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글 입력 2022.03.0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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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메(고메, Gourmet)는 음식에 밝은 사람, 미식가, 식도락가 등을 뜻하는 단어다. 이제는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된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다. 미식(美食)은 단순히 먹기 좋은 음식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음식이 탄생한 역사적인 배경과 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익히고, 함께 곁들이기 좋은 음식을 고르는 행위 모두 미식에 포함된다.

 

하나의 음식은 곧 하나의 문화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음식을 즐기는 미식 행위는 나의 문화를 비추어 보여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아가 인류가 미식을 즐기는 방법은 사회학적인 맥락에서도 큰 시사점을 지닌다.

 

예컨대, 요즘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기후환경 문제와 더불어 비건(Vegan) 요리가 주목받고 있으며, 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요하는 요리는 외면받는 추세다. 그저 인간의 입맛과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음식을 넘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음식, 생태계의 공존을 도모할 수 있는 음식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사회의 포용력이 높아질수록, 음식을 즐기는 행위에서도 먹는 이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함이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한식뿐만 아닌 전 세계의 음식과 요리 재료를 맛볼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더욱 방대하고 다채로운 맛의 세계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맛있는 요리라면 세계 어디에서든 공수하여 선보이는 한국인들의 열정과 더불어 한국의 ‘미식 다양성’은 급증하였고, 덕분에 <수요 미식회>,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의 미식 프로그램이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큰 인기를 누렸다. 이제는 ‘음식에 대한 지식’이 하나의 교양이 되어 개인의 인문학적 덕목을 뒷받침하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이렇듯 미식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미식 교양’을 쌓고 싶은 이에게 적합한 책이 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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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미식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능한 사업가다. 파리 요식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이며, 대표적인 ‘구르메’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의 5대륙, 155개의 국가, 700가지의 음식을 즐기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미식을 기록했고,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했다. 거의 백과사전에 가까운 두께의 이 책에는 그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세계의 맛이 고루 담겨있다.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음식을 거침없이 맛보고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알렉상드르 스테른의 열정과 용기를 느낄 수 있었고, 나도 몰랐던 음식 재료를 접하면 따로 메모해두어 나중에라도 꼭 요리해볼 것을 다짐했다.

 

이 책에는 음식 소개뿐만 아니라 몇몇 요리의 레시피도 함께 들어있기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전문 요리 서적과 비교하면, 레시피의 질이 훌륭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여타 음식 관련 교양서적에 비하면 아주 잘 쓰인 축에 속하므로, 미식가들뿐만이 아닌 요리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셰프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는 기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요리에만 특화된 셰프라면, 나중에 기계가 그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셰프라면 음식을 관통하는 역사와 정보 또한 익혀야 한다. 그래야만 한 그릇에 제대로 된 요리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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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에서 다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외국인의 관점으로 쓰인 부분이 한국 독자의 마음에 깊게 가닿기는 어렵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은 개고기를 식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이지만, 그러한 관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는 문장을 딱 하나만 써놓은 것은 독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개고기 논쟁처럼 민감한 이슈를 서술하려면 한국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여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게끔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이외에도 호떡을 ‘밀가루 팬케이크’라고 설명하거나, 부침개를 ‘한국식 크레이프’로 설명하는 대목도 서구권의 입장에서 쓰인 것이라 아쉬웠다. 간편한 비유법을 활용하면 많은 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겠지만, 한국 문화의 독자성이 퇴색될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음식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식을 사랑하는 저자의 관점을 엿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저자가 세계를 탐방하며 모은 방대한 자료를 한데 모으는 과정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자료를 한 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나 또한, 올해로 10년째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이 매우 고맙게 느껴졌다.

 

부끄럽게도 음식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행위인지 이제야 새삼 깨닫는 중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한 명의 구르메로서 책임을 갖고 식문화를 대하려 한다. 그러려면 몰랐던 음식들, 미식 다양성에 한 발짝 다가설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덕분에 나도 ‘용감한 구르메’의 위치에 가까워지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음식을 사랑하고, 맛을 뛰어넘는 음식의 가치를 아끼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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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macmaca
    • * 영국 더 타임스 기사로 연합뉴스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히포크라테스는 강아지를 균형잡힌 건강식으로 권했었다"

       

      2001, 12, 16, 연합뉴스 김창회기자 보도뉴스

       

      ...이 신문은 지금은 서유럽에서 애완동물로 여기는 것들을 먹는데 대해 매우 까다롭게 굴지만 과거에도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라면서 히포크라테스는 강아지를 균형잡힌 건강식으로 권했으며 로마인들은 쥐를 먹었고 스페인 사람들은 고양이고기탕을즐겼는가 하면 스위스 사람들은 개고기 건포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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