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원 백과사전을 찾으시나요? - 예술의 정원 [도서]

정원을 그린 그림이 이렇게나 많다니.
글 입력 2022.03.23 13: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표지 평면] 예술의 정원.jpg

 

 

<수련> 연작으로 잘 알려진 클로드 모네는 지베르니에 자신만의 정원을 매일매일 가꿔나가며 그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생각했다. '예술의 정원'을 읽기 전까지는 모네의 작품 외에 정원이 그려진 작품이 생각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지만, 사실 정원을 그린 작품은 수없이 많았다. 다만, 정원은 그림의 뒷배경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정원은 항상 뒤에 존재하지만, 그 존재감을 알기 힘든 '병풍' 같은 역할이었던 것이다.

  

서양의 정원을 생각하면, 기하학적으로 배열된 나무와 화단, 잘 정돈된 길과 분수가 먼저 떠오른다.(이를 형식정원이라고 명칭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유럽 여행 중에 너무나 '인공적인' 모양새로 깎여있는 나무들과 식물 울타리를 봤을 땐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워 자꾸만 웃음이 났다.

 

 

[크기변환]79723A9C-4F84-4C42-B535-FC99C667558B.jpeg

파리 튈르리 정원의 네모반듯한 나무들


 

정원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대부분의 나무가 (심지어는 디즈니랜드의 나무도) 하드 아이스크림처럼 네모반듯하게 깎여있다.

 

아주 커다란 나무가 위의 사진처럼 정직한 정사각형으로 깎여있어 그 모습을 보며 친구와 한참을 킥킥대며 웃었다. 너무도 낯선 경관이었기 때문이다. 나무를 쳐다보며 깔깔대니 이를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에는 황당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의 전통 정원은 정자와 돌담이 '자연 속'에 살포시 놓인 느낌이다. 말 그대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모습을 한 우리나라의 정원에서는 사계절을 마음껏 누리며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있다. 동양화가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크기변환]5F02DAF6-5C3D-463E-8A5A-8178325D3DF2.jpeg

우리나라의 정원

  

 

그런 경관이 익숙한 필자에게 서양의 정원은 미스터리로 싸여있는 공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 낯선 공간을 파헤쳐볼 수 있었다. 미술 작품에 담겨 있는 여러 정원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전통 정원이든 서양의 정원이든 모든 정원은 사색과 예술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의 공간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

 

도서 '예술의 정원'은 서양 미술 속에 보존되어있는 정원을 요소 하나하나 뜯어보며 정원에 담긴 의미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 욕구 등을 해석한다. 책의 원저자인 루시아 임펠루소는 '살아 있는 건축'으로서의 정원은 시대 양식에서부터 그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권력가들의 소유물이던 정원이 현재 미국의 센트럴 파크처럼 대중공원의 모습을 띠기까지 어떤 정치·경제·사회적 배경을 반영하며 변화해왔는지부터, 정원의 상징, 문학 속 정원 등 정원을 둘러싼 모든 것을 그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예술의 정원'은 9개의 파트로 나눠져있다. [PART 1) 성과 세속의 정원]부터 [PART 5) 대중을 위한 공공정원]까지는 주요한 정원의 역사를 알아보고, [PART 6) 정원의 요소들]부터 [PART 9) 문학 속 정원들]에서는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는 다양한 상징의 총위를 살펴본다.

  

정원의 역사는 결국 인간의 역사다. 정원의 벽은 중세 사회에서는 위험한 외부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상징물이었지만 르네상스 시대가 되며 점차 독서나 명상, 대화를 위한 물리적인 용도만 남는다.

 

르네상스 정원은 외부 세계와 통합되는 경관을 만들었는데,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담겨있다. 정원을 예술로 또 건축의 연장으로 생각했던 이 시대의 특성이 위에서 언급한 네모반듯한 나무와 담장의 이유인 듯하다.

 

르네상스 이후 왕과 귀족 중심의 절대주의 정치가 나타나면서부터 정원은 권력을 상징하게 되었다. 자신을 태양왕(Sun King)이라고 칭하던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정원을 통해 자연까지 지배하는 막강한 권력을 보여주었다.

 

책은 정원을 '녹색의 소우주'라고 표현한다. 정원엔 시대상을 포함해 '복잡한 은유적 의미'를 품은 종교적,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겨있기 때문이다. [PART 2) 교황과 군주의 정원]에서는 이탈리아 중부 티볼리에 있는 빌라 데스테 정원이 품고 있는 교훈적 의미를 해설한다.

 

"빌라 데스테의 교훈적 의미는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라는 신화적 소재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후원자나 방문자들은 정원 안에 있는 길을 걷다가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한쪽은 선, 다른 한쪽은 악으로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정원 내 건축적, 공간적 요소를 단서로 방문자가 쉽게 알 수 있는 논리를 숨겨두고 몇 개 안되는 길만이 정원의 시작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루트를 구성한 것이다." _p.68

 

*

 

정원은 그저 '보기에 좋은 풍경'이 아니라 다층적인 해석이 필요한 장소이다. 정원으로 표현된 과거 사람들의 속마음과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백과사전같은 책이지만, 300가지가 넘는 그림들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컬쳐리스트 권현정.jpg

 

 

[권현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