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동갑내기들의 인생 영화

글 입력 2022.02.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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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라는 것도. 무엇보다 그들 모두가 동갑내기라는 사실조차도 말이다. 

 

2년 전 어느 날, 평소처럼 SNS를 하다가 문득 영화 모임이란 걸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격주로 만나 지적인 토론을 벌이는 그런 거창한 모임을 만들기엔 나부터가 한없이 작은 사람이었으므로 그저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모임에 섭외(?)할 친구들을 그날부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구성원은 나를 포함해서 넷, 많게는 여섯까지. 무엇보다 이 만남이 단발성 모임으로는 끝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제 딴에는 몇 가지 조건을 떠올리고선 구성원을 물색했다. 첫 번째 조건은 나이였다. 경험상 영화 감상을 이야기하는 데 나이가 그리 큰 방해 요소가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지점을 꼬집어 주거나 새로운 정보를 성심성의껏 알려줄 때도 많아 나는 다양한 시각을 지닌 이들에게서 이야기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이만큼은 조건에서 제할까 싶다가도 이내 스스로가 한국의 나이 문화에 길들대로 길들여진, 유교 정신 충만한 사람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었다. 그렇다. 자고로 마음 편히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들이라곤 동갑내기가 최고라는 사실을 속으로 부정할 수 없던 것이었다. 그 정도로 내 마음이 조금 간절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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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갑내기 중에서도 평소 눈독 들이고 있던 세 명의 친구들에게 곧바로 연락을 취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개인 SNS에 꾸준히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린다는 것이었고, 개봉영화를 부지런히 챙겨보는 열정까지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의 친목도 유지하고 있었다) 때마침 나이 외 조건으로 어렴풋이 떠오른 것이, 개봉영화를 향한 관심이라든가 좌우간 장르를 따지고 영화를 보지 않는 점 정도였다. 특정 조건에 따라 가급적 사람을 저 혼자서 평가하는 행위를 피하려고는 한다지만 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이들을 눈앞에 두고도 차마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레이더망에 들어온 3명의 친구를 영입하기 위해 나는 열심히 모임을 설명하고, 영업(?)하고, 남모를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 혹시나 거절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무색해지리만큼 이들은 흔쾌히 OK를 외쳤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만, 나를 제외한 세 명의 친구들은 서로가 모두 초면이었기에 당최 이 모임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성격이 안 맞으면 그냥 파해야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들이 오늘 소개할 W와 Y, 그리고 J다. 다소 뜬금없는 모임 제의에도 흔쾌히 수락해 준 이들은 성격 역시 호쾌한 덕분인지 모임이 만들어진 첫날부터 채팅방의 화력을 어마어마하게 달구어 주었다. (사실 이들 모두가 수다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며칠 지나고 나서는 이미 필터링 없는(?) 대화가 이곳저곳 난무하는 와중에 각자의 말투에서 배어 나오는 소심한 욕설질과 속사포 랩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냐고? 물론 여전하다. 내가 처음 모임을 만들 때 바랐던 솔직담백한 목소리들을 언제든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동갑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스리슬쩍 나눌 수 있는 단단한 사이로 거듭났다. 올해는 새해를 맞아 몇 주에 한 번씩 ‘왓챠파티(OTT 플랫폼 왓챠에서 유저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능. 영화를 보면서 동시 채팅이 가능하다.)를 이용하여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도 가졌다. 최근에는 ‘망한 작품 도전하기’라는 얘기가 나와서 다들 일말의 도전의식을 가지고 평점이 1.3/5.0인 영화에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된통 맞았다. (그날의 충격과 후유증으로 몇 주째 왓챠파티가 열리지 않고 있다···.) 


공통점도 많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들. 나는 [지인 인터뷰] 소식을 듣자마자 이들을 떠올렸고, 세 친구는 모임을 처음 결성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내가 이들을 좋아하는 만큼, 이들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숙이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W와 Y, 그리고 J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마친 후 그날의 인터뷰를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겠다. 글은 인터뷰 진행 순서에 따라 차례로 기록했다.

 

*

 

W – 구성원 중 호불호가 가장 확실한 편이다. 오래전부터 영화를 착실히 좋아해 온 덕에 영화에 대한 내공과 지식수준이 상당하다. 다양한 취미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몸소 찍은 필름 사진들로 직접 사진집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바쁜 학교생활에도 불구,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SNS에 꾸준히 공유하는 성실함을 겸비하고 있다. MBTI는 ENFJ이다.


Y – 2021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당시 며칠간 같은 숙소에서 지냈으며 영화제 일정 외에도 별안간 바닷가 주변 전집을 찾아가 영화 상영 직전 막걸리를 나눠 마신 경력을 나눈다. (나는 이날 영화를 보면서 숙면에 취했다) 무엇보다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날부터 상영 날까지 전일 매진이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표를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MBTI는 (스스로 ENFP인 것 같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불신하는 편이다. 


J –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다. 평가에 관대한 편인 만큼 영화를 진정으로 즐기는 자세와 작품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이 돋보인다. SNS에 맛깔나는 작품 영상과 더불어 순도 99%의 솔직담백한 감상평을 자주 올려 해당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요술을 지녔다. J의 영향으로 최근 레오 까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과 <나쁜 피>를 관람했다. 이전부터 필자와 ‘명작 알레르기’(명작 반열에 오른 높은 명성의 작품들을 재빠르게 보지 않고 미루는 행위)를 앓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MBTI는 INFP이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친한 친구들과의 매우 사적이면서 공적인 인터뷰(..)이다 보니 비문이 있음에 양해 부탁드린다. 인터뷰는 최대한 당시의 말투와 답변을 살려, 그대로 옮기려 노력했다. 높임말과 반말질이 오가는 매우 괴이한 인터뷰가 되었음에 두 번 양해 부탁드린다. 이 정도로 길어질 줄은 몰랐는데 각자의 영화관(映畫觀)과 인생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건네놓고 보니 해당 본문의 글자 수만 도합 2만 자가 넘는 대하소설 같은 장편의 인터뷰가 되어 버렸다. 

 

이 글에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아무쪼록 영화를 되새기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다시 한번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고, 정성스러운 답변까지 준비해준 동갑내기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참고로 영화를 이미 보았다면 200배는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인터뷰라는 점을 미리 알린다. 

