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4시간 초리얼리티 SHOW OPEN!? [영화]

영화 <트루먼쇼>
글 입력 2022.03.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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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줄거리를 비롯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음을 밝힙니다.

 

 

포스터.jpg


 

 

SHOW OPEN!



진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고, 거짓이 모두 거짓은 아닌 세계.

 

우리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인 세계에 사는 남자가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삶을 사는 보험사직원 트루먼(TRUMAN) 버뱅크는 220개국 17억 인구가 5천 대의 카메라로 지켜보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이름에서 쉽게 연상되는 TRUE MAN (진실한 남자)이 무색하게 전부 거짓인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 트루먼.

 

트루먼 쇼는 출생부터 걸음마, 대학 진학, 결혼까지 트루먼의 24시간을 담은 최고 인기 TV 프로그램으로, 그의 모든 것은 총 책임자 크리스토프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트루먼이 사는 마을 씨 헤이븐(Sea haven)은 초대형 세트장이고, 아내와 소꿉친구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연기자다.

 

트루먼쇼에 나오는 모든 제품은 엄청난 광고효과를 가지기에 그의 아내와 친구들은 늘 상품 광고에 급급하다. 이 엄청난 프로그램의 주인공 트루먼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짜인 각본이며 타인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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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트루먼의 삶이 ‘쇼’로 보이도록 유도한다.

 

감시카메라를 통해 촬영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하이/로우 앵글을 사용하고, 프레임에 카메라 렌즈를 의도적으로 비춘다. 작은 동그라미에서 화면이 시작되어 점점 커지거나 화면이 원형으로 축소되면서 사라지는 아이리스 기법, 인위적인 줌 노출, “LIVE” 가 적힌 화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24시간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동시에 관객은 비상식적인 ‘트루먼 쇼’ 소비에 가담하는 인물이 된다.

 

뿐만 아니라 영화 공식 포스터에도 ‘LIVE’가 적혀있다.

 

영화는 그의 일상이 ‘알고 보니’ 거짓이었고, 짜인 각본이었다- 라는 반전 대신, 그의 삶이 ‘거짓’임을 전제하고 시작한다. (물론, 설령 ‘쇼’임을 눈치채지 못했을지라도, 영화를 플레이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이 쇼의 소비자로 위치하는 것은 변함없다)

 

관객인 우리조차 트루먼의 삶이 ‘거짓’임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거짓’임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트루먼밖에 없다.

 

트루먼(쇼)은 어떻게 될까?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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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끊임없이 결말에 관한 궁금증을 유도한다.

 

트루먼의 첫사랑 실비아는 그를 가엾게 생각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녀는 트루먼 쇼의 단역 배우였지만, 비인간적인 프로그램에 환멸을 느끼고 씨 헤이븐 마을을 떠난 인물이다.

 

실비아는 ‘HOW’S IT GOING TO END?’ 가 적힌 배지를 차고 있는데, 이 배지는 영화 후반부에서 트루먼이 마을을 떠나기 직전 한 번 더 클로즈업 된다.

 

‘어떻게 끝날까?’

 

이 배지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증폭하고, 대변하는 장치다.


 

 

#위기



트루먼의 아버지는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죽은 인물이다. 역시 크리스토프의 의도다. 트루먼에게 ‘물 공포증’을 심어 호기심 많은 그가 바다를 건너 씨 헤이븐을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이 외에도 씨 헤이븐을 ‘지상천국’으로 선정한 뉴스 기사, ‘더는 탐험할 곳이 없다’고 교육하는 초등학교 선생님 등 트루먼의 호기심은 무의식 속에 억제된다.

 

트루먼 쇼는 위기에 치닫는다.

 

어느 날은 죽은 아버지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났고, 잘못 맞춰진 라디오 주파수에선 그의 행동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연속해 기묘한 일을 겪던 트루먼.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트루먼 씨’라고 부르자, 비로소 트루먼 쇼의 존재를 눈치챈다!

