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완전한 조각들의 완전한 작품 - 디스코 엘리시움 [게임]

글 입력 2022.03.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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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조각들의 완전한 작품

무지성 게이머 3편 : 디스코 엘리시움

*개인적인 해석/ 스포일러 주의*

 

 

 

1. 실패자들을 위한 시


 

인류의 문명 아래에 개인의 실패와 혼란스러움은 늘 살가죽보다 단단히 붙어있었지만, 지금처럼 그것들이 무증상 전염병처럼 침투해온 적은 없을 것이다. 어떤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상태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디스코 엘리시움'은 독특한 감상을 이끌어 낸다.

 

여기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한 인물이 여관의 바닥에 누워있다.주인공 해리는 숙취에 찌든 몸으로 여관에서 일어난다. 누가(하지만 누가 봐도 그 자신인) 신발을 던져놓았는지 창문은 다 깨져있고, 옷은 사방에 대충 던져져 있다. 비척거리며 거울을 보니 이전 시대에나 어울릴만한 우스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알콜 중독자가 서 있다. 머릿속에는 해리의 능력을 의인화한 듯한 수많은 인물의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속삭인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그가 그 자신이 누구이고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는 점에 있다.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다른 관할서의 형사가 다가와 "목 매달린 시신"의 처리는 어찌 되었냐고 묻는다. 해리는 그가 무엇인지도 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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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벼운 룰의 TRPG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의 첫인상은 TRPG 룰 기반 탐정 게임이다. 이 게임의 서사적 흐름 면에서는 할 말이 많으니 우선 게임의 전체적인 규칙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 플레이어는 '해리'를 통해 마르티네즈를 돌아다니면서 메인 퀘스트와 사이드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다. 메인 퀘스트는 디테일에 차이가 있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사이드 퀘스트는 아이템의 습득, 해리의 능력치, 선행 퀘스트 완수 여부를 통해 성공 여부가 정해지며 다른 갈래로 뻗어 나간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스테이어스는 해리가 가지고 있는 24개의 능력의 목소리로 표현된다. 24개의 능력은 지성, 감성, 육체, 운동이라는 카테고리로 다시 나누어지며, 이는 각 카테고리의 기능으로 수사학, 개념화, 공감, 권력, 물리적 수단, 손발 협응력 등으로 세분된다. 처음 캐릭터 생성 시 4개의 카테고리의 기본 수치를 결정하고, 게임 진행 시 퀘스트 완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치로 레벨업하여 세부 기능들의 능력치를 향상할 수 있다.

 

스테이어스를 올릴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생각 캐비닛'이 있다. 게임의 진행에 따라 해리가 얻은 인사이트는 '생각 캐비닛'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된다. 이 아이디어들은 생각캐비닛 오랜 시간을 들여(그러니까 오래 생각해서) 내면화할 수 있다. 내면화시킨 생각은 스테이어스에 영향을 미친다. 현실로 따지자면, 감명 깊은 사건들로 인해 새로 얻은 생각의 돌파구가 생긴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기능이야말로 게임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는 흥미로운 장치라고 분석한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한 예를 소개하자면, 해리는 인종차별주의자의 개소리를 생각캐비닛에 넣어 내면화할 수 있다. 내면화한 결과 창의성에 가까운 능력치인 개념화가 향상되고 수사학 기능 제한레벨이 향상된다. 그러니까 해리는 몇 시간 동안 인종차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것에 대한 의견이 어땠건 자신의 의견의 지평을 넓힌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서사에 몰입하기 위해 게임의 모든 규칙을 엮어낸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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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향상한 스테이어스를 통해 '판정'을 할 수 있다. 판정은 자동판정과 수동 판정으로 나뉜다. 자동판정은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따라 대화의 맥을 잘 따라갔는지를 체크한다. 예를 들어 논리적인 해리는 대화를 나누는 당사자가 논리적인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고, 감성적인 해리는 타인의 기분을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 물론 각 기능은 각 기능을 대표하기 때문에 항상 옳은 의견만 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판정은 수동 판정을 통해 성공여부를 계산한다. 자동판정보다는 좀 더 중요한 선택지에서 제시된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는 다른 결의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수동 판정은 TRPG처럼 보정된 주사위 굴림으로 결정할 수 있다. 육면체 주사위 두 개를 사용하며, 기본적으로 (1,1)은 반드시 실패, (6,6)은 반드시 성공으로 계산한다. 물론 단순한 주사위 굴림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으며, 해당 판정에서 요구되는 능력치의 정도나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습득하거나 이전 퀘스트를 완료했다면 따라 성공확률이 달라진다.

