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 나른한 폭발의 향연 [음악]

그 환한 색채를 담은 플레이리스트
글 입력 2022.04.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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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 피쉬> 스틸컷

 

 

봄이 돌아오고 있다. 캠퍼스에도 사람이 가득하다. 하늘이 너무도 화창해서 푸르다 못해 하얗고, 버드나무들은 막 돋아나는 새잎을 유유히 늘어뜨리고 있다. 알록달록 개나리와 진달래, 매화, 이제 막 피어나려는 벚꽃 나무 꽃망울들이 온 세상을 파스텔 빛으로 물들인 듯하다.

 

이렇게 활기차고 생명력이 피어나는 거리를 만끽하면서 걷는 것이 요즘 필자의 소소한 행복이다. 실상은 강의실에서 강의실로, 다음 일정을 위하여 마음의 여유도 없이 바삐 걸음을 재촉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맞이하는 순간만큼은 찰나의 봄을 만끽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렇게 날씨 좋은 날 걸어 다니며 한 가지 더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햇살 좋은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굉장히 상쾌해지지만, 귀에 봄 느낌이 물씬 나는 곡을 틀어주는 순간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모든 꽃과 나무들과 구름이 영화처럼 곁을 스쳐 가고, 나는 봄 속을 걸어가고 있다.

 

필자가 요즘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자주 듣는 노래를 몇 곡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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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ove Letter], Anthony Lazaro & Sarah Kang

 

이 곡은 꼭 이어폰으로 들어야 고유의 느낌이 산다. 어딘지 아련한 음색으로 공간감을 은은하게 만들어오는 기타 소리가 시작되면, 파랗던 하늘을 더 파랗게 만들어주고, 날리는 바람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그 순간, 이미 당신의 눈앞에 영화가 펼쳐질 것이다.

 

그 위에 Anthony Lazaro의 목소리가 가벼운 구름처럼 사뿐히 얹어진다. 그리고서는 매력적인 Sarah Kang의 목소리가 나온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하나가 되고, 편안하게 속삭이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달콤한 멜로디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최소한의 악기와 속삭이는 목소리로 봄의 가볍고도 투명한 공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3박자의 박자를 통해 경쾌함을 만들어내기에, 나른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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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Op.43 18변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필자는 요즘 라흐마니노프에 빠지기 시작했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드라마틱 하고 로맨틱한 멜로디는 한 번 들으면 쉽게 외면하기 힘들다. 그중에서도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오가며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짧은 곡이면서도, 순식간에 어떤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곡을 찾고 있다면 바로 5분도 채 되지 않는 이 곡이 제격이다.

 

이 곡은 봄의 부드러움을 어느 곡보다 잘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 사실 ‘라 파#솔라 레-’ 이 멜로디는 아마 어디선가 들어본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꼭 클래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부드럽게 흩어지는 파도처럼 굴러가는 낭만적인 피아노 소리와, 순식간에 그 웅장함을 끌어올리는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순식간에 가슴이 벅찰 만큼 황홀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 곡을 들으며 길을 거닐면 분명 그 길은 특별한 시공간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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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처음 느낌 그대로>, 이소라

 

봄 하면 생각나는 밝은 느낌의 앞의 두 곡과 다르게, 이 곡은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을 담고 있다. 이 곡이 어떻게 눈부시고 아름다운 봄에 어울리는지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소라 특유의 목소리와 쓸쓸한 분위기의 이 곡을 들으면서 화창한 봄 거리를 거닐면, 이상하게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사실 봄이 따뜻하고 충만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봄을 거닐며 어딘지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고 텅 비어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곡은 바로 그러한 마음을 읽어내어 귓가에 들려주는 것 같다.

 

마치 모순어법(oxymoron)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모여 절묘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처럼, 봄의 분위기와 슬픈 노래는 아주 모순되지만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슬픔’, ‘눈부신 아픔’이라고 불러보면, 그 느낌이 전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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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봄은 아직 푸르름이 우거지기 전이다. 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래서 차마 짙게 푸르르지 못한 채 옅은 빛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수줍음이 있다.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헐벗은 나무와 포근히 돋아나기 시작한 새싹이 함께 어우러진다. 차가운 새벽 공기와 저녁 공기는 따스한 낮의 햇살의 냄새와 섞인다.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왠지 반가운 그 새로운 탄생과 신선한 느낌이 우리의 마음에 이상한 공기를 불어넣는다.

 

파릇파릇한 봄을 보며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낀다. 무언가 마음속에서 터져 나올 것만 같고 어디든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들뜬 감정. 그 설레는 마음을 혼자 속으로만 묻어두고 터뜨리기 섭섭했다면, 당신의 봄에 음악을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 무언가 알 수 없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노래로 느끼고, 헤어 나올 수 없는 멜로디 속에 펼쳐진 그 환한 봄을 한 번 힘차게 내딛어보라.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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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 스틸컷

 


[정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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