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예술을 매개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얘기 나눠보자" - 아트비프로젝트 배가락 대표

예술로 인간다움을 이야기 하는 곳, 아트비프로젝트
글 입력 2022.03.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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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다. 필자가 어쩌다 예술로 산책길에 오른 그날, 어쩌다 마주친 아트비프로젝트(art B project)와의 첫 만남은 낯설면서도 특별했다. 갤러리 이름이라고 하기엔 ‘프로젝트’라는 이름 때문에 낯설게 느껴졌고 갤러리의 위치 또한 독특했다. 길을 걷던 와중 우측 편에 살짝 뜬금없는 나무 계단길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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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비프로젝트로 향하는 나무 계단길

 

 

이끌린 듯 살짝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이윽고 투명한 문에 다다르고, 그 순간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살짝 붕 뜬 느낌으로 투명한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새하얀 벽면 위에 놓인 크고 작은 다양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곳 아트비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아트비프로젝트의 배가락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PART 1: 아트비프로젝트(art B project), 어떤 곳일까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하시는 누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예술을 매개로 활동하는 프로젝트 컴퍼니 아트비프로젝트 대표 배가락입니다.

 

‘아트비프로젝트’ 갤러리 이름 같지 않아요.

 

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고 규모에 상관없이 진행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의미 있었으면 해서 ‘프로젝트’라고 명명했어요. 주로 미술이 되겠지만 전시에 국한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예술을 매개로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 한번 해보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보자’라는 마음으로 관련된 활동들을 진행 중입니다.

 

그럼 아트비프로젝트 (art B project)에서 ‘B’가 의미하는 게 있을까요.

 

처음에는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제 이름(배가락)이 어려워서 다른 무언가에 이름을 지을 때 쉬운 이름에 집착하는 편이거든요. 일차적으로는 배가락의 B이기도 하지만 저에게 ‘B’라는 알파벳이 여러모로 좀 편했어요. '굳이 a 일 필요 있나, b도 괜찮지 않나'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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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비프로젝트 외부 전경. 공중에 떠 있는 듯 하다.

 

 

어쩌다 이곳 삼청동 거리에 갤러리를 개관하실 생각을 하셨는지, 아트비프로젝트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일을 시작한 작은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홍대에서 (마음이) 맞는 몇몇 갤러리들과 전시 공간 셰어링(공유)만 진행했어요. 근데 점점 프로젝트 수가 좀 많아지고 지향하는 점이 좀 더 분명해지면서 확실히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어쨌든 모든 활동들의 기본은 ‘소통’이잖아요. 미술을 중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많은 곳이 여전히 저는 삼청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년 3월에 이곳으로 이전하게 됐어요.

 

제가 의도한 공간은 목적을 갖고 오신 분들이 조용한 환경에서 소통을 하거나 본인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약간 고립된 환경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정말 열린 공간보다는 어느 정도는 허들이 있는 공간이 좀 더 매력적이라 생각했고, 그런 이유들로 이 공간을 골랐죠.

 

실제로 저희 전시를 보러 오시는 분들의 체류 시간이 굉장히 길어요. 혼자 천천히 작품 보시거나 대화 나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아니면 혼자 앉아서 글을 쓰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그리고 제가 커피 한 잔 내드리면 저랑 수다 떨다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 분들이 계실 때 좋은 것 같아요.

 

의도한 대로 공간이 운영될 때 기분이 좋으실 것 같아요. 혹시 아트비프로젝트를 방문하시는 관람객들로부터 받은 질문 중에 혹시 인상 깊었던 질문도 있을까요.

 

사실 제가 얘기를 한다기보다 주로 관람객분들한테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전시 같은 경우는 제가 작품 설명을 하기보다는 “이 작품이 왜 좋으실까요?” 내지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얘기를 듣다 보면, 말씀을 하시면서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 가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질문이 인상 깊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분들로부터 재밌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아트비프로젝트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또는 최근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차별점과 집중 사업은 매번 고민하면서 다듬어가는 부분이긴 해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소통이 됐으면 좋겠다. 작년 올해로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갤러리 본연의 업무이긴 해요.

