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꽃을 사랑하는 이유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4.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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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왔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과 오락가락했던 날씨 끝에 온 봄이다.

 

연초록빛으로 돋아나는 새싹들과 조금 더 진하게 물들어가는 잎들은 우후죽순 주변의 모든 것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한층 따사로워진 햇살 아래서 동네 고양이들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새들은 종종거리며 다니는 사이, 초록 내음 사이 색색의 망울들은 봄의 풍경을 과시하듯 앞다퉈 꽃을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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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항상 마지막이다. 우리는 자연의 만물이 봄을 알아채고 한껏 즐긴 뒤에야 밖으로 나와 산들바람과 햇빛, 봄의 풍경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런 우리가 따르고 있는 봄의 지표는 ‘봄꽃’이다. 목련, 동백, 개나리, 벚꽃 등 알록달록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밖을 내다보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꽃과 인간


 

꽃. 인간이 식물의 생식기관을 분류해서 추상화한 이 개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특히, 우리가 봄꽃을 봄과 거의 동일시하면서까지 중요시하는 이유는 뭔가 싶다. 봄이면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장소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아무리 매일 마주치는 집 앞 나무라도 봄꽃이 피어있으면 꼭 사진 한 장은 찍게 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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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봄꽃의 아름다움이 지닌 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봄꽃의 모양과 색을 예쁘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그 외형만이 다였다면, 봄꽃을 칭찬은 할망정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봄꽃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 중 첫 번째는 한정성이다. 봄은 한정적이고, 봄꽃의 유효기간도 한정적이다. 꽃은 줄기나 가지처럼 오래 가지 않는다. 그저 피어있는 몇일 동안 꽃가루를 퍼뜨리는 역할을 다하다가 바람이 불거나 시들면 툭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봄꽃이 핀 기간은 짧은 만큼 귀하다.

 

다만, 인간이 영원한 것은 지루하게 여기고 일시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동물이므로 봄꽃에 주목한다고 이야기한다면 이는 너무 단순한 추리이다. 우리가 짧고 아름다운 봄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봄꽃이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인 ‘청춘’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영원하지 않아서 슬프지만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청춘은, 따뜻한 봄에만 활짝 피었다가 곧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 꿈처럼 기억해야 하는 봄꽃과 매우 닮았다.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빛나는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봄꽃은 너무나 찬란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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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아름다운 두 번째 이유는 매년 다시 피워내기 때문이다. 꽃나무가 병들거나 사라지지 않은 이상, 꽃은 같은 자리에 매년 꽃을 피워낸다. 앞의 한정성이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면, 이러한 반복성은 우리가 희망하는 바와 닮았다.

 

사람들은 반짝이는 시절이 우리를 찾아와주길, 또 다른 청춘을 다시 한번 맞이할 수 있길 항상 바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춥고 외로운 시간이 끝나면 따뜻함 속에서 마음껏 피워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아름답고 젊던 시절은 갔지만 다시 한번 빛나고 싶다는 기대가 인간을 더 열심히 살게 한다.

 

그리고 꽃은, 매년 봄마다 우리를 지탱해왔던 기다림이 헛된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추운 겨울 속에서 틔워낸 그 연약한 봉오리는 존재만으로도 마치 우리에게 이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 끝에는 반짝일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해 가슴을 한없이 부풀게 한다.

 

 

 

Flower power


 

이렇듯 봄꽃의 생애는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느낀다.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이 우리와 닮아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과 위로인지 모르겠다. 따뜻한 봄, 새로운 마음으로 재충전을 하고 앞으로의 계절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데에는 확실히 우리 옆 흐드러지게 핀 봄꽃의 덕택이 있을 것이다.

 

봄꽃을 사랑하는 것은 올해의 봄을, 다가올 우리 인생의 봄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아니 사실은 봄꽃을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그것과 닮은 우리의 인생에 긍정적인 희망을 느끼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봄엔 아름답게 피워낸 봄꽃을 마음껏 만끽하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우리 마음 속에는 봄꽃처럼 아름답고 따사로운 청춘이 있고, 우리의 미래에는 겨울을 견디고 피워낼 강인한 청춘이 기다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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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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