 

 

 

W와의 인터뷰 - <라라랜드>를 극장에서 10번도 넘게 봤다고?


 

영화는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건가요?


음, 일단 어릴 때부터 좋아하기도 했고,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혼자 본 게 아마 2014년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개봉 때였나? (중학생 때부터 무려 혼영이라니!) 그러다 <미션 임파서블5>로 IMAX라는 신세계를 영접(?)하고선 영화보다 영화관에 먼저 빠진 케이스. (학창시절부터 무려 IMAX라니!) 그렇게 주기적으로 극장을 드나들다가 우연히 <라라랜드>를 접하게 되었고, 이게 좀 영화관보다 영화를 좋아하게 된 분기점?이 되었달까.


* IMAX: Eye maximum 또는 Image maximum의 약자로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최대 영상'이라는 뜻이다. 아이맥스 영화는 일반 영화보다 10배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며, 상영관 스크린이 기존보다 훨씬 큰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인터뷰 주제가 ‘인생 영화’잖아. 너한테 인생 영화라는 게 어떤 의미야? 잘 만든 영화? 마음의 울림을 주는 영화? 너만의 기준과 이유가 궁금해.


원래는 가장 마음에 와닿거나 감정을 많이 움직인? 영화들을 인생 영화라고 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관람 영화 수가 점점 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변한 것 중 하나가 이 ‘인생 영화’라는 개념? 한 작년 초나 재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몇 편의 영화, 이런 게 되게 뚜렷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기준선이 되게 흐려지는 느낌...


보는 영화 수는 늘어나지, 그렇다고 봤던 영화를 주기적으로 돌려보는 게 아니니까 예전 영화들의 기억은 점차 흐릿해지고, 와중에 새로 본 영화들에서는 계속해서 좋은 작품들이 추가되고..

 

흔히들 ‘인생 영화’라고 부르는 개념의 보편적인 의미는 개인적으로 내 안에서 많이 퇴색된 것 같고. 차라리 인생의 특정 시기에 어떤 영화가 내게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야기됐는지 돌아볼 수 있는 ‘분기점’ 같은 영화들은 확실히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듯!

 

인생 영화로 뽑은 <라라랜드>와 너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거야? 처음 ‘인생 영화’를 물었을 때 다른 친구들보다 별 고민 없이 <라라랜드>를 바로 뽑았잖아. 한국에서는 2016년 12월에 개봉되었는데 개봉 당시에 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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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조금 더 TMI(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 사소한 부가 정보를 알려주는 상황에 사용)를 풀자면 그때가 마침 시험 기간이었거든. 시험 보는 날은 학교가 보통 일찍 끝나니까, 시험 끝나는 날이면 서울로 혼자 가서 IMAX 관이나 M2 관(현재 MX) 같은 곳을 막 다니고 그랬었단 말이지. 여하튼 <라라랜드>가 개봉되기 약 2달 전인 2016년 10월 중순 즈음에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왕십리 IMAX로 영화를 보러 갔는데 당시 상영 전 광고 타임에 <라라랜드> 예고편을 틀어 준거지..


근데 사실 그때는 별생각 없었음. 나보다는 친구가 그 예고편에 푹 빠져서 개봉하면 같이 보자고 막 얘기를 하는 거야. 친구 말 듣고는 궁금해져서 예고편을 다시 찾아봤는데 어라라 생각보다 좋은겨! 그때는 2G폰을 쓰느라 스마트폰은 공기계 용도로만 가지고 다녔거든? 거기에 파일 저장하려고 유튜브에서 예고편 영상 따와서 막 돌려보고.. 그러면서 기대감을 무지 키우고 있었죠. 


그때 <라라랜드> 개봉일이 2016년 12월 7일 수요일이었는데 12월 9일에 미술하고 수학이었나? 두 과목만 보면 시험이 끝날 예정이었단 말이야? 아무래도 내신에는 수학 점수가 조금 더 중요하니까 시험 기간 내내 수학 잘 보기를 기원하면서..... 매일 학교 끝나고는 공기계 붙들고 코엑스 M2 관 예매 열리기를 기다렸지. 엄마랑 보기로 약속해서 두 자리를 잡아야 했걸랑. 다행히 예매 자체는 무난했고, 마침 그때 미술 시험도 잘 본 데다 수학도 100점 맞아서 아주 기분 좋은 상태로 엄마랑 영화 보러 서울 올라갔던 기억. 

 

그래서 기분도 좋지, 영화는 기대 만땅이지. 입장 기다리면서 영화관 로비에서도 공기계로 계속 예고편 돌려보고 그랬는데 아아니 글쎄.. 영화가 부풀 대로 부푼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만족감을 계속 선사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간 뒤에 혼자서 기립박수치고 난리였음. 그렇게 영화에 처음 빠졌던, 아주 전후 사정 빼곡한 TMI 대잔치. 무엇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12번 본 영화기도 하고···.

 

이분 이미 예고편서부터 사랑에 빠지셨네. 나는 <라라랜드>가 사계절을 사용하는 지점이 인상 깊었어. 영화의 배경이 되는 LA가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영화에서 어떤 계절이 가장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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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겨울? 오프닝과 엔딩이 포함되어 있으니...


아 참고로 계절감 같은 경우는 감독이 코멘터리에서 밝힌 내용인데 <라라랜드>의 ‘가을’이 끝나고 ‘겨울’로 막 넘어온 시점에서 누가 봐도 햇빛 쨍쨍한 날씨에 사람들도 다 여름옷 입고 다니는 건 나름의 유머로 넣은 거라고 하더라. 

 

그럼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해당 계절 내에 있는 건가? 역시 엔딩인가요.


엔딩도 좋지만 사실 그래도 오프닝.. 의 첫 임팩트가 넘 강렬했단 점. 고로 저는 오프닝을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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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에는 오프닝부터 환상적인 뮤지컬이 나오잖아.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다 보니까 음악이 흐를 때마다 등장하는 강렬한 파스텔 색감이며 음악이 끝나고서 등장인물들이 어김없이 칙칙한 현실 속으로 돌아가는 장면들이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고. <라라랜드>에서 뮤지컬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해? 다시 말하자면, <라라랜드>는 왜 뮤지컬 영화여야 했을까? 


