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새로운 페이지의 시작 -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

글 입력 2022.03.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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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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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단순히 뮤지컬 <난쟁이>가 아니라 앞에 ‘어른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어른이’는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말이다. 그만큼 어린이의 것으로 상징되는 동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동시에 그 동화나라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나 다루고 있는 소재는 어른들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극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수저론 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가져와 소재로 사용하거나 성적인 것도 자유롭게 다루고 있다. 동시에 뮤지컬 <위키드>처럼 동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계모에게 살해 위협을 당했다가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 백설공주. 요정 할머니의 도움으로 파티에 갔다가 왕자와 한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신데렐라. 그리고 왕자를 사랑해서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다리를 얻어 육지로 왔지만, 그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 우리에게 알려진 그들의 인생에서 그 후를 다룬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동화의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하고 있을까?

 

 


1. 주인공 조건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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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주)랑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이 고귀한 혈통인 것과 반대로 반(反)아리스토텔레스주의는 평범한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이 작품은 이와 유사한 전환을 하고 있다. 바로 동화 속에서 항상 주인공인 왕자님이나 공주님이 아닌, 백설공주에서 백설공주가 왕자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에서 그녀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로 나오는 난쟁이가 주인공이 된다. 즉,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보조 수단에 불과하던 대상이 주체가 된다. 주체가 된 대상인 난쟁이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공주의 삶에 반기를 든다.

 

또한 흔히 주인공은 예쁘거나 잘생겨야 한다는 공식이 있었다. 그래서 동화에서 항상 주인공은 “예쁜 공주님”과 “멋진 왕자님”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키도 작고 얼굴도 뛰어나지 않는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주인공은 외모가 뛰어나야 한다는 조건이 파괴되었다.




2. 해피엔딩의 재정의


 

대부분의 동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동화에서의 해피엔딩은 공주가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이런 동화 책들을 읽은 난쟁이 찰리는 자신이 공주와 결혼해서 왕자가 된다면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다른 난쟁이 친구들과 다르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굳게 믿는다. 그래서 그는 보석을 들고 마녀에게로 가 자신을 9등신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9등신이 된 그들은 공주를 찾아 성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무도회에서 그들은 왕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난쟁이 찰리와 빅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신데렐라, 백설공주, 그리고 더 이상은 공주가 아닌 인어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왕자나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 행복의 절대적이고 무조건인 조건이 아님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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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주)랑

 

 

백설공주는 빅과의 대화 속에서, 인어는 찰리와의 대화 속에서 그들은 자신이 언제 행복해지는  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백설공주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자신에게 계속해서 원하는 순수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성적 욕망을 숨기며 살았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나도 신경 쓰며 살아온 탓에 난쟁이 빅과의 사랑을 신데렐라에게 들켰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결국 백설공주는 자신이 빅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하며, 빅이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결국 그녀는 빅과의 사랑을 통해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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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주)랑

 

 

인어공주는 사랑의 실연을 극복하지 못한 채 깊은 자괴감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찰리를 만나고 자신이 왕자에게 가졌던 사랑의 마음은 진실된 사랑의 마음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자신에게 자신감을 주고 웃게 만들어 주는 찰리에게 진실한 사랑의 마음을 느낀다. 결국 그녀는 찰리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마녀와 거래를 한다. 그녀는 난쟁이가 되고, 찰리는 물거품이 되지도, 난쟁이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바보 같다고 말하는 마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슬펐는데, 지금은 기뻐요.

빼앗기는 게 아니라 주는 거예요.”

 

이렇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어공주의 모습은 쉽사리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찰리 또한 더 이상 그녀가 인어 ‘공주’가 아님에 집착하지 않고, 그녀 자체를 받아들이며 그들만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신데렐라는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끊임없이 권력과 부를 열망하고, 더 높은 위치로 가기 위해 왕자를 찾아다닌다. 그녀에게 행복이란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실된 사랑을 원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갈망한다. 결국 그녀는 이웃나라 왕자 3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행복은 동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 줄로, 그리고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행복은 보편적이거나 공통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도 다르다.

 

 

 

3. 선택의 상황


 

보통 동화에서 중요하지만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의 상황에 주인공이 직면하는 순간에는 항상 누군가가 등장해서 그 선택을 위한 결정적인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이 극은 그렇지 않다. 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황하는 순간 꿈속에 그의 아빠가 등장한다. 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절박하게 묻는다. 하지만, 아빠는 “선택을 잘해라”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떠한 방법이나 방향성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그 뒤로 등장하는 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도 그러하다. 그들은 그냥 말한다.

 

“네 꼴리는 대로 해라”

 

찰리는 결국 자신의 마음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선택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선택은 자신의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선택을 하는 순간에 앞서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선택을 하는 순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된다. 지금까지 동화에서 주인공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수월하게 위기를 넘겼던 것과 달리,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선택의 무게를 관객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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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주)랑

 

 

이 세 가지를 통해 극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에 반기를 든다. 영상과 책 모양을 활용한 무대 소품 배치로 관객은 극이 진행되는 동한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 동화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B급 코드의 유머와 함께 진행되는 이 동화를 통해 우리는 웃을 수 있지만, 그 웃음은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것이다.

 

특히 이번 4연에서는 전(前) 시즌과 달리 남자 배우가 신데렐라 역을 맡았다. 이 또한 변화하고 있는 현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 하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군가를 ‘신데렐라’라고 이야기할 때 거의 여성에게 썼다. 여성이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하거나 그러한 욕망이 있는 의미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것은 여성만의 욕망이 아닌 남성의 욕망이 되었다. 즉, 여성뿐 아니라 남성 또한 공주를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프레스 김소정 명함.jpg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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