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가 어우러지는 꿈 [영화]

'대비'를 통해 '합체'라는 일장춘몽의 메시지를 엿보다.
글 입력 2022.03.21 10: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일장춘몽 스틸컷. 제공=애플코리아1.jpg

일장춘몽 스틸컷. 제공=애플코리아

 


믿고 보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일장춘몽’을 선보였다. 심지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단편 영화이다. ‘박찬욱’이라는 거장의 이름과 유튜브라는 좋은 접근성은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화려한 출연진도 돋보인다. 배우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가 음악감독을 맡았고,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활약한 프라우드먼 모니카가 안무 감독을 맡으며 화제성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특이점은 ‘일장춘몽’은 영화용 전문 카메라가 아니라 iPhone 13 pro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실 아이폰 광고이다. 샷 온 아이폰은 애플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 및 동영상을 바탕으로 아이폰 카메라의 성능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캠페인이다.

 

아이폰 성능을 증명하려는 광고의 목적은 성공적으로 달성된 듯하다.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 인물을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인 '시네마틱 모드'를 시선 처리와 함께 초점이 이동하는 등 스토리에 적절하게 녹여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광고라는 사실을 잠깐 잊을 정도로 색감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훌륭한 퀄리티의 영화이다.

 

메이킹 영상에 따르면, iPhone 13 pro의 작고 가볍다는 장점은 실험적인 촬영 기법을 자유롭게 시도하기 좋았다고 한다. 긴 호흡의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도전들을 20분의 단편영화 형식으로 신선하게 구성하여 진화한 광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장춘몽 (一場春夢)


 

 

일장춘몽(一場春夢): 인생은 아름답지만 덧없는 꿈

 

‘인생은 아름답지만 덧없는 한바탕 꿈’이라는 어구로 많이 사용된다.

 

 

영화 ‘일장춘몽’은 제목처럼 한바탕의 꿈처럼 구성된다. 삶과 죽음, 장례식과 결혼식이 어우러지는 모던 판소리 영화이다. 호러에서 시작해서 무협 액션,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를 거쳐 뮤지컬로 장르가 계속 변화하는 다채로움을 지닌다.

 

스토리는 단편 영화인만큼 쉽고 단순하다. 장의사(유해진)가 죽은 사람의 관을 훔치는 것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관을 도둑맞은 검객(박정민)은 자신의 관을 훔쳐 간 장의사를 찾아간다. 장의사로부터 마을의 은인의 장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훔쳐 갔다는 사연을 듣게 되고 이를 불쌍하게 여겨 관만 되찾으려고 한다. 그러다 관에 누워있던 사연 속 은인인 흰담비(김옥빈)가 깨어난다. 둘은 관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가 갑작스럽게 눈이 맞게 되고 영혼결혼식을 올린다.

 

이승에서 장례식 겸 영혼결혼식을 즐기던 장의사는 술에 취해 잠에 든다. 저승의 결혼식을 구경하는 꿈을 꾸게 되며 한바탕 일장춘몽이 벌어진다. 신명나는 판소리 가사처럼 죽은 후에도 행복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도 함께 잔치의 흥을 느낄 수 있다.

 

 

 

이승과 저승의 대비


 

[크기변환]일장춘몽 스틸컷. 제공=애플코리아2.jpg

일장춘몽 스틸컷. 제공=애플코리아

 


영화에서 이승과 저승은 선명하게 대비된다. 이승은 각박하다. 사또는 권력을 이용해 시도 때도 없이 횡포를 부리고, 가뭄과 전란 때문에 관을 새로 만들기가 어려워 죽은 사람의 관을 훔치는 등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반면 저승은 횡포를 부리는 사람이 없고 천재지변도 없는 화려한 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그려진다.

 

장례식 겸 영혼결혼식이 진행될 때에도 대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승에서는 대다수가 노인이며, 조촐하고 채도가 낮은 이미지로 그려진다. 반면 저승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색색의 한복을 입고 한바탕 화려한 춤사위가 벌어진다.

 

팍팍한 이 세상, 화려한 저 세상. 이와 같은 대비를 통해 덧없는 꿈의 즐거움과 현실의 고통이 모두 부각된다. 과연 달콤한 일장춘몽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것의 의미는 사라질까? 꿈과 현실이 어우러질 수는 없을까?

 

 

 

모두가 어우러지는 꿈


 

일장춘몽 스틸컷. 제공=애플코리아.jpg

일장춘몽 스틸컷. 제공=애플코리아

 

 

이 영화의 배경인 전란과 가뭄으로 힘든 서민들의 모습은 현실과 맞닿아있다. 현재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돌며 경제성장률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우울증은 급증했으며, 청년 자살률과 고독사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뉴스와 통계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당장 경험적으로도 몸소 체감하는 중이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보자면, 삶은 ‘춘몽’, 아름다운 봄꿈이기를 바란다. 힘든 시기에도 함께 모여 맛있는 거 먹고 춤추며 즐겼으면 좋겠다. 그게 덧없다고 느낄지라도 말이다. 검객과 흰담비가 죽은 후 싸우다가도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린 것처럼, 죽어서도 모두 함께 어우러져서 춤을 추고 노는 것처럼, 힘든 때일수록 화해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즐겁게 살면 그 자체로 '덧있는' 꿈일지도 모른다.


 

[유다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