그 부분에 관해서는 감독이 언급한 내용이 있는데, “뮤지컬 장르는 세간의 평가보다 감정적으로 진솔합니다. 단순히 현실에서 도피하는 장르가 아니에요. 뮤지컬은 꿈과 환상을 이용하여 현실에 대한 담론을 끌어오는 장르입니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고.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는 것 + 감독이 고전 뮤지컬(특히 자크 드미의 영화들이나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뮤지컬 영화를 연출한 게 아닌가 싶고.


참고로 데미언 셔젤 감독의 2009년도 장편 데뷔작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의 경우도 뮤지컬 영화!

 

고전 뮤지컬을 언급해준 김에 이 질문도 잊고 넘어갈 수 없겠네. <라라랜드>는 많은 고전 영화를 오마주(영화를 촬영할 때, 다른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해당 예술가가 만든 작품의 대사 혹은 장면을 인용하는 일)한 것으로 유명하잖아. 대사로 영화 제목을 직접 언급하기도 하고. 혹시 알고 있거나 기억에 남는 오마주 장면 혹은 영화가 있을까?


일단 OST ‘A Lovely Night’ 도입부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가로등을 잡고 빙~ 도는 장면은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나오는 장면의 오마주고, 천문대 장면도 기억이 맞는다면 영화 <사비타>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오고. 미아(엠마 스톤)와 친구들이 길거리에서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노래 부르며 걷는 장면은 <로슈포르의 숙녀들>에 비슷한 장면들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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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1952)

 

 

그리고 본인 영화에 대한 오마주도 있는데 영화 초반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등장하는 배우 J.K. 시몬스는 대충 <위플래시>에서 끌어온 유머 같다고 느꼈어. 그거 외에도 오프닝에서 ‘Another Day of Sun’ 노래 시작하기 전에 카메라가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들려주는 장면이 있단 말이야? 그중에서 한 노래가 아까 언급했던 감독님 데뷔작 <가이 앤 매들린~>에 나오는 노래. 또 수록곡 중에 ‘Summer Montage’의 멜로디 라인도 <가이 앤 매들린~>에 나왔던 곡을 조금 편곡한 버전! 

 

아아, 지금 확인해보니까 애초에 곡 이름부터가 ‘Summer Montage / Madeline (매들린)’이었네. 이제 보니까 대놓고네? (웃음)

 

오마주뿐만 아니라 수록곡에 관한 이야기도 아낌없이 해주셨으니 마침 <라라랜드> 하면 또 OST를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개봉 당시 관람을 놓쳤던 나까지도 한창 OST 전곡을 찾아 듣고 다닐 정도였으니···. <라라랜드>에서 어떤 곡을 제일 좋아해?


음.. 오프닝과 엔딩 곡 둘 다 좋아하지만.. 으흠 어렵군요. 그렇지만 저는 ‘Someone In the Crowd’ 고르겠습니다. 미아가 파티 가기 전에 친구들이랑 함께 부르는 곡! 오프닝이 <라라랜드>에 빠지게 된 입덕 홈런이었다면, ‘Someone In the Crowd’에서 제대로 쐐기가 박혔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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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쉬운 대로 하나만 더 꼽아보자면 ‘Herman’s Habit’! 이건 세바스찬이 미아를 처음 재즈 클럽에 데리고 가서 재즈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해줄 때 흘러나오는 곡.

 

재즈 좋아하시나요?


좋아하는데 (곰곰) 조예가 깊다고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재즈 장르에 해당하는 곡들은 대체로 다 좋아합니다~

 

재즈하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 영화에서 세바스찬이 미아를 재즈 클럽에 데리고 간 이유가 미아의 입에서 ‘재즈가 싫다’라는 말이 나와서잖아. 나중에는 결국 ‘재즈가 좋아졌다’고 얘기하지만. 본인에게도 비슷한 경험이나 대상이 있나요? 전에는 별 관심 없었는데 훗날 관심이 가게 된 뭐 그런 거?


흐음......... 갑자기 생각하려니 어렵네요. (곰곰)


아!! 아이돌!!!!!

 

아이돌 누구한테 빠지셨는데요?


레드벨벳, 샤이니, 오마이걸, 에스파...;;;

 

오, 그룹명은 다 들어봤는데 제가 K-pop 세계를 잘 몰라서리···. 노래 한 곡씩만 추천해주세요!


레드벨벳 ‘In & Out’, 샤이니 ‘Attention’, 오마이걸 ‘다섯 번째 계절’, 에스파는.. 제일 어렵네. 그냥 ‘Savage’ ‘ICONIC’ ‘YEPPI YEPPI’ 세 곡 고르겠습니다. 미니 1집에 있는 곡들은 다 좋음;;;

 

애정 담긴 추천 감사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라라랜드> 하면 또 엔딩을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엔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영화가 완벽히 끝맺음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한 여운이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후련한 기분이었달까? 엔딩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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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볼 때는 이게 시간을 돌리는 건가? 하다가 그냥 IF의 나열인 거 보고 오-열. 다시 생각해도 눈물광광 서사인데... 사실 감독의 다른 작품들 <위플래시> <퍼스트맨>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계속 꿈과 사랑의 양립을 비관하는 느낌이라.. 어쩌면 그런 감독의 취향이 반영된 결말인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차기작은 또 어떤 영화가 될지 더 기대 중인?

 

아! <바빌론>이었던가? 차기작 제목 말이야. 브래드 피트랑 마고 로비가 주연이던데 감독과 배우가 또 어떤 조화를 이루어낼지 내심 기대되네. 감독님이 이전부터 보여왔던 세계관이 차기작에도 반영될지 궁금하고! 그런데 아까 감독님이 계속 꿈과 사랑의 양립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그랬잖아. 어찌 보면 더없이 현실적이고 팍팍한 세상살이 이야기를 이토록 낭만적으로 그려내고 풀어냈기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파고든 거 같은데, <라라랜드>가 결국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해?


재즈는 개쩌는 음악이다.


죄송합니다;;;

 

명쾌한 대답이긴 합니다만...