 

수동 판정은 다시 붉은색 판정과 하얀색 판정으로 나뉜다. 붉은 색 판정은 단 한 번만 판정할 수 있다. 다시 시도할 수 없는 극적인 상황이 붉은 색 판정으로 표현된다. 반대로 언제든 당사자에게 추궁할 수 있는 경우엔 하얀색 판정으로 표현된다. 하얀색 판정의 경우 실패하더라도 판정 능력치를 올리거나, 적절한 대화를 다시 나눔으로써 재판정할 수 있다.

 

이렇듯 판정에는 나름 세부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성공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해도 메인 퀘스트의 흐름은 변화하지 않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TRPG의 게임을 주최하는 GM을 위한 조언이 있다. "플레이어들이 실패하더라도 나아가게 하라". 이 게임은 그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게임이고, 몇몇 퀘스트를 제외하곤 실패가 그리 아쉽지 않은 게임이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게임으로서의 기능은 끝이다. 게임에서 따로 제공하는 미니게임은 없으며, 말 그대로 기억을 잃은 형사가 든든한 동료와 그 자신의 몸에 깃든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면서 퀘스트를 완수하면 된다. 게다가 TRPG에서 기대하는 자유도도 적은 편이다. D&D 식 플레이(전략 전투나 열린 서사 구조)를 기대했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TRPG를 예시로 들자면, 이야기 구조가 닫혀있고 전투보다는 대화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call of cthulu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게임적인 재미가 없었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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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이로운 스토리 구조


 

잘 만들어진 게임은 플레이어의 삶에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법이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내게 그런 게임이었다. 게임의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서, 내 나름대로 게임의 스토리 구조를 분석한 도식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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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노출되는 구조는 해리 개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플레인이스케이프 토먼트'와 비슷한 면이 있다. 토먼트의 주인공은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과거의 인연, 혹은 조력자와 함께 자신이 저지른 것들을 관조하면서 새로운 그 자신이 된다. 이 게임에서도 주인공 해리는 과거의 환상-디스코, 혹은 전 뭐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초라한 인간이다. 게임 시점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망쳐버리고 만다. 그는 자살하지 않기 위해서 고물상에 총을 팔아버리고 기억을 잊어버린다. 플레이어는 해리가 이전에 저지른 것들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해리가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정체성을 결정하게 돕는다.

 

처음부터 이 구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게임이 애당초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게임의 초반부터 중반까지 다양한 보조 장치를 삽입했기 때문이다. 여러 기능이 해당 목적을 완수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초반부터 동료로 영입되는 '킴 카츠라기'다. 그는 충실한 형사로서 FM대로 수사에 집중하려 한다. 심지어 그는 해리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개인적인 기억에 대해 묻지 않는다. '살인사건 수사'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함께 움직이는 동료는 게임의 가장 표면적 목표-살인사건 수사하기-에 집중하도록 한다.

 

하지만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이 게임에서 '살인사건 수사'보다 더 큰 범위의 이야기들이 삽입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들은 때로는 미스터리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나는 그 도식을 '세계'와 '공동체'로 구분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그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의 줄기는 '공동체'의 이야기다. 정치철학이 결국 공동체의 윤리학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공동체로 뭉뚱그려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사회민주주의'와 같은 사상들이다. 마르티네즈는 혼탁한 왕실을 패배,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대립과 실패를 모두 겪고 이제는 '도덕주의자'라는 이상 아래 외세의 주권에 휘둘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운 마르티네즈에 각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자유주의'에는 기업의 대표인 조이스가, '사회주의'에는 클레어가, '공산주의'에는 늙은 노인이 있다. 기업의 대표인 조이스는 모든 직원을 쓰고 버리는 말이 아닌 기업의 주인으로 취급해주길 바라는 노조의 시위를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클레어는 노조의 대표로서 다소의 희생이 있더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길 바란다. 기업 측의 경호원이 노조의 손에 살해당했다는 사건은 두 세력 간 피를 튀기는 분쟁으로 확산되기 너무 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사건의 진범은 패배하여 섬에 숨어 사는 '공산주의자' 노인의 짓이었다. 그는 공산주의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람들과 엮이지 못한 채 멀리서 마르티네즈를 지켜봐 왔다. 점점 더 정신이 아득해진 그는 애꿎은 여자를 혁명의 소녀로 망상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의 애인을 쏘아죽인다. 그리고 그가 하필 항공노조와 대립하는 기업 소속의 경호원이었던 것이다.

