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글 입력 2022.02.2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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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의 저자 헤르만 헤세.

 

이번 프로젝트는 헤세의 젊은 날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음악을 기반으로 한 글을 골라 실었다. ‘완전한 현재 안에서 숨쉬기’와 ‘이성과 마법이 하나 되는 곳’이라는 두 개의 장이 나눠져 있다. 음악으로 연결된 유기성 있는 이 글들은 헤세의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가 다듬어 완전한 문학작품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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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모든 소설에는 음악이라는 소재가 관통한다. 글에서도 느껴지는 청각적인 분위기가 그의 예술 세계를 우아하고 기품 있게 조성한다. 헤세만의 문학에는 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음악과 음악가로 풍부하게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헤세의 문장은 기술자라는 느낌이 아닌, 기술을 꿰뚫은지 오래된 후 그 많은 기술적 문장들에 미적 감각으로 흐르는 고급스러움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깊이 흐르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감히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개성이 들어가 있으며, 시대가 변해도 누구나 그의 글을 읽으면서 깊이 사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헤세의 책을 한 번이라도 깊이 읽어본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악보 없는 음악’이라고 탄복하며 읽는다. 헤세의 문학 세계를 더 깊숙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애정도 있어야 한다. 음악은 헤세를 보여주는 큰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예술 장르에서 음악을 최고로 과찬했고 높이 들어 올렸으며, 음악은 무조건적으로 경탄을 바치며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저에게 예술 향유는 교양 추구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 공기이고 양식이에요.”

 

1부는 산문과 소설, 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2부에는 신문과 잡지, 편지, 일기 등이 집필되어 있다. 책장을 넘기면 보다 더 구체화된 고백들을 담고 있으며 헤세의 음악적 변화와 가치관들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헤세는 음악을 들을 때 단순히 청각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굉장히도 시각적인 예술가라 음악을 향유할 때 언제나 이미지와 풍경을 함께 바라본다. 감각적이며 사유적이고 음악이라는 예술에 가치중립적인 태도도 함께 동반되었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사유는 그저 감각적인 차원에서 멈추지 않았다. 헤세는 모럴리스트로서 관객을 마비시키는 도취적인 음악과 연주자에 대한 숭배를 최대한 경계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연주라는 의미가 하나의 큰 덩어리로 수렴된다면 음악을 느끼는 개인성이 사라지고 다양한 충동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헤세의 견고한 음악적 선호는 현명했다. 커다랗게 드러나는 악기 편성의 음악보다는 삶을 화목하게 하며 명랑한 선율을 선호하고 사랑했다. 음악을 환한 빛, 밝은 빛으로 예찬했으며 감각을 헤집어놓는 흥분으로 놔두게 해선 안 된다고 표현했다.

 

헤세가 사랑했던 음악과 음악가들을 관찰하며 그의 음악론에 대한 견해를 따라 읽어 가다 보면 책의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다.

 

“저는 예술에 대해 말하고 사유할 때 예술가의 시선을 고수하지만, 예술비평가나 미학자가 아니라 모럴리스트로서 바라봅니다. 나 자신이 예술의 영역에서 무엇을 거부해야 하고 불신해야 하는지, 무엇을 숭배하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규범화된 객관적 개념들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양심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양심은 도덕의 문제이지 미학의 문제가 아니고요.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그것을 취향이라 부르지 않고 양심이라 부릅니다. 이 양심은 주관적이며 저 자신에게만 의무 지우는 것입니다."

 

 

 

조우정-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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