 

근데 사실 뭔가 사랑이니 꿈에 관해서는 감독이 특정 메시지를 던진다기보다 관객 각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느낌으로 다가왔고, 메시지가 있다면... 어라라;; 영화 속 밴드 이름이 메신저스;;; 이건 무조건이다;;;;

 

네, 감독님의 심오한 메시지... 잘 들었고요. 나는 감독님의 심오한 메시지만큼 <라라랜드> 곳곳에 꽤 많은 복선이 깔려있다고 느꼈어. 초반부와 후반부의 확연한 대조장면 같은 거라든지. 혹시 기억에 남는 복선이 있을까?


음, 복선이라기엔 살짝 애매하지만, 세바스찬의 감정 상태가 옷 색으로 드러나는 거 같다고 느꼈어. 오프닝부터 미아랑 한창 만날 때까지는 대부분 흰색 와이셔츠나 밝은 계열 색상의 옷을 입는데 앞서 언급한 밴드 ‘메신저스’에 합류하게 되면서 입는 옷들이 대체로 어두워지거든. 그러다가 밴드 나오고 나서는 다시 흰색 와이샤쓰에 마지막 엔딩에선 베이지? 비슷한 갈색빛 자켓 입은 것으로 기억하고.... 아무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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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라 흥미롭네요. 관찰력 무엇...


데헷;;; 극장 12회차;;;

 

마지막 질문으로 데미언 셔젤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좋아하시나요? 데미언 셔젤을 향한 당신의 덕력은?


당근빠따죠(?) <위플래시>도 꽤 좋아하지만, <퍼스트맨>을 좀 더 좋아하고요. <공원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이거는 제10회?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의 제목) 이것도 좋아해요. 그다음에 <스턴트 더블>이라고 유튜브에 세로 화면비로 만든 단편 영화 올라와 있는 게 있는데 이것도 좋았음요;; 아 그리고 <위플래시> 단편 버전 같은 경우는 블루레이를 통해 봤었는데 얘도 재밌었습니다.


참고로 아직 <퍼스트맨> 안 보셨다기에 살짝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도 음악 죽여줍니다;;; <라라랜드>랑 같은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 네, 아무튼 이 정도로 감독님 영화 좋아해요. 감독님 짱.

 

인터뷰 후반부로 갈수록 더우셨는지 자꾸 땀(;;)을 열심히 흘리시던 W님, 오늘 귀히 시간 내주시고, 정성스러운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셔젤 감독님의 차기작 <바빌론> 개봉 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인생 영화’ 인터뷰를 마칠게요. 


 

 

Y와의 인터뷰: 세상의 모든 <월플라워>에게 보내는 편지


 

첫 질문은 공통질문이에요. 영화는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저 근데 답들이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나요?


괜찮아요. 걱정 붙들어 매세요. 천천히 생각하시고 답변 주시면 됩니다~


음... 일단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랑 주말 영화 프로를 시청하고 바로 영화를 이어 보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었어요. 당시에는 영화 파일을 따로 구하기가 힘드니까, 보통 외부에서 DVD 파일을 빌려와야 하잖아요. 그래서 한창 아빠와 DVD 대여점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 구경도 실컷 하고, 집에서 관람할 영화를 빌려오곤 했어요. 이 어릴 적 자잘한 행동들의 특징이.... 스스로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는 거죠. 그래서 요지는 이미 그런 생각을 인지하기 전부터 영화가 제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는 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아빠의 제안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강제)정주행하게 되었는데요.  이 시리즈를 만나고 처음 심장이 ‘쿵...'하는 느낌이 들고서야 비로소 ‘아, 나 영화를 이렇게까지 사랑할 줄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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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

 

 

DVD 대여점의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네요. 당시 대여점에서 빌려본 비디오 중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을까요?


그치 이거 완전 우리 때잖아요... (웃음) 저 같은 경우에는 당시 대여점이 아파트 단지 내에 있었거든요. 흠 기억 나는 영화라면.. 아무래도 어릴 적이다 보니 니모와 지브리 시리즈가 제일 먼저 생각나네요. <붉은 돼지> 이게 당시에 진짜 인상 깊었는데.. 시각적으로요.


그럼 인생 첫 지브리 영화가 <붉은 돼지>인 건가요? 여기 영화에 명대사 하나 나오잖아요. “좋은 녀석들은 빨리 죽지”였나.. 그나저나 어렸을 때부터 되게 심오한(?) 영화를 보셨네요. 반파시스트를 외치는 돼지를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는 어린이라니. 이거 왠지 멋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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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1992)

 

 

그건 아니여요... 그때는 명대사도 코 파면서 봤겠지만 (웃음) 솔직히 너무 코딱지 시절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브리 영화’로 딱 처음 각인된 작품은 아무래도 토토로인 듯합니다~ <붉은 돼지>는 어린 나이에 여러모로(?) 충격받은 작품. 


오늘 인터뷰 주제가 ‘인생 영화’잖아요. 본인에게 인생 영화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게 또 할 말이 많아서요... (곰곰)


사실 이 질문을 보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저는 “인생 영화”라는 단어에 딱히 애착이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와! 나 이 영화를 보니 너무 짜릿해서 숨을 쉴 수가 없고 심장이 빨리 뛰어. 이대로 가다간 죽을 것만 같아. 그 정도로 사랑하는 작품이야’라고 느끼는 작품들을 ‘인생’이라는 짧은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어딘가 꽉 채워지지 않는 느낌? 이랄까요. 무엇보다 인생이라는 단어의 가치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 거친 감정과 과한 열정이 온전하게 표현이 안 되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너무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걸까요? (웃음)


그렇지만 이런 반항적인(?)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 민망한 얘기지만 저 역시 ‘인생 영화’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해요. 매번 저렇게 ‘와~ 나 이 영화를 보니 너무 짜릿해서 숨을 쉴 수가 없고 어쩌구~’하고 다닐 순 없잖아요. (기회가 된다면야 구구절절 그렇게 외치고 다니고는 싶습니다만...)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요. ‘인생 영화’는 인생이라는 단어만으로 다 담기지 않는다! 그만큼 좋아하는 작품들이라는 거죠~


저도 예전에 ‘인생 영화’에 대한 단상을 SNS에 짧게 남긴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본인은 인생 영화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며 긴 댓글을 남겨주신 기억이 나요. 그분 생각과 의견도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러면 조금 바꾸어 말해볼까요? 이번 인터뷰에 올릴 영화로 <월플라워>를 뽑으셨어요. 이게 한국에서는 2013년 4월에 개봉되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이때 꽤 어린 나이였단 말이예요. 영화는 언제 처음 보신 건가요? <월플라워>와 Y님의 역사!