 

해리와 킴은 RCM 소속으로,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자경단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중립을 자처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RCM 권력의 원천은 기본적으로 연합정부, '도덕주의자'의 영향 아래에 있다. 도덕주의자들의 현상유지는 결국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는 형태가 된다. 플레이어는 각 사상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상에 손을 들어줘도, RCM으로써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고 해도, 이 '살인 사건'의 해결은 어떤 방식으로든 피바람을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이스와 클레어 입장에서는 진범이 누가 되었건 살인사건은 명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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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은, 단순한 '사상 간 갈등'에서 또 하나의 메시지를 끼워 넣는다. 바로 이 세계에 대한 부분이다. 해리 '개인'의 이야기와 '공동체'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성격을 갖는 데 반해, 이 '세계', 즉 '엘리시움'에 대한 내용은 디스토피아적이다. 엘리시움에는 물질적인 대륙인 '이솔라'와 '창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솔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대륙이다. 하지만 이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창백은 존재와 대비되는 비존재와 같은 물질로, 이 정체 모를 공간에서는 모든 법칙이 무효화 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창백을 건너는 기술들이 발달하였지만, 창백을 건너는 화물 운전수나 조이스는 자아가 붕괴되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그것보다 문제인 것은, 이 창백이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창백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면 엘리시움은 멸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미확인 동물학자의 부부도 세계의 미스터리와 관련된 퀘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주류 과학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미확인 동물들을 찾으려고 한다. 마르티네즈에서도 그들은 청소년들의 스크랩을 증거삼아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인슐린데 대벌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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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게임을 둘러싼 주요 소재들은 '실패'를 중심으로 모인다. 주인공 해리는 실패한 개인이고, 초로한 레바숄과 사상은 화합하지 못하고 실패한 사상의 망령이 떠다닌다. 세계는 필연적으로 창백에 먹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게임은 새로운 돌파구를 통해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그 누구보다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보인 미확인 동물 학자 부부가 찾는 대벌레에 있다.

 

게임의 마지막 부분에서 해리는 대벌레와 만나 교감한다. 대벌레는 한번도 자신을 드러낸적 없지만 인류와 그의 선택을 지금까지 봐왔음을 밝힌다. 해리는 그제야 이전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다음을 선택하게 된다. 대벌레는 또한 공산주의자를 미치게 한 일 등 공신이었는데, 공산주의자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망상을 하게 된 것도 대벌레가 내뿜는 신경전달 물질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대벌레의 이야기는 해리의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이야기에는 대벌레는 인류의 희망을 상징한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개인적인 감상을 곁들이자면,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와 비슷한 존재다. 모든 인간이 간절히 찾길 바라고 존재를 확인하길 바라지만, 그 누구도 그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어려운 존재를 의미한다. 나는 임시로 그것을 희망으로 표현했지만,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도가 독자들에게 다양하게 해석되듯, 그것은 신앙이 될 수도, 사상이 될수도, 심지어 전여친이나 디스코도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은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관조하면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존재의 반대 격에 있는 창백과 대립하는 개념이면서, 인간을 미치게도, 살아가게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해리가 이 대벌레를 확인함으로써 다음 걸음을 걸을 수 있는 것처럼, 플레이어도 비로소 이 복잡한 이야기의 끝에서 마침내 최종적인 메시지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실패와 절망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추한 미소를 지을지언정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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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가며


 

이미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한 탓에, 이 게임의 또 다른 매력적인 부분이나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는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와 완성도 높은 오디오와 비쥬얼 부분이 그렇다. 반대로, 너무 난해한 고유명사들이나 단순한 규칙과 플레이 중 불필요하게 느끼게 되는 피로가 그렇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직접 경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내가 이 게임에게 갖는 가장 큰 감상과는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경험의 기반을 제공해준 번역팀에게 플레이어로서 백만 번의 감사를 드려도 모자라다. 만약 내가 꿈을 영어로 꿀 정도로 대단한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이 게임을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은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열정과 애정으로 번역을 완수했을 것이다.

 

글을 마치기 전에 좀 더 개인적인 감상을 밝혀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 몰입해서 세 번 정도 끝낸 후 정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여운에 잠겨있었다. 특히 부족한 지식으로 각 사상을 마음대로 재단했다는 점이 그랬다. 아무런 의견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또다른 방관이 된다는 표현은 플레이어가 아닌 개인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비실비실한 웃음조차 띠지 못한 무채색의 인간이 과연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인문학을 상징하는 돌로레스 데이의 달콤한 약속에 빠져나와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건 아닐까? 뭐가 되었건 '디스코 엘리시움'의 제작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실패하고 절망으로 얼룩진 인간의 존재방식 그 자체였을 것이다. 난 디스코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그 아득한 그리움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 나한테 그들의 메시지는 홈런을 쳤고, 내 마음속에서 '디스코 엘리시움'은 위대한 게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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