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展 [전시]

글 입력 2022.04.19 00: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20418150344_bfhhzahy.jpg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展>은 전 세계 최초로 열리는 회고전으로 1970년 초기작부터 2021년 최신작까지, 총 15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됩니다. 개념미술의 선구적 작품 '참나무(1973)’가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며, 디지털 포트레이트, 스페셜 판화, 월 페인팅 작품이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습니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 한 구절, 모르는 사람이 없죠? 이처럼 친숙한 대상을 원래 의미가 아닌 새로운 해석을 불어넣는 것을 ‘개념미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틴은 선과 색으로 개념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우리가 흔히 여기는 일상의 오브제가 실제로는 가장 특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죠. 6가지 테마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탐구: 예술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마틴은 그가 던졌던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개념미술 속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사물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물체의 본질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개념미술의 상징적 작품, 뒤샹의 <샘,1917>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참나무, 1973>인데요.

 

마틴은 갤러리 벽면에 ‘선반과 물 한 잔’을 올려놓고 이를 물컵이 아닌 참나무라고 정의했습니다. 물잔의 물리적 본질을 느낌, 무게, 크기 등 비본질적 요소 없이 변화시킨 건데요. 그가 정확히 변화시킬 의도를 가지고 잔에 물을 따를 때, 물잔은 참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KakaoTalk_20220418_150609913.jpg

 

 

언어: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도구, 글자

 

알파벳의 사회적 정보를 박탈해 글자를 언어가 아닌 오보제로 바라봅니다. 전혀 연관성 없이 조합된 알파벳들은 오히려 자유로운 해석을 할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단어와 픽토그램 사이 운율을 포착해 언어적 유희를 만들 수도 있는데요. 아래 작품은 단어 < LOVE >와 오브제 < GLOVE >의 관계에 주목해본 것입니다.

 

 

KakaoTalk_20220418_150517912_04.jpg

 

 

보통 :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

 

작가의 주 모티프는 대부분 공산품 오브제입니다. 검은색 라인으로 오브제를 정확히 나타낸 후 컬러를 통해 인공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일상 속 평범한 사물의 성질을 이해해볼 기회를 부여하는데요. 그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주변의 모습들이 삶의 본질에 가까울 수 있다고 말하죠.

 

아래 작품은 너무나 익숙해 평소 주의를 끌지 못했던 테이크아웃 컵을 과감한 색으로 그려냈습니다. 이처럼 컬러는 오브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기도 하는 듯합니다.

 

 

dasdasdsd.jpg

 

 

놀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적 유희

 

마틴은 예술적 놀이를 통해 세상에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놀이하는 인간(호모루덴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물의 기능적 쓰임을 너머 다양한 근본적 관계를 실험해봅니다. 회화, 조각, 설치, 디지털 아트, 판화 등 장르의 한계 없이 자유롭게 상상을 펼쳐냅니다.

 

해당 섹션에서는 강렬한 색상의 사용이 적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다큐멘터리도 함께 볼 수 있는데, 특이한 전시 구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KakaoTalk_20220418_150517912_02.jpg

 

 

경계: 축약으로 건네는 상상력의 확장

 

사물의 한 ‘부분’만 초점화한 것을 클로즈업이 아닌 경계라고 합니다. 패널을 중심으로 오브제를 맞추지 않고 그림자, 맥락, 세부 정보가 소거된 일부 파편을 표현해냈는데요. 관람객이 그 이상을 상상해보며 빈 곳을 채워볼 수 있도록 합니다.

 

8개 작품이 모서리를 두고 나열된 모습이 압도감을 주기도 하는 듯합니다.

 

 

KakaoTalk_20220418_150517912_01.jpg

 

 

결합: 익숙하지 않은 관계가 주는 연관성

 

마틴은 예술이 산문이 아니라 시이며, 하나의 은유이자 상징이라고 말했는데요.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오브제를 결합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관람객의 기억과 연상을 통해 오히려 풍부한 연관상을 만들어낼 수 있죠.

 

비현실적으로 크기를 조정하거나 다양한 각도로 조명할 수도, 특정 사물에만 원근법을 적용해봅니다. 오브제 간 새로이 생긴 공간은 물체 간 공감각으로 확장되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마틴은 본인의 작업을 ‘2차원의 조각’이라 말합니다.

 

 

jasdlsahldk.jpg

 

 

“제 작품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경험하는 일상생활의 즐거움, 아름다움,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마틴은 팝아트와 같은 과감한 색, 미니멀한 라인, 단순화되거나 확대된 구도를 통해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을 가져다주었는데요.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으며 가벼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봄날과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과 같은 작품을 통해 시의성도 놓치지 않았죠.

 

여러분의 보통의 날들은 어떻게 지나가고 있나요? 소소한 일상을 놓치며 살고 있진 않은지 전시를 통해 마주해보길 바랍니다.

 

 

[윤민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