<월플라워> 개봉 당시에는.. 너무 어렷지비.... 아쉽지만 개봉 당시에는 못 챙겨봤고,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스무 살! 2월까지 입시로 고생하고 4월까지 처음 겪어보는 대학 생활에 여기저기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5월 즈음에야 대학생의 여유(?)랄 게 생겼어요. 무엇보다 5월은 제 생일이 있어서, 꼭 좋아하는 영화나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만 챙겨보는 게 제 관례거든요. (웃음) 


고등학교 때 배우 에즈라 밀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에즈라가 주연으로 나온다기에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만 되뇌고 있던 영화가 바로 <월플라워>였으니... 당시에 번득! 생각이 나서 그렇게 처음 영화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월플라워>는 동명의 원작 소설 작가인 스티븐 크로스키가 직접 영화의 감독까지 맡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후 연출한 영화가 <원더>라는 걸 되짚어보면 이 감독은 세상을 참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Y님이 <월플라워>를 뽑은 이유가 뭔가요?


알다시피.. 저는 좋아하는 영화가 너무 많은 사람인지라(?) 처음 이 인터뷰 제안을 듣고서는 어떤 작품을 고를지 오래 고민했는데요. 그냥 현재의 제 감정 상태에 충실하기로 했어요.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스무 살의 나와 지금의 내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비슷한 형태의 우울감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그래서 현재 저는 사랑 영화에 공감을 못 하고, SF영화에 감탄을 못 하는 그런... 엉망진창인 삶을 살아가고 있답니다. 하하


영화 <월플라워>에 나오는 친구들도 모두 각자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인물들이잖아요. 이중에서 특별히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나요?


이 질문도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10대를 막 지나온 사람으로서 입시를 준비하고, 누군가와 사랑하고, 상처도 받는 이들을 모두 안아주고 싶었고요. 무엇보다 주인공 찰리가 자신의 ‘실수’ 이후로 떠나간 사람에게 매달리고, 혼자 자책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저는 찰리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실수는 실패가 아니야 찰리야!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는 말, 좋네요. 저는 특정 인물뿐만 아니라 다음 질문에 Y님이 어떤 대답을 하실지도 궁금했어요. <월플라워>에는 수많은 인물 관계가 등장해요. 샘과 찰리, 찰리와 패트릭, 패트릭과 브래드, 찰리와 메리 등등. 어떤 인물 관계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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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원래 눈물의 인터뷰 맞나요.. (글썽)


아무래도 찰리와 패트릭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둘의 관계성을 너무 좋아합니다. 우정과 사랑, 충동적인 호기심, 그리고 서로를 끌어 안아줄 수 있는 이해심까지. 친구 간에 나눌 수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그런 애틋한 관계였어요. 


왜냐면 그들 또한 월플라워니까!


원작에서는 둘의 관계가 한층 심오하고 우울감 돋게 나오거든요. 그만큼 더 깊이 있는 관계로 표현되기도 하고요. 원작을 읽고 둘의 관계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둘의 모습도 이전보다 더 좋아졌어요.


작품 속 인물들의 엄청난 포용력과 다정함에 놀랐어요. 특히 찰리가 학교에서 온갖 소리 소문을 듣고서도 샘과 패트릭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Y님은 특정 인물에게서 배우고 싶은 점이 있나요?


아까 마음이 가는 인물로 찰리를 지목했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찰리라... 왠지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 미안해지네요. (웃음) 

 

오래 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놓여있음에도 친구의 아픔까지 살피고, 또 타인의 실수를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찰리가. 그런 성숙한 면을 찰리에게서 배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찰리가 좋은 친구들을 만난 만큼 친구들도 '찰리'라는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넌 진짜 최고의 친구야 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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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자꾸 찰리한테 영상편지 쓰는데 괜찮나요? (웃음)


그럼요~ 나중에 찰리가 이 인터뷰 꼭 봐야 할 듯.. 이런 다정다감한 인물들 덕분인지 <월플라워>에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명대사가 많이 나오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지금 저에게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대사로 극 후반부에 나오는 찰리의 독백을 꼽고 싶어요. 근데 이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곁들인···.


“어디서 오는지는 정하지 못하지만, 어디로 갈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아니지만, 조각난 퍼즐을 붙이기 시작하는 데는 충분해”


라는 대사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 쉬고 싶은 사람, 앞길에 대해 확신이 없거나 또 막막한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말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왜 좋은 사람들, 혹은 아끼는 사람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택하는 걸까?"라는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그러니까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일상에서 마주할 때마다 '혹시 내 잘못인가?'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 마련이잖아요. 저도 분명 그런 경험이 있고요. 그런데 영화는 단호히 ‘아니’라고 얘기해주면서 “우린 우리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사랑받기 마련이야”라는 말을 건네줘요. 이 대사를 듣고는 제 자존감의 위치나 이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월플라워>가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위로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은 관객이 있다면요?


앞서 언급한 대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 앞길에 대해 확신이 없거나 또 막막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사전적 의미로나 영화적 의미로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월플라워’에게요. 과거의 기억이 자신을 갉아먹고,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 막막하고, 미래 걱정 때문에 힘든 이들을 ‘망가진 장난감들의 섬’으로 초대해줍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든지, 제일 좋아하는 장면도 궁금해요.

 

모든 장면이 소중해서 고르기 힘들지만요.. 두 장면만 골라보자면 첫 번째는 홈커핑 파티 장면이에요. 구석진 곳에서 홀로 파티를 즐기고 있지 못하던 찰리가 춤추고 있는 샘과 패트릭을 향해서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리듬을 타고 다가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파티에 한가운데 있던 남매가 온몸으로 반겨주니 비로소 찰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어울리고, 춤추고, 즐기잖아요. 진정한 친구가 된 이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고, 찰리의 섬세한 연기도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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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아무래도 패트릭과 찰리의 입맞춤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상처받은 패트릭의 실수 아닌 실수를 찰리가 괜찮다고, 꼭 위로해주고 안아주잖아요. 그 장면에 들어찬 모든 것들이 순간 너무 소중하고 이뻐 보였어요. 