 

하나는 ‘취향 큐레이션’이에요. (정확히 일치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렇게 명명해요.) 특히 작년 올해 같은 경우는 ‘편안함’, ‘클래식함’, ‘담백함’ 이런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해당 키워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특정 작품 또는 작가분들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작업 이야기를 수집하고요. 저희가 세운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파고들어 여러 가지 방향으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해요. 오프라인에서는 전시를, 온라인에서는 그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면서요. 각각의 키워드가 단순히 저희 갤러리의 색깔이라고 보기엔 어렵고요. 현재 기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라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인데요. 이것도 역시나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갤러리의 본연의 업무이지만, 동시에 요즘 많이 등한시되고 있거든요. 저희가 하는 모든 활동들의 기본은 생산자 내지 창작자인 ‘작가’에요. 그래서 단순히 물질적으로 서포트(도움)를 해주는 것보다 어떻게 창작자가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마도 올해 상반기에는 함께하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작가분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아요. (ex. 작가의 커리어 빌딩) 어쨌든 작가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치들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그렇게 요즘은 이 두 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예술의 역할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 중 하나가 '리마인딩(Reminding)', 즉 ‘잊고 있던 것을 기억하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거든요. 지금 사회가 엄청 빠르고 어수선하잖아요. 우리는 그런 사회를 따라 달리며 살고 있고요. 이때 분명히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게 바로 ‘인간다움’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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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전경 ⓒ아트비프로젝트

 

 

첫 번째 집중 사업, 취향 큐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게요. 왜 하필 ‘클래식함’, ‘편안함’ ‘담백함’이었는지, 각 키워드를 선정하시게 된 배경 또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디지털은 매우 유용하고 효율적이라 분명히 인류의 발전에 필요한 것이지만 도구일 뿐이고 현상적인 것이지, 이게 본질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인간다움이 지켜진다면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예술을 가지고 ‘인간다움’에 대한 얘기를 한번 해보자 이렇게 된 거죠.

 

그때 뽑아낸 키워드가 약간 넓은 의미의 ‘클래식’이에요. 사람 냄새나는 것, 손맛 나는 것, 이런 것들이 얼마나 귀한가, 그러니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넓은 의미로 정한 '클래식함'이고요. ‘편안함’ 같은 경우는, 우리가 중심을 잡고 있으려면 편안한 상태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편안함의 상태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죠. ‘담백함’ 같은 경우도 ‘나까지 굳이 화려할 필요 있나’라는 느낌, 약간 차분하고 느긋하게 가보자는 마음을 상기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세 가치들이 중심이 되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 찾아내고, ‘취향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그 가치들을 전하는 거죠. 앞으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번 시도해 보려고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앞으로 세 가지 가치들이 어떻게 발현될지 더 궁금해지네요. 이번에는 두 번째 집중 사업,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진행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사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표현도 딱히 대체할 말이 없긴 한데 좀 오만한 말인 것 같긴 해요. 저는 ‘서포트’라는 말이 좀 더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갤러리로서 할 수 있는 서포트라 함은, 소위 말하는 ‘판 깔아주기’죠. 그러나 그전에 선행돼야 하는 건, 작가의 얘기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분들과 일을 할 때 제가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중 하나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접근하자'예요.

 

작가 개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할 때 작가분들과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고 함께 방향과 길을 찾아 결정을 내리는 편이에요. 작가가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기 안에 숨겨진 것을 꺼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가 말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내지는 서포트라고 생각을 하고요. 덧붙여, 작가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고, 물론 쉽지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공식 사이트에 ‘Art is LIFE. 예술이 라이프 스타일로서 늘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도록.’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어떤 마음으로 이 구절을 쓰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것도 아까 말씀드린 예술의 역할과 예술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 중에 나온 말이에요.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마다 삶에 예술이 함께할 때 느끼는 풍요로움, 만족감,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이 있잖아요. 그분들은 예술이 얼마나 좋은지 알잖아요. 그래서 좋은 건 다 같이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인 거예요.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지만 저희가 제일 가닿고 싶은 부분인 것 같아요. 저희 아트비프로젝트의 지향점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네요.

 

 

 

PART 2: 배가락 대표의 문화 예술과의 첫 만남부터 갤러리를 운영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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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배가락 대표 ⓒ아트비프로젝트

 

 

대표님의 예술과의 첫 만남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요.