 

쇼를 인식함과 동시에 억제당한 트루먼의 호기심은 다시 윤곽을 드러낸다. 그는 ‘진짜’ 삶을 찾기 위해 스튜디오 탈출을 감행하고, 크리스토프 감독의 ‘루나 문(luna moon)’ 스튜디오에서는 급히 인공 해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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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해는 트루먼의 위치를 발각시키는 장치로, 크리스토프 감독의 실패를 의미한다. 트루먼의 모든 것을 통제한 크리스토프가 처음으로 트루먼을 놓친 뒤, 그를 찾기 위해 띄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떠오르는 해의 모습은 트루먼의 새 출발을 은유하기도 한다.

 

해의 이항 대립 쌍으로는 ‘루나 문 스튜디오’가 있다. ‘달’을 의미하는 스튜디오는 트루먼 쇼를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그의 모든 것을 통제한 장소다. 상공에 존재하는 루나 문 스튜디오는 크리스토프를 ‘조물주’, ‘신’으로 보이게끔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눈치챘을 지 모르지만, ‘크리스토프’라는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크리스토프의 “내가 만든 곳은 두려워할 게 없어.”, “난 트루먼에게 특별한 삶을 살 기회를 줬어.”, “얘기하게. 다 들리니까.”와 같은 대사는 신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크리스토프가 조물주처럼 보이도록 많은 장치를 넣었고, 이는 트루먼 쇼의 결말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가 되었다.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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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은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산타 마리아호’에 타 항해를 시작한다. 크리스토프는 그가 씨 헤이븐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안개, 비, 바람, 파도, 번개 등 인공적인 천재지변을 일으킨다.

 

그럼에도 온갖 풍파를 뚫고 하늘 모양의 벽에 도달한 트루먼.

 

육지에 내린 그는 루나 문 스튜디오, 즉 하늘로부터 음성을 듣는다. (이 장면에서도 크리스토프를 조물주의 모습으로 빚어냈음을 알 수 있다. 날씨는 흔히 신의 영역으로 표현되는데, 크리스토프가 날씨를 조정하는 장면과 하늘에서 빛 한 줄기와 함께 들리는 음성은 신을 연상케 한다.)

 

TV 프로그램 ‘트루먼 쇼’와 영화 ‘트루먼 쇼’는 절정에 치닫는다. 결국 트루먼이 씨 헤이븐 마을을 탈출했다!

 

TV로 그를 지켜보던 실비아는 뛰어나가지만, 영화에서는 트루먼이 실비아를 만났는지, 씨 헤이븐 떠나 어디로 가는지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앞서 말한 실비아의 배지문구가 끊임없이 역할을 다 하게 된다. 어떻게 끝날까? 의문을 던져 놓았지만, 영화는 여전히 ‘미완결’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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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트루먼이 탈출하는 것조차 사실 크리스토프의 의도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트루먼이 씨 헤이븐을 벗어나는 순간조차 감시카메라 촬영기법과 구도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트루먼이 탈출하기 위해 탔던 산타 마리아호를 되짚어보자.

 

산타 마리아호 돛에는 139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139는 성경의 시편 139장을 의미하는데, 해당 장엔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통촉하시오며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오니’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러한 은유는 트루먼의 탈출까지 의도된 시나리오라는 견해에 신빙성을 더한다.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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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부에서 트루먼은 하늘 모양의 벽을 짚고, 계단을 올라간다.

 

이러한 연출은 트루먼에게 또 다른 억압과 고난이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필자는 보통 영화에서 쓰이는 ‘상승’이 가진 긍정적 의미가 <트루먼 쇼>에선 전복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루나 문 스튜디오는 ‘상공’에 존재하고, 이 잔인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감독은 ‘하늘’의 조물주로 비유되고 있으며, 그를 통제하던 씨헤이븐 마을 끝의 벽은 ‘하늘 무늬’이다. 영화에서 긍정적 이미지로 통용되는 ‘위’, ‘상승’, ‘하늘’이 영화 트루먼 쇼에서는 억압, 통제의 의미를 대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씨 헤이븐을 벗어나도 그 나름의 고난이 있다니. 괴롭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트루먼이 환히 웃으며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을 외친 건, 앞으로는 타인이 아닌 그의 의지로 빚어낼 삶이 기다려서 아닐까.

 

 

* 이미지 출처 : <트루먼쇼> 공식 스틸컷

 

 

[권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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