이 영화, OST 선곡이 만만치 않더군요. <월플라워>에서 가장 좋아하는 OST는?

 

David Bowie의 ‘Heroes’를 가장 좋아해요. 영화에서 샘이 이 노래를 처음 라디오로 접하고 곡 제목을 무척 알고 싶어 하잖아요. 저 같아도 그랬을 거 같아요 (웃음) 영화로 노래를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정말 많이 찾아 듣는 노래입니다.


영화에서는 추억의 노래뿐만 아니라 오랜 고전 소설과 영화 역시 다방면으로 비추는데요. Y님은 좋아하는 고전 영화가 있나요? 


사실 전 아직도 고전 영화에 대한 기준이 어려워서리.. 60년대 이전이라는 사람도 있고, 80년대 이전이라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는 아직 60년대나 70년대 이전의 작품을 많이 접한 게 없어서, 이 질문은 1980년대를 기준으로 잡았어요. 

 

저는 불후의 명작 <대부>를 뽑고 싶은데요. 느와르를 굉장히 좋아해서 유명하다~ 싶은 영화는 대부분 챙겨보는 편이거든요. <대부> 같은 경우에 역시는 역시인 느낌... 또 70년대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 그 정도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해요.


느와르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한국이 또 의외의 느와르 강국(?)이잖아요.


네. 신세계죠. 신세계요(!!!)


아직 추천해달라고 말도 안 했습니다만... <신세계> 좋아하시나요? 


저 진짜로 인생 영화 정할 때 <월플라워>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중에서 고민하다가 그냥 <신세계> 할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웃음)


Y님의 <신세계> 사랑 잘 알겠습니다. 다시 <월플라워> 질문으로 돌아와 볼게요. 저는 오프닝에서 엔딩으로 이어지는 터널 장면도 기억에 남는데요. 터널에서 샘이 지금 이 순간은 추억이 아니라 ‘살아있는 순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코로나 시국을 2년째 이어가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환기하는 질문이 될 수 있을 듯도 한데, Y님이 인생에서 ‘살아있는 순간’이라고 느낀 적은 언제인가요? 생동의 경험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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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인생이 재밌다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 질문을 받고 순간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되게 놀랐어요. 무작정 좋은 순간이야 많았지만 ‘살아있음’을 느낀 순간이 몇이나 되나 싶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엔 시청각이 오감으로 자극되는 순간에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던 것 같아요. <월플라워> 같이 사랑하는 영화를 감상할 때나 콘서트 혹은 뮤지컬을 관람할 때!

 

최근에 본 뮤지컬 <시카고>가 무척 인상 깊었고요. 콘서트는 예전에 매주 갈 정도로 자주 다녔던지라 당시로선 살짝 무뎌진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코로나 시국이 되니까 이젠 모든 공연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무엇보다 자주 접할 수 없는 내한공연이 기억에 남네요.


저도 살아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던 순간이 한창 콘서트를 보러 다니던 때라 무척 공감이 가요. 콘서트 역시 주로 내한공연을 다니고요. 기억에 남는 내한공연이 있나요?


아미네(Amine) 내한공연이요! 제가 엄청 말하고 다녔던 거 기억하죠? 그날 공연 때 조금 개고생을 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도 있고... 하여튼 그렇습니다.


아 아미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Invincible’이라는 노래로 처음 알게 된 가수예요. 제 카카오톡 프로필에 걸린 몇 안 되는 노래 중 하나인데 (웃음) 그나저나 아까 Y님이 초반부에 <월플라워>를 보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배우 에즈라 밀러 영향이 컸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네 맞아요. 사실 애당초 이 영화는 에즈라 때문에 보고 싶던 것이기에.... 하하


에즈라 밀러 출연 작품 중에서 추천작이 있을까요?


고등학교 때 영화 <케빈에 대하여>랑 DC에서 플래쉬 역을 맡은 에즈라의 모습을 무척 좋아했어요. 저는 <케빈에 대하여>를 추천하고 싶어요. 영화적 메시지도 좋음! 에즈라 최고.


마지막 질문이에요. 사실 <월플라워>는 다른 성장 영화나 청춘 영화에 흔히 나오지 않는 소재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의 트라우마라든지 데이트폭력이나 성폭력의 문제까지 다루고요. 또 영화에서는 생략됐지만, 원작에서 낙태 등의 문제가 나오기도 하잖아요. 주인공은 애당초 학교에서 겉도는 학생으로 등장하고요. 여러모로 영화에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가 공존한다고 생각하는데, <월플라워>가 여타 청춘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가 공존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이 질문에 답하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월플라워>는 성장 영화에서 흔히 비추어지는 푸른빛보다 주황빛의 색감이 영화 전반으로 감돌아요. 물론 성장 영화나 청춘 영화를 푸른빛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건 지극히 저의 일반화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푸른 하늘이 아닌 주황빛의 터널이 중요한 상징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 친구들은 무언의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힘을 모아 나아간다기보다 그저 서로가 곁에서 묵묵한 힘이 되어주고, 그 자체로 위로가 되어 주잖아요. 무엇보다 살아있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데에 집중하는,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몸을 떠맡기는 이들의 모습이 주황빛 터널로 잘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주황빛이 떠오르더라고요. 

 

사실 터널이 목적지인 경우는 잘 없잖아요. 목적지를 가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출발점과 도착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지나는 사람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굳이 거칠 필요가 없는 지름길 정도가 될 수 있고, 또 누구에게는 꼭 거쳐 가야 하는 길이 될 수도 있어요. 그 길이 꼭 밝고 형형색색의 모습을 띠고 있지 않아도, 결국 중요한 건 길을 지나는 우리니까요. 

 

우리 자체로 빛을 낼 수 있다는 걸 잘 담아낸 영화가 바로 <월플라워>의 가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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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푸른빛과의 대조나 터널 빛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인데 그런 섬세한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군요. 영화에 대한 Y님의 애정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해요! 오늘의 인터뷰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J와의 인터뷰: 꿈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의 세계 <인셉션>



영화는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아 아 인사는 없습니까?


