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정교하고 깊이 있는 베토벤의 세계로: 김영욱 손정범 듀오 리사이틀2

글 입력 2022.03.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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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4월, 올해 목프로덕션의 기획공연 중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기획공연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가 막이 오를 예정이다. 첫 번째 무대 후 약 2개월 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 예정된 이번 무대는 첫 번째 무대보다 더 많은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관객들을 찾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4월 초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 기획공연 시리즈는 바로, 연주의 정교함과 폭발력 그리고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김영욱 손정범 듀오 리사이틀이다.


올 한 해 동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세 번의 무대를 통해 전부 연주할 예정인 김영욱과 손정범은 두 번째 리사이틀에서 네 곡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짝수 번호 소나타 중에서 6번 소나타를 제외한 나머지 네 작품을 이번 무대에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초기작에 속하는 2번부터, 격정의 시기를 다 보낸 뒤 마지막으로 작곡한 10번 소나타까지 한 무대에서 보게 되면 관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베토벤이 자신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PROGRAM


Violin Sonata No. 2 in A Major, Op. 12, No. 2 

Violin Sonata No. 8 in G Major, Op. 30, No. 3


INTERMISSION


Violin Sonata No. 4 in A Minor, Op. 23 

Violin Sonata No. 10 in G Major, Op. 96

 




두 번째 리사이틀의 첫 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선곡했다. 이 2번 소나타는 가장조로 매우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띄고 있다. 베토벤 고유의 특징이 아직 완전히 발현되지 않은 시기에 작곡된 이 작품은, 베토벤의 특징이 드러나기보다는 모차르트와 바흐에게 베토벤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카논적인 면이 드러나는 대목은 베토벤에게 바로크가 가졌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는 피아노의 하강하면서 리듬감 넘치는 선율이 도입부에서부터 빛난다. 바이올린의 옅은 스타카토 화음 위에 얹어지는 도입부의 이 아름다운 모티브는 1악장 전반을 가볍고 쾌활하게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2악장 안단테는 피아노가 1주제를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이를 반복한다. 이 기법을 두고 이 작품이 모차르트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바로 2주제는 카논처럼 전개되기에 또 다른 반전요소를 품고 있다. 3악장 알레그로 피아체볼레는 론도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베토벤의 음악적인 유머를 느낄 수 있는, 경쾌한 피날레다.


*


이어지는 1부의 두 번째 작품은 바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이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 소나타 6, 7번과 함께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1세에게 헌정되었다. 그래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6~8번은 '알렉산더 소나타 1~3번'이라는 별칭을 갖기도 한다. 귓병을 앓으며 청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인식한 시기에 작곡된 작품이지만, 7번 소나타와 달리 8번 소나타에서 베토벤은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가득 담았다. 이 작품 속에 담긴 쾌활한 악상을 두고, 일반적으로 평화로운 자연을 연상시키게 한다고 평가한다.


1악장 알레그로 아사이는 빠르게, 두 악기가 유니즌으로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2주제의 단조가 긴장감을 더하지만, 이는 다시금 장조로 전환되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2악장은 속도는 미뉴에트로 하되 느낌은 우아하게 하라는 지시어가 붙어있다. 그야말로 온화하고 고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를 이어받는 마지막 3악장 알레그로 비바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빠르고 힘차게 질주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끝없이 자유분방하고 경쾌한 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악장이다.


 


 

 

인터미션 후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전해 줄 2부의 첫 곡은 바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4번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선보일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단조인 작품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점은 이 4번 소나타가 "봄"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5번 소나타와 동일한 1801년에 작곡되었다는 점이다. 베토벤이 얼마나 비범한 작곡가인지 새삼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단조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4번은 이전의 바이올린 소나타 1~3번과 달리, 점차 베토벤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바로 이 작품에서부터, 기존에 피아노의 비중이 컸던 점을 수정하여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역할이 거의 대등해진다.


1악장 프레스토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동시에 연주를 시작한다. 빠른 템포 속에 긴장감이 넘치는 선율을 심어 듣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외부로 표출되는 에너지라기보다는, 내면을 향하는 에너지의 저항을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2악장 안단테 스케르초소는 이름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스케르초적 요소를 포함한 안단테 악장이다. 평화로운 2중주에서 시작해 점차 푸가적인 느낌으로 발전해가며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멋진 대비를 이룬다. 마지막 알레그로 몰토는 피아노로 시작하지만, 그 위로 바이올린의 빠른 선율이 더해지며 악상을 발전시켜 나간다.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피날레를 볼 수 있다.


*


이번 공연의 마지막 작품은 바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영욱은 이 작품을 두고, '내가 왜 음악을 하며 사는지'에 대한 대답이 되는 것처럼 행복한 순간을 선사해준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직전 소나타인 9번 크로이처 소나타가 아주 질풍노도적이었던 것과 다르게, 그로부터 8년 후 작곡된 10번 소나타에서는 격정보다는 온화함과 충족감이 가득하기에 이 작품을 들어보면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느낀 그 행복의 순간이 어떤 느낌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볼 수 있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는 바이올린의 부드럽고 여린 트레몰로로 시작한다. 피아노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바이올린이 듣는 이에게 친밀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2악장 아다지오 에스프레시보는 아주 심오하고 숭고한 선율을 담고 있다.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아한 이 악장은 편안하면서도 깊고 애틋하다. 이어지는 스케르초 악장은 짧지만 굵게, 단조로 심각한 분위기로 환기시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마지막 피날레는 주제 선율이 7번이나 변주되면서 베토벤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가 다시금 부각되는 악장이다. 놀라운 전개 속에 평온하고 즐거운 느낌을 지배적으로 주며, 환희 속에서 끝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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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손정범의 지난번 듀오 리사이틀 첫 번째 무대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두 비르투오소가 베토벤을 얼마나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는지, 그들이 베토벤의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이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자 치밀하게 고민했는지가 절절히 느껴지는 연주였기 때문이다. 그런 첫 무대의 순간에 함께 했기에, 다가오는 두 번째 리사이틀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시리즈 중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가장 아끼는 10번 소나타가 담긴 이번 무대를 어떻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품에 대해 연주자가 이해하고, 아끼고, 마음을 쓰는 만큼 관객들에게도 그들이 전하는 연주가 더욱 깊고 내밀하고 풍성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깊이 있는 연주와 뛰어난 호흡을 보여준 김영욱과 손정범의 두 번째 듀오 리사이틀이 막을 올릴 4월 6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2년 4월 6일 (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김영욱 손정범 듀오 리사이틀2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약 95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목프로덕션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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