에 지친 몸을 침대에 뉘며 꿈을 생각해본다.

 

눈을 감으면 막연히 펼쳐지는 어둠에 낯설어하며 때론 겁을 먹기도 한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공간은 나의 감정까지 일렁이게 만든다.

 

<나의 숲> <혼란> <선잠>은 나의 불편한 꿈을 보여주며 깊이 잠들고 싶은 개인의 소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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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자신의 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꽃의 시간> <나무> <사막>과 같은 공간을 지나, 빛과 색으로 가득한 꿈속에 들어왔다.

 

토니 림의 <다시, 꿈>은 현실을 지우고 여러 색으로 꿈을 물들였다. 두려움과 낯선 불안으로 덮인 어둠 안에 빛이 모인 꿈속의 자연은 내가 꿈을 꾸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듯 나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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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에 새파란 바다가 출렁인다. 해는 보이지 않지만 푸르게 반짝이는 수면을 보면 맑고 밝은 것 같다.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갔더니 내 모습이 마주 보이는 벽면에 나타났다.

 

하얗게 빛나는 형상은 얇은 실이 가닥가닥 모인 바다의 물결로 이루어졌다. 조금이라도 파도가 치면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이기도 했지만, 하늘하늘하게 흔들리는 모습은 꿈결을 따라가듯 자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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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현실을 지우기도 하지만 반대로 현실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무의식에 잠재된 기억들은 현실의 파편을 재조립하고 중첩된 이미지를 다양하게 변주한다. 반복된 꿈에서 왜곡된 진실은 환영을 불러오기도 한다.

 

빛을 잃은 꿈은 악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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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의 <나의 그림자>는 흑백 도시에서 색을 찾아 헤매는 나의 그림자를 보여주며, 악몽이라 여겼던 무채색의 꿈이 무섭지 않은 현실의 조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띄엄띄엄 세워진 사각기둥을 비추는 손전등을 따라 구조물의 그림자를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삭막하게만 보였던 구조물들이 빛을 비춤에 따라 그림자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손전등의 빛으로 투사된 구조물은 건물이 되었으며,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는 어느새 전봇대가 자리 잡았다. 건물 안에는 움직이는 생명체가 관람자를 보고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확대되는 그림자의 모습은 현실의 존재와 같았다.

 

처음에는 관람자의 이동에 따른 신체의 변화, 즉 시선의 이동을 반영하는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놀라움이 컸다. 그러다 기괴하다고만 여겼던 꿈속의 한 장면이 익숙한 광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탄이 나왔다. 손전등으로 인사를 건네는 그림자와의 만남 이후 빛이 비치지 않아도 그 건물에서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빛을 찾아 헤매는 그림자가 되어보니 현실을 감춘다고 여겼던 깜깜한 악몽은 나의 그림자로 가렸던 ‘꿈’이었다. 암흑과 같은 심연의 위협은 반복되는 꿈으로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으며, 본래의 존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지각으로 꿈속에서 완전한 진실이 재현될 수 없지만, 그래도 더 이상 어둠 속에 꿈을 두지 않을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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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빛과 색을 채우는 전시는 공간 자체가 거울로 둘러싸여 있어서 더욱 신비로웠다. 이때 거울은 꿈을 꾸는 동안 한없이 팽창하는 꿈의 확장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준 것 같았다.

 

어둠 속 작품이 가진 빛을 거울 속 더 멀리 전달하여 마치 그 공간 속을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한, 거울에 비친 나는 꿈속의 나인지 아니면 그 이후의 나인지 궁금해하며, 현실의 나와 같지만 닿을 수 없는 표상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살펴보았다.

 

아름다운 미디어아트와 몽환적인 분위기로 전시 내내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꿈에서 나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꿈을 찾는 사람, 꿈의 소중함을 찾는 사람, 그 꿈으로 채워져 가는 사람… 아직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지만, 무엇이 되었든 내가 꿈을 만들고 꿈이 나를 만드는 여정에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모든 순간이 돌아다니는 꿈은 곧 나였기 때문이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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