앗 죄송... 안녕하세요 J님~


엇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제가 인터뷰 이런 거 처음 해봐서 말이 서툴거나 조금 어색해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핫


저는 2N살 대구에 살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J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영화는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딱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거창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중학생 때 쉬는 시간이나 시험이 끝날 때면 간간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화를 찾아보곤 했거든요. (물론 J는 지금 넷플릭스와 왓챠 OTT 구독료를 성실하게 납부하며 영화를 보는 어엿한 젊은이로 거듭났다) 그때부터가 아마 사소한 시작?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렇게 무작정 막 보다 보니 주변 친구들보다는 조금 많이 보는 편 같더라고요.


학창시절의 추억을 담은 영화가 있다면?


음 나의 학창시절을 담은 영화라..


아무래도 마블, 이지 않을까 싶네요. 당시에 마블 영화 하나면 반 친구들이며 옆반친구들까지 대통합(?)이 이루어지던 때였죠. 마블 좀 안다는 친구들은 코믹스까지 찾아보면서 막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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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가 딱 마블 세계관이 정점에 치달을 때라 더 그랬던 거 같아요. 마블 영화 하나 개봉하면 전국이 정말 난리도 아니었죠. 좋아하는 마블 캐릭터가 있나요?


음.. 이런 갑작스러운 질문을... 사람을 조금 곤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시군요?


역시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요? (웃음) 그래도 한번 골라주시죠.


자, 보자... 저는 많은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곰곰)


근데 진짜 캐릭터 수가 엄청나긴 하네요.


굳이 고르자면 스타로드를 꼽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스타로드의 그 천진난만하고 유쾌한 음악, 그리고 낭만 넘치는 mp3 플레이어가 한창 저의 감성(?)을 돋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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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MCU 세계관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리즈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인가요?


그렇죠. 제임스 건 감독이 제작한 일명 ‘가오갤’ 시리즈를 제일 사랑합니다. 


본격적인 질문 시작해볼게요. 본인에게 인생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저에게 있어 인생 영화란.. 음 현실에서 거의 접하지 못하는 것들, 그러니까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간접적으로 체험시켜주거나 어떤 강렬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해줄 때 ‘아, 이거 인생 영화다’라는 느낌이 오고는 하죠.


특정 영화를 보면서 희로애락이나 카타르시스 비슷한 전율을 느끼면 저의 인생 영화 반열에 오르는 것 같아요.


그럼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SF, 판타지, 스릴러 이런 쪽인가요? 


그렇긴 하지만 사실 영화라는 게 애당초 픽션들로 이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래서 굳이 장르를 따지진 않아요.


명작은 장르를 가리지 않죠.


크 멋있는 말 자꾸 혼자서 하시네요. 저도 영화를 통해 비현실적인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걸 좋아해서 J님 말에 공감이 가요. 인생 영화로 <인셉션>을 뽑으셨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2010년에 개봉되었거든요. 그런데 아뿔사, 저희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단 말이지요? 영화는 언제 처음 보신 건가요? 


네 맞아요. 그래서 그 당시에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는 당연히 보지 못했고요. 아마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개봉 시기를 놓쳐 <인셉션>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오랜 한이 2년 전에 드디어 풀렸거든요. 그때 IMAX 재개봉 소식 듣고는 뒷목 잡고 거의 쓰러질 뻔했다는.. (웃음) 


IMAX로 보셨나 보네요? 저도 사실 <인셉션>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아직 IMAX로는 한 번도 못 봤거든요. 부럽네요.


아니 그때 IMAX로 안 보셨다고요? (정색)


재개봉 영화 같은 경우는 <덩케르크>만 IMAX로 봤어요. 죄송···.

 

아.. 지금 살짝 선생님과 거리감이 느껴질 뻔했네요... (농담)


처음 질문에 대한 답을 깜빡했어요. <인셉션>을 처음 본 건 중학생 때였고요. 2년 전에 IMAX로도 당연히 봤습니다!


그래도 중학생 때면 일찍 접하셨네요? 저는 고등학교 때 가서야 처음 봤거든요. 그런데 사실 <인셉션>이 2010년에 개봉하긴 했어도 놀란 감독이 학생 때부터 구상해오던 생각을 오랜 기간에 걸쳐 마침내 영화로 탄생시킨 것이잖아요. 오랜 준비 기간과 더불어 감독의 엄청난 역량, 그리고 재능 덕분에 이런 SF 수작이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인생 영화로 <인셉션>을 뽑은 이유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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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인셉션>을 처음 접한 게 중학생 때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한창 어둠의 경로를 타고 돌아다니던 시절이라 당시에 관련 사이트에서 <인셉션>이 영화 부문 상위권에 있던 것이 기억나요. 상위권에 있길래 그냥 궁금해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실로 충격 그 자체였죠.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카타르시스라는 걸 느껴봤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시에 무척이나 감명 깊게 봤습니다. 이후에도 TV 채널에서 틀어 줄 때마다 무조건 시선 고정, 채널 고정하고 봤어요. 근데 그렇게 몇 번이나 봐도 볼 때마다 재밌더라? TV에서 나올 때마다 챙겨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인생에서 제일 많이 본 영화가 되었고요.


저 같은 경우, 살면서 같은 영화를 10번 넘게 본 영화가 아직 다섯 개도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인셉션> 같은 경우는 족히 20번은 넘게 봤을 것 같은데 진짜. (웃음) 좌우간 그런 상황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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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처음 관람한 중학생 당시에 제가 아는 배우라고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인물도 영화에서 주역을 맡은 디카프리오였죠. 레오야 워낙 유명하니까 <인셉션>을 보기 전부터 이 사람이 나오는 영화구나~ 하고 봤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영화를 오랜 기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돌려봤다고 하셨잖아요.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배우들을 알게 되면서 영화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차차 늘었을 것 같은데.


캬, 정확해요. 새롭게 눈에 들어온 인물에 대한 제 대답도 지금 예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그분입니다.


죄송한데 누구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모르는 척 하시기는... 쯧!


(?)


