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있잖아, 잘 지내?

우리 그날까지 무사하자
글 입력 2022.04.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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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잘 지내?

 

나는 그냥. 정말 그냥 그럭저럭 잘 지내.

 

요즘은 너의 안부가 궁금해. 뭐, 이제 와서 솔직하게 툭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요즘이라고 특정 짓지 않아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너의 안부를 궁금해왔어. 그런데도 너의 안부를 너에게 굳이 묻지 못하는 이유는, 그냥, 음, 그냥. 그냥 그래 왔었으니까. 이제껏 그래 왔었고, 우리는 굳이 서로에게 안부를 묻지 않아도 서로가 안녕할 것이라고 생각했잖아. 우리는 서로 굳이 안부를 묻지 않는 것이 마치 서로의 암묵적인 룰이라도 된 것처럼 지내왔었으니까.

 

그래,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너의 안부가 유난히도 궁금한 어느 날, 갑작스럽게 너에게 연락을 한다면 그냥 너의 안부가 순수하게 궁금한 나의 의도에 단 한 톨의 물음표라도 남기는 게 싫어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보험 팔려는 것도 아니고 옥장판도 아니고 결혼도 아닌데. 뭐, 그냥 그래서. 그래서, 오늘도 굳이 너의 안부를 묻지를 못해.

 

그래도 나는 네가 어디서 무얼 하면서 지내는지, 요즘 같은 시기에 건강은 괜찮은지, 괜스레 답답함에 나처럼 우울감을 삼키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흐르는 시간의 허망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많이 궁금해. 그저 잘 지내냐는 물음을 건네는 게 언제부터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를 되짚다 보니 결국 오늘까지 왔네.

 

그냥 많이 보고 싶은 날이야. 그냥 좀 많이 그리워서. 나는 오로지 나 자신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네가 내게 준 것들이 나라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무뎌졌지만 네가 나에게 준 것들이 나도 모르게 문득 스쳐 지나갈 때, 나는 너의 안부를 묻고 싶어.

 

우리는 한때 서로 많은 기쁨도 나누었고 간혹가다 상처도 주고받았잖아. 깊은 속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가벼운 말장난도 자주 주고받았지. 나는 너랑 있으면 그냥 편했어. 너랑 있을 때만큼은 꾸미지 않는 내 진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너랑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별말 없이 그냥 옆에 있는 것도 전부 좋았어. 불편하지 않은 침묵 속을 너랑 함께할 때면 문득 아무리 세월이 지나 허리가 굽어져도 우리는 함께 있을 것만 같았어.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그때 침묵을 깨고 서로 나눴던 이야기, 기억나? 시간에는 거대한 힘이 있어서 아무리 아팠던 기억도 예쁘게 추억할 수 있도록 포장해버린다고 그랬잖아. 나는 몰라. 정말 너에게 받은 상처가 얼마나 아팠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도 안 나. 나 참 단순하지? 혹시 너도 그래? 너도 내가 준 상처가 지금쯤은 작은 추억이 되었니? 아니면 아직 남아 추억하고 싶지도 않은 아픈 기억이 되었니?

 

알 수 없는 게 많네. 근데 나는 이건 확실히 알겠어. 그때의 우리가 서로를 좀 더 소중하게 대했다면 좋았을걸.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는다는 그 흔하디흔한 말처럼, 우리는 늘 옆에 있었던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겼잖아. 물론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서로 모르게 마음속에 각자만의 서운함을 축적해 나갔어. 그때부터였던 거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는 게 문득 낯설어졌을 때.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의 관계가 멀어질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묵묵히 그것을 받아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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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냥 너의 안부가 너무 궁금해. 너도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면 나에게 굳이 안부를 묻지 않는다는 건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서로의 안부를 알 수 있을지.

 

근데 사실 막상 까보고 나면 무서워질 것도 같아서. 내가 너의 안부를 물었을 때 혹여나 네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되면 또 그것만큼 내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걸 마주할 용기랑 여유까지는 아직 없어서. 치사하고 비겁하게. 그래서 나는 너의 안부를 묻기를 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소식을 전하고자 했던 사람이 아니라, 소식을 듣고자 했던 사람이 만든 말. 아마도 누군가의 소식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이 그냥 자기 마음 편하자고 만든 말일 거야. 분명한 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내가 너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마음을 잊혀주기에는 너무나 얄팍해서, 중얼중얼. 오늘도 너에게는 닿기 힘든 마음을, 또 이렇게 중얼중얼.

 

잘 지내겠거니 생각해버리는 것도 내 안에서 고갈될 땐, 정말 네가 너무 보고 싶어질 땐, 그때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볼게.

 

그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그날까지 무사하자.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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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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