 

저희 부모님 두 분 다 작가분이세요. 지방에서 자라서 서울만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풍성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항상 부모님이 각자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셨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 모습을 보면서 컸어요. 그래서 당연한 줄 알았던 거죠. 그리고 가족과 외출하면 전시장도 많이 갔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자주 경험해서 그런지 전시장 안 특유의 조용함과 고요함이 약간 판타지 같았어요. 좀 커서 여행도 다니고 혼자서 생활을 하면서 '미술을 진짜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됐죠. 저는 여행 갈 때 미술관을 빠지지 않고 가는 사람이었고, 대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적인 독립을 시작했는데 그때 돈을 모아서 그림을 샀거든요.

 

어떤 그림을 사셨어요?

 

당시 학교 전시에서 학생이 그린 드로잉이었어요. 그때는 되게 근사하고 멋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게 제 인생 첫 컬렉팅이었거든요. 근데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활동을 안 하더라고요. 사실 그 나이 때 했던 컬렉션들은 지금 생각하면 기도 안 차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의미 있는 기록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매우 아끼고 있습니다.

 

이미 대학생 때부터 그림을 사셨다니, 그만큼 그림에 대한 애정이 크셨던 것 같아요. 그럼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 또는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일적인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제가 되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가까운 지인이 한 분 계세요. 이분이 전혀 미술에 관심이 없던 분인데, 제가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하면서부터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어요. 보통 미술 같은 경우에는 뭔가를 알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잖아요. 이 분이 그 압박 때문에 혼자서 전시장 한 번을 못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옆에서 종종 동행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이후로 엄청난 미술 애호가가 되신 거예요. 한 번은 집에 초대를 해 주셔서 갔는데 작품들을 꽤 많이 사셨더라고요. 그동안 작품 구입하실 때 제가 많이 도와드렸거든요. 그래서 집 안에 전시한 작품들을 둘러보는 순간 느낀 게, 작품 하나하나가 이분과 이분 가족의 역사더라고요.

 

대표님의 도움으로 한 분을 미술 애호가로 이끈 셈이네요. 그분이 여러 작품을 구매하신 것도 어떤 이유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사실 컬렉팅에 여러 가지 접근법이 있잖아요. 저는 ‘작품 구입으로 일기를 쓴다’는 방식으로 중요한 순간에 작품을 사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대학교 때 실패한 컬렉팅도 사실 다른 접근법으로 보면 처분을 해야 되는 작업이지만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기념할 만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소장하고 있는 거죠. 이 얘기를 했더니 그분이 공감을 하시면서 ‘나도 그렇게 해볼까’라고 하시는 거예요. 지나가는 말로 하신 줄 알았는데 그분이 실제로 그렇게 접근하실 줄 몰랐어요.

 

예를 들어서, 그분의 딸이 힘든 시기를 겪던 때가 있었는데 그 즈음에 딸을 위한 작품을 한 점 구매하셨더라고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얘기하는 작품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작업 하나하나에 가족들의 얘기가 있는 거예요. 작품들을 복도에 쭉 걸어놨는데 엄청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때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어쩌면 다른 분들께도 이런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좋았죠. 제가 어쨌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작품을 사도록 도와준 셈이었으니까 그런 경험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의미 있는 작품으로 가족의 역사를 기억한다라… 그것도 어떻게 보면 추억을 기억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방금 전에 컬렉팅의 접근법이 다양하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컬렉팅의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컬렉팅의 방법에 정해진 답은 없어요. 내 경험의 일부로서 작품을 소장하시는 경우도 있고, 아주 단순하게 내 공간이 작품으로 인해 빛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구매하시기도 해요. 아니면 최근 몇 년간은 투자로서 접근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사실 컬렉팅의 목적이 1번, 2번, 3번으로 명확히 나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번, 3번이 섞이기도 2번, 3번이 섞이기도 하고. 어디에 좀 더 방점을 찍느냐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트비프로젝트는 상업 갤러리다 보니 작품 구매를 권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때 작품 구매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조금 짐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두 배로 작품 가격 뛰는 작품을 사고 싶어요”라는 분한테 작품이 본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하는 건 맞지 않고요. 역으로,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기념하고 싶어서 작품을 구매하는 분한테 요즘 핫한 작가라 투자 가치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거고요. 그런 식으로 분명히 개개인마다 방점을 찍는 포인트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디에 조금 더 목적을 가지고 작품을 구매하려고 하는지, 성향과 목적을 면밀히 살피는 것도 제가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앞서 작가분들뿐만 아니라 관람객들까지 계속해서 소통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1 대 1로 대화를 나눌 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사실 저희가 하는 일이 가치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너무 추상적이고 크고 작은 오해는 굉장히 잦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해내야 다음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시로 소통을 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죠. 진심으로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또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듣는 사람의 몫인 것 같거든요. 사실 이 방법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답은 아직은 못 찾았어요.