바로 킬리언 멀퓌! (킬리언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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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킬리언! 인셉션 작전팀 내부 인원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라는 구차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봅니다. 킬리언을 포함하여 영화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와요.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의 이름 앞글자를 따면 ‘DREAMS’가 되는데요.


캬, 그거 알죠. 감독이 의도한 지점이라고 예전에 어디서 들었는데, 저도 나중에야 듣고 여러모로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피셔(킬리언 머피)?


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라면 아무래도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닐까 싶은데요. 가장 많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만큼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이니까요. 피셔도 인상 깊은 장면이 몇몇 있긴 하지만, 코브에 비해선 확실히 분량이 짧다 보니... 하핫


놀란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인셉션> 작전을 수행하는 팀 구성에 대해 "영화 제작 역할에서 착안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코브는 감독, 아서는 프로듀서, 아리아드네는 미술감독, 임스는 배우, 사이토는 스튜디오 회장, 그리고 로버트 피셔는 관객, 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인물은 누구라고 보시나요? 물론 한 사람도 빼놓을 수 없이 모두 중요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뭐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 아닐까요? 당연히 감독? 감독의 역량이나 재량에 따라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고는 하니까요.


아 그렇죠. 감독의 역할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저는 조금 고민되었던 게 영화에서 감독 역을 맡은 코브가 계속 팀원들에게 해를 끼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역할들도 한 번씩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럴 싸 하네요.


그래도 코브의 중대한 역할과 선택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작전을 성공 해내지 못했을 거 같긴 해요. 물론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돕고 도와서 작전을 기필코 성공시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인셉션>에서는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꿈속 세계와 관련된 다양한 설정이 등장해요. 놀란 감독이 꿈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전혀 조사하지 않은 채 <인셉션>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J님은 영화에서 어떤 설정이 제일 참신하다고 느꼈나요?


아무래도 이 영화의 가장 큰 틀이자 기본 전제조건이기도 한 ‘타인의 꿈속 들어가기’를 꼽고 싶네요. 간단한 설정이긴 합니다만, 누군가의 꿈속에 들어간다는 설정 자체가 당시의 저한테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거든요. 또 그런 ‘드림머신’ 기계가 있다는 것도!


영화의 주요 설정 중에 ‘토템’이라는 게 있어요. 각 인물이 스스로 꿈속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해 저마다 고른 자그마한 물건인데요. 만약 자신만의 토템을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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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토템에 관해 예전에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간단한 게 제일 편할 것 같더라고요. Simple is Best. 

 

그래서 생각난 건 동전! 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동전의 앞뒤가 다르고, 꿈속에서는 앞뒤가 같은 그림만 계속 나오는 거죠.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해 봤습니다.


<인셉션>에서는 작전 수행을 위해 4단계 꿈의 세계가 펼쳐지는데요. 1단계 시가전, 2단계 호텔, 3단계 설원, 4단계 림보! 어느 세계를 제일 재밌게 관람하셨나요?

 

모두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만, 굳이 고르자면 아무래도 카타르시스가 폭발한.. 3단계의 설원 세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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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인셉션>은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영화의 장면 장면들을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설원 세계의 눈사태나 펜로즈 계단, 그리고 무중력 상태의 회전 복도 등은 모두 직접 촬영한 것이더라고요. J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마찬가지로 설원 단계에 있는 건가요?


네 맞아요. 마지막에 로버트가 꿈속에서 아버지와 조우하고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 아이러니하게도 이 인터뷰를 하기 며칠 전에 우연히 SNS에서 해당 장면의 영상을 접했거든요. 머피의 우수에 찬 눈빛을 여전히 잊을 수 없어요. 굉장히 깊게 여운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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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지금 (영상) 다시 봐도 너무 좋네!! 진짜 너무 좋아!!!


진정하시고요... (아찔) 다음 질문 드릴게요. <인셉션>에는 지속해서 ‘528491’이라는 숫자가 등장하는데요. 528 / 491 이런 식으로 나눠서 나타나거든요. 


그렇죠. 호텔 방 번호로 나오거나 전화번호로 쓰이거나?


혹시 본인에게도 의미 있는 6자리 숫자가 있나요? 개인적인 의미는 묻지 않을게요.


아쉽게도 당장에 떠오르지는 않네요. 

 

하지만.. <인셉션>의 OST 중에서 ‘528491’이라는 제목의 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에요. 아까 언급한 그 장면! 그래서 한때 저 6자리 번호를 제 비밀번호로 저장한 적도 있었죠. (웃음)


<인셉션> 제작을 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좋아하시나요? 


저 놀란교 신자입니다. 

 

아니 신도인가? 아무튼.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인 건가요?


당근빠따죠;; 제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아마 놀란 감독이 제법 굵직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인셉션>을 제외하고, 놀란 영화 BEST 3 뽑아주세요!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테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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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2008)

 

 

마지막 질문이에요. 처음 ‘인생 영화’를 물었을 때 J님은 그 누구보다 특정 영화를 뽑는 데 어려움을 느끼셨잖아요. 그만큼 좋아하는 영화가 많아 보이시는데, 아쉬운 대로 ‘인생 영화’라 칭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 5개에서 10개만 소개해주세요! 간단하게 제목만 언급해주시면 돼요.

 

그럼 편안하게 딱 10개만 골라보겠습니다. 음, 지금 머릿속에 생각나는 영화들 바로바로 말해볼게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캐롤> <다크나이트> <중경삼림> <인터스텔라> <그녀> <퐁네프의 연인들> <아사코> <만추> <마틴 에덴>. 그냥 떠오르는 대로 쭉 말해봤어요. 인생 영화 BEST 10이라곤 딱잘라 말하지 못하지만.. 그만큼 아주 좋아하는 영화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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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저기서 5개만 고르자면요?

 

저기... 이봐요....;;; 흠.. 저는 10개 중에서 5개도 영.. 못 고르겠어요. 분명히 한나절은 걸릴 겁니다..

 

고로 이번 질문은 PASS!


역시 못 고르실 줄 알았어요. (웃음) 그래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많으시니 부럽네요. 그 열정으로 올해 약속한 부산국제영화제도 꼭 오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인터뷰 즐거웠어요!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인생 영화’ 인터뷰는 여기서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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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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