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비효율적인 아날로그를 사용하는 이유. [도서/문학]

우리 자체가 아날로그다.
글 입력 2022.04.26 15:2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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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희가 김환기 화백의 '우주'라는 그림이 디지털로 다시 탄생한 작품을 보여 드렸는데요. 디지털 작품 역시 경매에서 2억 9천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낙찰이 됐습니다. 이렇게 비싸게 팔릴 수 있는 건, 복제를 막고 그만큼 희소성을 더해주는 NFT 기술 덕분인데요. 최근에는 아예 처음부터, NFT만을 위해서 창작이 되는 디지털 예술 작품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2022.4.13 MBC 뉴스 [디지털 세계의 한정판 - NFT로 돈이 몰려든다]

 

최근 메타버스와 함께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NFT. 이런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러다 곧 우리 모두, 가상 세계로 넘어가 그 속에서 생을 마감할 것만 같다.


미래엔 마치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처럼, 가상 세계 속에서 성별, 나이, 얼굴 등을 완전히 새롭게 설정한 채 그곳에서 살아가려나? 이런 상상은 과거 ‘미래엔 얼굴을 보면서 통화도 하고 그러겠지?’, ‘미래엔 컴퓨터를 들고 다니고 그러겠지?’처럼 머지않아 귀여운 상상이 될까? 

 

이처럼 지금의 사회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제4의 물결 시대다. 이제 딥러닝 인공지능, Big Data, 로봇/코봇, IOT(사물인터넷), 3D Printer, 유전자 조작/편집, 맞춤아기, 장기재생, 우주개발, 무인자동차, 드론, 전문직업의 AI화, 라는 말이 별로 놀랍지도 않다.


앞서 본 뉴스처럼 ‘더 디지털화될까?’ 하는 질문이 모색할 만큼 정말 빠르게, 현실 세계의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점점 가상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 대략 5~6년 전부터 흔히 디지털의 반대말로 쓰는 아날로그 물결이 다시 흐르고 있다. 나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지원 당시, 다음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을 했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 문화 이슈는 무엇인가요?


A: “마지막으로, 레트로 문화가 과거 그것을 즐기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인 것 같습니다. 가령 Lp와 필름 카메라와 같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일으키는 문화를 그것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의 필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찾지 않아서 생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그것도 젊은 세대들이, 그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필름 값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세대가 들었을 바이닐 또한, 젊은이들이 찾고 즐김으로써 바이닐 펍, 마켓 등이 지금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흔히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도 쓰일 수 있을까요?”

 


지원서에서는 질문과 함께 간단한 이유를 요구하였기에, 나는 정말 단순히 나의 통찰을 이유 같은 이유로 대고, 내가 품은 궁금증을 끝으로 답변을 마무리했었다. 그런데 이후, 이러한 나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풀어준 책 한 권이 있었다. 바로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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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디지털 바깥 세계에서 발견되는 아날로그의 모습이, 단순히 노스탤지어(향수)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날로그 감성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그것을 향유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책은 쉽게 납득이 가능하도록 설명해 준다. 정확히, 내가 궁금했던 부분은 긁어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2016년에 출판되었다. 즉, 내가 본 아날로그의 역주행은 이미 5~6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

 

사람들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손쉽게, 장르를 불문하고, 무한정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비용이 큰 아날로그에 관심을 가지는 (그뿐만 아니라 투자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스트리밍을 실행시켜 노래를 듣고자 하면, 나는 무슨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모르겠다. 디지털 음악의 편리함은 음악을 듣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쏙 빼내 버린 것 같다.”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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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1부에서는 여러 아날로그 사물(레코드판, 종이, 필름, 보드게임)의 시장 스토리를, 2부에서는 아날로그적 아이디어(출판, 유통, 제조, 교육) 이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왜 테크놀로지 기업의 혁신가들과 젊은 세대가(일찍이 그것을 경험한 적 없던), 편리하고 친숙한 디지털 기술 대신에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를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는지, 데이비드 색스는 소비자 심리학과 경영학, 그리고 관련 업계 최전선의 다양한 리포트를 종합해서 설명한다.