 

특히 소통의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들 사이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말씀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소통밖에 답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그래서 또 재밌는 것 같아요. 일단 일차적으로 작가분과 이야기를 하면 받아들이는 부분들이 정말 달라요. 계속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간극이 좁혀질 때도 있고 완전 안드로메다로 갈 때도 있어요. 근데 어쩌겠어요. 저는 약간 이런 편이거든요. 또 갤러리는 매개자잖아요. 그래서 관람객에게 전달해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역으로 그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제가 풍성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거든요. 실제로 관람객분들과 얘기를 나눌 때 제가 작가의 의도를 전달한다기보다 ‘저는 이렇던데’라고 얘기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관람객분이 "작가는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그렸군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럴 수도 있군요" 하면서 끄덕이고, 또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군요" 하면서 끄덕이고. 이런 과정이 엄청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만약 작가의 의도와 뜻이 맞았다면 공감의 쾌감이 엄청나잖아요. 반대로 만약에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기서 답을 낼 필요는 없거든요.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낯선 생각에서 느껴지는 쾌감, 이런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은 관람 시 굉장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도 작품을 감상할 때 이렇게도 느낄 수 있고 저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 하면서 시선이나 생각의 차이에서 나오는 간극으로부터 느끼는 낯선 경험에 대한 쾌감을 좋아하긴 하거든요. 다른 점들을 비교 및 분석하면서 작품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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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배가락 대표ⓒ아트비프로젝트

 


대표님이 갤러리를 운영하며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생산자인 작가, 매개자로서 일하는 저와 저희 팀, 심지어 관람하시는 분들까지 모두 저마다 길고 짧은 시간과 크고 작은 에너지를 쓰잖아요. 그게 헛되지 않고 의미 있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저희가 하는 일들이 작게나마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면 훨씬 좋겠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으신가요?

 

예술이 삶을 윤택하게 하고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그런 게 선한 영향력이겠죠. 아까 말씀드렸던 제 지인분도 제 도움으로 미술을 만나고 굉장히 행복해하시거든요. 이처럼 앞으로도 제가, 그리고 저희 갤러리가 그런 영향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한국 미술에 관한 소견이 궁금합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확실히 높아진 건 체감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 미술의 입지가 넓어진 것도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봐요. 그래도 욕심을 좀 내보자면, 한국 미술이 우리 사회에서 가이드 내지는 촛불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예술은 사회의 거울 같잖아요. 너무 바쁜 사회이고 때로는 비인간적인 것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 인간다움에 대해서 한번 얘기를 하고. 차가운 머리와 효율만 중요시될 때 뜨거운 가슴에 대해 얘기도 좀 하고. 적어도 예술이 사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하지만 지금은 약간 추상적이고 순진한 얘기 같아서 항상 아쉽게 느껴지긴 해요. 그런 노력들이 많이 보이긴 하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세상이 너무 빠르잖아요. 반면 미술은 너무 느리잖아요. 그게 미술의 속성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 작가들의 매개자인 갤러리와 미술 관계자들이 이런 부분들에 조금 더 힘써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죠.

 

저희 아트인사이트 슬로건이 ‘문화는 소통이다’인데요. 문화 예술은 소통할수록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문장이에요. 대표님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저한테 예술은 항상 곁에 있고, 함께하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근사한 삶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가이드' 같은 존재예요. 예를 들면 저는 개인 큐레이션 목록 같은 게 있어서, 필요에 따라서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보듯 소장한 작품을 들여다볼 때도 있고, 약간 직업의 베네핏을 통해 작가분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어요. 하다못해 화보집을 들여다보거나, 관련 이야기를 하는 전시를 보거나, 이런 식으로 정말 개인적인 니즈에 따라 작품 또는 미술을 대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일상이 예술과 항상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제 삶이 풍성해지는 걸 느끼고요. 예술은 소통이기도 하지만 예술의 효용도 있더라고요. 그건 저한테 되게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고요.

