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전문학이 주는 불편한 매력 -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글 입력 2022.05.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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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메이킹 포토

 

 

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시작은 영화였다. 고전의 매력을 영화를 통해 알았다. 작가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를 어린 시절에 보고 그 시절만 느낄 수 있는 영상미에 매료됐다. 덤으로 <쉰들러 리스트>도. 그렇게 나는 20세기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고전문학의 배경이 시대착오적인 부분도 있어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 시대만 줄 수 있는 감성과 고증이 있다. 물론 내 취향은 1990년대 시대에 안착했지만, 나는 고전이 주는 진득한 감성을 잊을 수 없다.

 

고전영화를 좋아하니 자연히 원작으로 눈길이 갔다. 그때 나는 소설을 좋아하니 충분히 고전문학에 도전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웬걸. 10대 때 구매한 톨스토이 단편 걸작선은 아직도 완독하지 못했고, 책 무더기 사이에 파묻혀있다. 고전은 분명 흥미로운데 읽다 보면 숨 막히는 기분이 들어 집중이 금방 흐트러졌다. 집중하는 순간이 드물었다. 고전문학은 고전영화와 달랐다. 그러나 고전문학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단지 엄두가 안 난다고 해야 하나? 언제 읽을지 모르고, 지금 이 책을 읽는 게 맞나? 이런 고민도 들었다. 그래서 아직도 톨스토이 단편 걸작선은 묵묵히 책꽂이에 꽂혀있다.

 

그래서였나,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가 쉽게 구미가 당겼다. 하루 15분 고전문학 리뷰로 유명한 북튜버 문학줍줍이 나와 고전문학과의 간극을 줄여줄 것 같았다. 그리고 실로 그랬다. 영화로 먼저 보았던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Suras, 1914~1996)의 <연인(L'Amant, 1984)>을 발견하여 즐거웠고, 내게 혼돈으로 남아있던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y, 1821~1881)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1880)>들의 줄거리를 드디어 파악할 수 있었다.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고전 문학에 관심은 있지만, 엄두가 안 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하루 한편씩 15분씩 즐기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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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이 주는 불편한 매력


 

평소의 나라면 책 중에서, 취향인 고전 문학 한편을 뽑아 글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는 낱개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전체를 감싸는 매력이 더 돋보인 책이다. 책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작가가 정리한 저자의 간략한 생애과 특징, 그리고 작품의 등장인물, 줄거리를 시작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덤으로 인사이트와 상응한 작품의 구절과 함께 한 작품이 끝난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한 키워드로 묶어 주제를 중심으로 모아 목차를 구성했다. 목차는 총 9개로 사랑과 결혼, 가족, 정체성, 삶과 죽음, 국가와 사회, 전쟁, 일상, 방황, 모험을 키워드로 잡았다. 목차마다 4~6개의 작품이 묶여있고, 대략 몇 페이지지 안 되는 분량으로 총 41개의 고전 문학이 담겨있다. 읽다 보면 알겠지만 익숙한 문학이 많다. 워낙 명작이다 보니 어릴 적부터 동화책으로 가볍게 접했던 작품이나, 영화로 각색돼 우리에게 알려진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1813)>, 가스통 르루(Gaston Louis Alfred Leroux, 1868~1927)의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1910)>,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의 <레 미제라블(Les Mis?rablesm, 1862)>,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1952)> 등, 혹은 유명해서 작품 제목은 아나 감히 도전하지 않은 작품들도 많다. 흥미를 갖고 있으면서 왜 나는 쉽게 읽지 못했을까?

 

고전문학을 읽기 어려웠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단 번역체가 걸렸다. 고전문학 중 국내에 알려진 소설은 결국 번역이니 번역 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나는 번역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괜찮은 내용이어도 읽는 데 꽤 애를 먹는 편이다. 책을 읽는다기보단 글자를 읽어 내용이 금방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이해를 못 하니 당연히 시간도 많이 쓰게 된다. 두 번째로 인물의 서사가 너무 많다. 혹은 인물이 대거 등장하여 이 사람이 저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될 때도 있다. 인물이 서사가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섬세하고 유기적으로 얽힌 훌륭한 대작이라 말할 수 있겠으나,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고전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하루 이 삼십 분씩 읽는 독서량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나의 수용력이 그만큼 탄탄하지 않은 탓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가졌지만, 고전문학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탄탄한 세계관과 더불어 작가의 필체와 생각지도 못한 디테일한 감정 묘사, 단순한 플롯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포함된 이야기는 풍성하다. 그런 장점때문에 당연히 영상으로 담기 좋다. 우리는 여러 영화로 고전을 접했다. 책으로 쉽게 읽히지 않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몰입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흥미와 매력을 느껴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히 고전이 주는 의미가 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얻는 지혜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수용력의 크기, 즉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의 넓이를 키우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 시대의 사람도 아니 공감하기 어렵다. 그런 작품 속 인물의 상황에 그만큼 집중을 인입하여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실생활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큰 사람인지 알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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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낮에는 직장인, 저녁은 독서가


 

아무래도 직업으로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작가의 소개에 눈길이 간다. 어떻게 보면 작가와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으니 공감도 되고 괜히 마음이 간다. 직장인 페르소나를 보유하고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플레이리스트’란 표현으로 책을 출간하지 않았나 싶다. 고전문학과 플레이리스트라니, 내게 뭔가 양극단에 서 있는 단어가 만나 균형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고전문학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를 덜어주면서 뭔가 잔뜩 즐길 것이 있다는 것처럼, 기분 좋게 독서를 감상하면 될 것 같다.

 

책은 고전문학의 호기심을 해소하면서도 재빠르게 핵심만 훑는 이 느낌이 마치 몇 분 요약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과도 같다. 개인적으로 긴 호흡을 즐기는 편이라 그런 요약을 좋아하지 않는데, 고전문학 전문을 독서하기 벅찬 나에게 딱 알맞은 분량이자 적절한 동기부여가 됐다.

 

작가 자신도 바쁜 현대 사회를 이기지 못해 자기 계발 서적을 주로 읽었다고 한다.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로 졸린 눈을 비비며 역량개발을 위해 힘쓰다, 마거릿 미첼(Margaret Munnerlyn Mitchell, 1900~1949)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6)>를 읽고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서사 속에서 큰 감동을 얻어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작품 중 “어쨌든 내일도 또 다른 하루가 아닌가”라는 구절에 큰 힘을 얻은 작가는 이후로 고전문학의 매력에 빠졌고, 북튜버로서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 중이다. 고전문학의 어려움과 재미를 동시에 알아차린 작가의 깨달음이 있었기에, 우리가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고전문학을 책으로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보면 저자는 #갓생 을 사는지도 모른다. 퇴근 후 일상을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 활기를 되찾고, 구독자에게 기쁨을 나누고 있다. 얼마나 부지런한 삶인가? 책 내용을 습득하고, 포인트를 뽑아 정리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콘텐츠로 만든다. 덕분에 우리는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을 통해 평소 호기심과 흥미를 느꼈던 고전문학과 거리를 좁힐 수 있고, 나 또한 간간이 책을 접하는 독서가로서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이런 경험이 조금씩 축적되어 언젠간 저자처럼 고전문학을 충분히 소화하고 이야기가 주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근력이 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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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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