그래서 다소 책을 읽다 보면 포스터 디지털 경제에 관한 내용 위주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책 곳곳에서 아날로그의 가치, 인간 본연의 아날로그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으며, 책을 다 읽고 난 후, 결국 우리가 선택한 (디지털) 기술이 오히려 우리를 얼마나 방해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

 

나는 대학에 들어와 가장 많이 한 논의가 바로 종이신문의 미래였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미디어의 물질성’이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게 책에서도, (미디어 기기가 아닌) 디지털 속 음악, 사진 등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가령 지금 우리가 디지털카메라, 선명한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더욱 실재같이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이 정말 실재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가 특정 감각만을 사용하는 것에서 점점 여러 감각을 사용하도록 발전하는 양상은 인간은 원시적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배웠었다.

 

이 또한 비슷하게 책에서도, 사람들이 디지털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싼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가, 디지털에 둘러싸이자 점점 촉각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사실은 우리의 깊숙한 내면에 아날로그를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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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 작품

 

 

그는 아날로그의 비효율성, 제약성과 같은 특성들이 우리에게 경험, 공감, 희소성을 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것의 감성을 모르는 (즉, 감성이 문제가 아닌 것) 젊은 세대가 레코드판을 사고,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쇼핑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비스 경험을 사기 위해)


"처음에는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기술의 가치를 무너뜨렸지만, 점점 아날로그의 타고난 비효율성이 점점 주목받고 필요해졌다. 그것이 몇 년 전까진 약점이었다면 이제는 강점이 되었다.”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디지털 경험이 주지 못하는 실제 세계의 즐거움과 만족감은 이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을 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록할 때 터치스크린보다 펜이 훨씬 좋다.”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아날로그 기술의 태생적인 ‘제약’의 성격이 사용자의 생산성을 오히려 높여준다.”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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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경제, ["입학식도 가상공간에서"…순천향대 입학식 메타버스서 개최]

 

최근 [롱블랙] (구독 콘텐츠 서비스)을 통해 인터뷰한 데이비드 색스는, <아날로그의 반격5년 뒤인 올해 11월에 <아날로그가 미래다>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간의 아날로그적 특성이 더욱 확실해졌음을 본 것이다.

 

계속해서 우리는 디지털 세상을 꿈꿔왔었다. 그런데 막상 펜데믹으로 그것이 보다 일찍 찾아오자, 모두 밖으로 나가 물리적 경험을 원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우리의 학교, 직장, 인간관계는 전부 온라인이었다.


그는 메타버스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팬데믹 동안에 느꼈던 우리의 불만족과 슬픔이 절대 그곳에서 해소될 수 없다고 말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참고=롱블랙, [데이비드 색스 : 아날로그의 반격 5년, 그래도 아날로그가 미래인 이유])

  

하지만 데이비드 색스가 책에서도 당부하듯, 이 책은 디지털 기술에 반대하는 책이 절대 아니다. 책 제목만 보면 그런 뉘앙스를 뛰고 있는 것 같지만,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 즉, ‘기술의 미래를 바라보되, 기술의 과거를 잊지 않기’를 말하고 있다.


“각 기술은 분명 다른 용도를 충족시켜주고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그래서 결국 그는 책을 통해서, 흔히 생각되는 ‘고리타분한’, ‘한물간’, ‘그래서 가치 없는’ 아날로그의 인식을 바꿔주고, 그동안 디지털로부터 얻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아날로그를 통해 찾을 기회를 알려주었다.


“기술혁신의 과정은 좋은 것에서 더 좋은 것으로, 그리고 가장 좋은 것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혁신의 과정은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게 도와주는 일련의 시도들이다.”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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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 머루포도
    • 아날로그의 타고난 비효율성이 주는 경험,희소성이라는 말이 너무 좋습니다!
      그저 "유행은 돌고 돈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날로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유행이라고 말할 순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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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루져니
    • 요즘은 정말 가상현실이 가깝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도 가깝게 접할 수 있고요! 그래도 학교에서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 처럼 손으로 글을 쓰는 것 처럼 아날로그의 가치는 쭈욱 변하지않을 것 같아요! 향수때문만이 아닌 레트로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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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망고
    •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이란 글귀가
      확 와닿네요~
      챙겨야할 기념일을 폰알람으로
      해두다가 언제부턴가 탁상달력에..
      장보러갈때도 손수 메모하면서
      적는 것도 기억이 더 나는 이유도
      아날로그방법이 더 친근하기때문이겠죠..
      편리함과 익숙함이 공존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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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리앵두
    • 메타버스가 발전하면서 세상을 주도하는 기술과 기업이 바뀌는데 나와는 관계 없는일이라 치부해버리면 어느순간 도태해 버린다 현대기술과 시대변화를 무시하면 안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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