 

그럼 대표님이 예술을 즐기는 방법이 있으실까요? 평소에 작품을 둘러볼 때 대표님만의 방식이나 성향도 좋습니다.

 

이런 질문을 특히 관람객분들이 하세요. 제가 갤러리 운영을 하고 있다 보니 그림을 보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 않냐고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도 다른 것 같지는 않고요. 대신 제 스타일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극도로 표현을 잘하면 작품 스타일과 상관없이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슬픔’이라는 감정을 정말 극도로 잘 표현을 했어요. 그게 나한테 와닿았다면, 작품과 나의 시그널이 맞을 때 좋은 것 같아요.

 

아니면 주로 일을 할 때에는 (함께하는 작가 한정), 개인적으로 작업과 작가의 싱크(sync)가 잘 돼 있는 걸 굉장히 선호해요. 그래서 오히려 작가의 작업 스타일은 두세 번째 우선순위인 것 같고, '이건 이 사람의 작품이 맞네'라는 느낌이 오면 투자를 하는 것 같아요. 이게 절대적으로 좋은 작품 내지는 좋은 미술의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느끼는 매력적인 작품의 기준인 거죠.

 

어떻게 보면 제가 작품보다 작가에게 좀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 때문도 있지만 실제로 미술 작품을 대할 때도 ‘도대체 이 작가 누구야?’, '도대체 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길래 이런 작품을 만들까?' 이런 질문들이 생기는 작품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거든요. 또는 '너무 근사하다, 사람도 근사하겠지'라는 기대가 생긴다거나. 작가의 어떤 활동 내지는 작가의 생각에 관심이 생기는 작업이 좋더라고요. 이런 걸 궁금해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PART 3: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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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전경 (낮에 갤러리로 스미는 채광이 매력적이다) ⓒ아트비프로젝트

 


아트비프로젝트의 방향성 및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인터뷰 초반에 집중하고 있는 사업에서 말씀드렸듯, 당분간은 취향 큐레이션을 많이 갈고닦고, 기존 아티스트 서포트는 좀 더 세밀하게 조정하면서 호흡을 많이 할 예정이고요. 그 밖에도 기존의 작가들은 물론,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 중이라 이걸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졌지만 대신 온라인으로 움직이는 시도를 계속하는 중이에요. 작가들이 글로벌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외 글로벌 플랫폼인 아트시(ARTSY) 활동은 물론 해외 갤러리들과의 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올해와 내년에는 좀 더 중점적으로 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당장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세 가지에 집중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아트비프로젝트에 들르게 될 방문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갤러리로 오시기 전에 가능하시다면 온라인에 먼저 공개돼 있는 작가들 얘기라든지, 아트비프로젝트가 전시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살짝 훑어보시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건 사전 지식과는 조금 다른 얘기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일종의 의도를 갖고 기획을 하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저희가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을 계속 만들고 있어요. 블로그나 웹사이트 같은 경우는 인터뷰를 싣기도 하고, 유튜브에서는 작가 스튜디오도 간혹 나오기도 하고. 문을 열고 이 공간을 접했을 때, 또는 전시를 접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내용들이 대부분이니까 충분히 활용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작가 또는 아트비프로젝트가 의도했던 것과 본인의 느낌을 서로 비교도 해 보시고요.

 

그리고 이건 맨 처음에 공간 만들 때부터 의도했던 건데요. 저희가 의도한 전시를 즐기시든 아니든 상관없이 오감과 마음을 열고 이 공간에 틀어놓은 음악, 냄새, 작품에 비치는 자연광, 이런 것들을 즐길 준비를 하고 오시면 참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라도 차분하게 나다운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오시는 분들이 이 공간 활용을 충분히 하실 수 있다면, 그 시간이 또 의미가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저희의 몫이라기보다 오시는 분들의 몫이거든요. 저희가 사전에 준비한 온라인 콘텐츠들이,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에 마련해 놓은 장치들이 관람객분들이 귀한 시간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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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장 ⓒ아트비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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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아트비프로젝트에서 이루어졌으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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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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